심호흡 A to Z,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법
- 심호흡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과학적 원리
- 나는 ‘올바른 심호흡 방법’을 알고 있을까?
건강을 위해 실천할 것을 권하는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카테고리로 나누자면 ‘식습관 개선’, ‘규칙적 운동’, ‘숙면을 위한 노력’ 등이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아마 ‘스트레스 관리’ 정도가 될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단순한 관용어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스트레스는 안 받고 싶다고 해서 안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라는 의사들의 조언은 ‘스트레스를 관리하도록 노력하시고’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물론 어떻게 말하든 의미는 같으니, 적당히 알아듣는 편이 좋겠지만.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스트레칭? 요가? 필라테스? 명상? 다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효율성 면에서는 ‘심호흡’이 으뜸이다. 다른 방법들이 효과 면에서는 더 뛰어날 수도 있지만, 시간·공간 효율성 면에서는 심호흡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위의 스트레스 관리법들도 실제로 심호흡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심호흡이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냥 숨쉬는 것과 깊게 숨쉬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지금 곧장 할 수도 있는 심호흡은 과연 옳은 방법일까? 심호흡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심호흡, 복부 깊이까지 들이마시는 게 포인트
심호흡의 ‘심’은 ‘깊다’라는 뜻이다. 즉, 깊게 들이쉬는 숨을 말한다. 일반적인 호흡이나 의도적으로 짧게 쉬는 호흡(일명 개 호흡)은 보통 빠르고 얕게 쉰다. 따라서 폐의 상부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심호흡은 폐의 하부는 물론 복부까지 깊숙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이 포인트다. 당연히 한 번에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
깊숙하게 숨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호흡 속도가 느려진다. 폐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이 없는 일반적인 경우, 4초 정도에 걸쳐 들이마시고, 다시 4초 정도 참은 다음, 약 6초 정도에 걸쳐 천천히 내쉬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구체적인 시간은 다를 수 있다. 포인트는 들숨과 날숨 모두 평소보다 배 이상 시간을 들인다는 데 있다.
심호흡, 심장에게 여유를 주다
심호흡을 올바르게 시도하면 공기가 폐의 아래쪽까지 들어가게 된다. 이때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일시적으로 폐의 용적이 커지고 여유공간이 넓어진다. 폐의 거의 모든 영역이 사용면서, 평소 호흡으로 닿지 않던 폐 하부까지 사용된다.
자연스럽게 일반 호흡보다 훨씬 더 많은 폐포가 개입하게 되므로, 기체 교환도 그만큼 활발해진다. 즉, 한 번의 호흡으로 흡수되는 산소의 양과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더 많은 산소가 공급되면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들면서 일시적으로 안정적인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심박수가 감소하게 되고, ‘휴식·이완 상태’에 관여하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에 따라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낮아지고, 전체 심혈관계에 이로운 효과가 나타난다. 긴장했던 근육들이 풀어진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한숨’은 일시적, 심호흡은 지속적
깊이 들이마신다는 점에서 ‘한숨’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심호흡과 한숨 모두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세부적인 호흡 방식에 차이가 있으며, 그로 인한 효과도 다르다.
심호흡은 들이쉬고 내쉬는 과정 전체를 의식적으로 천천히 진행하는 호흡법이다. 반면, 한숨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가 한꺼번에 숨을 강하게 내쉬는 것이다. 보통 감정적인 반응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한숨 역시 깊게 숨을 들이마시게 되므로,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일회성 반응이므로, 심호흡처럼 지속적인 이완 효과를 제공해주지는 못한다.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바로 심호흡부터
자율신경계의 양대 축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다. 교감신경계는 투쟁 및 도피 반응을 유도하고, 부교감신경계는 휴식 및 소화 상태를 이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교감신경계가 필요 이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때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투쟁 및 도피 반응이 일어나면서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때 심호흡을 통해 충분한 양의 산소가 공급되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심박수가 줄어들고 신체 기관들이 이완 상태로 바뀐다. 이때 ‘세로토닌’과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며 스트레스 반응이 줄어들며 코르티솔 수치 완화에 도움을 준다. 심호흡이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도움을 주는 기본 원리다.
사실 위와 같은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은 일단 극심한 스트레스나 분노를 느낄 때 본능적으로 심호흡을 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인 셈이다. 다만, 당사자는 감정적으로 격해져 이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위에서 “심호흡을 하라”고 권고하며 진정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심호흡 방법, 제대로 알고 있는가?
다만, 꼭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올바른 심호흡 방법’을 알아두는 것은 필요하다. 누군가를 달래는 것보다는 자기자신의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단순히 ‘평소보다 깊게 숨쉬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면, 좀 더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두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자세’다. 공식처럼 정해져 있는 자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의자에 앉거나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자세가 권장된다. 엄밀하게는 몸 전체의 근육이 긴장하지 않을 수 있는 상태가 좋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상체 근육이라도 편안한 자세가 필요하다.
입을 다물고 코를 통해 최대한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이때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낄 만큼 공기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4초 정도에 걸쳐 들이마시게 된다. 그런 다음 다시 4초 정도 숨을 참는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숨을 참는 시간동안 몸에서 받아들인 산소를 최대한 이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숨을 내쉴 때는 코나 입을 통해 내쉰다. 다만, 입을 통해 내쉬는 경우 너무 빨리 숨을 뱉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코로 천천히 내쉬는 것을 추천한다. 약 6초에서 8초 정도 여유를 두고 부풀었던 배가 천천히 줄어드는 것을 느끼면서 숨을 내뱉으면 된다.
‘시간’에 얽매이지 말라
심호흡 공식으로는 보통 4초 - 4초 - 6초를 제안한다. 하지만 사실 몇 초 동안 하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다. 핵심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평소의 호흡과 달리, 의식적으로 천천히, 그리고 깊게 호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 과정을 5초씩 해도 좋고, 가능하다면 더 시간을 들여서 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 사람마다 호흡 과정의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보편적인 경우라면 그 편차가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평소 알고 있는 심호흡 방법과 차이가 있다면, 올바르게 하기 위해 초반에는 스톱워치 등을 써보는 것도 괜찮다. 다만 필수사항은 아니다. 코를 이용해 천천히 들이마시고, 산소가 체내에서 원활히 사용될 수 있도록 잠시 숨을 참고, 다시 코나 입을 통해 천천히 내쉰다는 것. 이 핵심만 기억해두면 된다. 그리 어려운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몇 번 반복하다보면 곧 몸이 먼저 기억하게 될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검증된 기법
심호흡에 관한 연구는 그 역사가 제법 길다. 대략 1970년대에 초기 연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시기에 이미 스트레스 감소, 심박수 조절, 혈압 감소 등의 핵심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된 바 있다.
연구는 이후로도 계속 확장돼, 각종 정신건강 및 관련 질환과 관련된 효과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됐다. 뇌 이미징 기술이 발달한 후로는 실제 뇌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 반응 및 심호흡의 효과를 연관지어 조사한 사례도 있다.
현재는 심호흡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스트레스 관리 기법이 존재한다. 명상과 같은 정적인 방법부터 요가와 같이 동적인 방법도 있으며, 일반적인 운동 방법 사이에도 심호흡을 통해 휴식 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야말로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원천 기법’이라 할 만하다.
살면서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순간은 많다. 어떤 것들은 예고되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갑작스레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 이 단순한 호흡법 하나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제대로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구태여 강조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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