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빛 본지 20년 그래핀, 잠재력 무궁무진

이채린 기자 2024. 10.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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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공

이번 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그래핀 20세(GRAPHENE AT 20)'라는 문구와 함께 벌집 모양의 탄소 원자들이 여러 층으로 쌓여 있는 그림이 실렸다. 사이언스는 맨 왼쪽은 '그래핀', 가운데는 '그래핀 나노플레이트', 오른쪽은 '그래핀 산화물'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꿈의 물질'이라고 불리는 소재 '그래핀' 탄생 20주년이다. 11일 사이언스는 그래핀 발견 20주년을 기념해 그래핀 발견의 역사와 그래핀의 잠재력을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그래핀은 흑연의 구성 물질인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2차원 막이다. 두께가 원자 한 층 수준인 0.3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정도로 얇다. 2004년 영국의 과학자 안드레 가임과 러시아의 과학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스카치테이프로 연필심의 재료인 흑연을 계속해서 붙였다 뗐다 하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흑연에서 분리해냈다. 1940년대부터 이론으로만 존재한 그래핀을 탄생시킨 것이다.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그래핀을 발견하고 그 특성을 밝힌 공로로 2010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래핀은 실리콘에 비해 100배 이상 전기 전도도가 높고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강하다. 열 전도성은 구리나 알루미늄에 비해 10배 이상 좋다. 구조적으로도 굉장히 안정적이다. 면적의 20%를 늘려도 끄떡 없을 정도로 신축성도 좋다. 더구나 이렇게 구부리거나 늘려도 전기 전도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당시 그래핀은 새로운 반도체 소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으며 과학계에 스타로 떠올랐다. 유기화학 반응을 이용해 그래핀 반도체를 만들 경우 기존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그래핀을 활용해 셀로판지처럼 얇은 두께의 컴퓨터 모니터나 시계처럼 팔에 착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구부러지는 터치스크린, 태양전지판, 종이처럼 접어 지갑에 넣고 다니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발견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래핀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핀을 얻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아 대량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핀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든다는 이야기다. 또 그래핀은 큰 면적으로 제조하는 것이 어렵고, 전류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는 등의 한계를 갖고 있다. 고유의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기 어려웠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래핀 연구는 그래핀 나노플레이트와 그래핀 산화물 이용에 집중돼 있었다. 그래핀 나노플레이트는 그래핀을 여러 층으로 쌓아 100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미만 두께의 판 형태로 만든 것이다. 그래핀 나노플레이트 형태로 그래핀을 여러 가지 물질과 섞으면 그래핀의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그래핀 산화물은 그래핀 표면에 산화를 일으켜 만든 물질이다. 그래핀 산화물은 물에 풀어져 마치 용액처럼 다룰 수 있어 다양한 형태로 제품을 제작하는 데 유용하다. 그래핀 나노플레이트와 그래핀 산화물은 코팅 및 보강재처럼 기존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며 상용화되고 있다. 그래핀 나노플레이트는 부식 방지 코팅, 난연제, 전자파 차폐 재료로 쓰였다. 

하지만 사이언스는 여전히 그래핀 자체도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덕분에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덴마크,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반도체 제조 라인에 대량 사용할 수 있도록 그래핀을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국내에서는 홍병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2009년 그래핀 대면적 합성기술을 구현하고 2012년 '그래핀스퀘어'를 창업해 전 세계 그래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2차원 물질을 쌓아 올려 물성을 측정하는 '트위스트로닉스' 연구에서도 그래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물리학회 학술대회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MIT) 연구팀이 그래핀 두 장을 다른 각도로 비틀어 붙여 초전도체가 되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면서부터다. 사이언스는 그래핀이 하루빨리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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