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오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최근 5년 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데이터센터 운영 확대와 5G 네트워크 장비 증설로 인해 전기 사용량 증가가 원인이다.
통신 3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세 회사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지난해 SKT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14만9240톤(tCO2eq)으로 전년보다 약 4.3% 증가했다. 5년 전인 2019년에 비하면 약 14.3% 많아졌다. SKT는 "5G 투자 증가에 따라 장비가 증설됐고 소비 전력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5G가 국내에 도입된 뒤 통신사들은 전국망을 설치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늘렸다.

KT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112만7476톤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약 1.7% 증가했고 2019년 대비 약 0.6% 감소했다. KT는 "코로나19 엔데믹(일상적 유행)으로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전국적인 5G 네트워크 장비를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배출량은 147만5232톤으로 전년 대비 약 1.5% 많아졌다. 2019년에 비하면 34.2% 늘어났다.
이 수치는 직접배출량(Scope 1)과 간접배출량(Scope 2)을 합친 것이다. 기타간접배출량(Scope 3)을 포함하면 통신 3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많아진다. 직접배출량은 전국 사옥 난방, 업무용 차량 운행, 비상 발전기 운영 등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규모를 뜻한다. 간접배출량은 전기와 난방 등 에너지를 구매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기타간접배출량은 협력사, 해외법인, 운송, 물류 등 글로벌 공급망과 직원의 출퇴근 등 기업 활동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포함한다.
지난해 SKT의 기타간접배출량은 323만7292톤이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85만4314톤, 56만417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AI 서비스 수요 증가와 관련 인프라 구축 영향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했다고 예측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늘었다"며 "데이터센터 가동 증가, 글로벌 공급망 영향 등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 1등은 LGU+?…SKT·KT '진짜' 탄소배출량 더 많아

통신 3사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SKT와 KT보다 각각 28.3%, 30.8%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러한 차이는 데이터센터 직접 운영 여부에서 비롯됐다. LG유플러스는 전국에서 1만kW 이상 규모의 데이터센터 4곳을 운영한다. 이와 달리 SKT은 SK브로드밴드(SKB), KT는 KT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한다. 이들 계열사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고려하면 SKT와 KT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욱 증가한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릴 정도로 전력 소비량이 크다. AI 서비스를 뒷받침하려면 대용량 데이터를 보관·처리할 수 있는 서버가 필요하다. 이 서버는 전기로 구동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D램 등으로 구성된다. 데이터센터에서 서버를 끊임 없이 가동하고, 이에 따른 열 발생을 관리하는 냉각 시스템을 갖추려면 무수히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SKB와 KT클라우드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지속해서 증가했다. SKB의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39만4403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6.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SKT와 SKB의 배출량을 합치면 149만5743톤으로 LG유플러스 보다 많아진다. SKB의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아직 발간되지 않았다.
KT클라우드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33만877톤으로 전년 보다 약 7.5% 늘어났다. 같은 기간 KT와 KT클라우드의 총 배출량은 145만8353톤으로 LG유플러스를 앞지른다.
지금 속도면 2050년 탄소중립 불가능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해 늘어나면서 통신 3사의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은 요원해지고 있다. 통신 3사는 2022년에 RE100을 약속한 바 있다. 친환경 장비 도입, 재생에너지 사용량 증가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SKT는 2030년에 2020년 대비 직·간접배출량(Scope 1+2)를 47.7% 감축할 예정이다. 기타간접 배출량(Scope 3)은 22.3%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에 관해 SKT측은 "2019년 3G·LTE 장비를 통합 운영하는 싱글랜 기술 확대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기존 대비 약 53%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고 전력 효율 장비 사용을 강조했다. 이어 "SK E&S와 2027년부터 20년간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조달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KT는 온실가스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51.7%, 2040년까지 75.8%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30년 재생에너지 사용률 56% 달성도 약속했다. LG유플러스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21년 대비 38% 저감이다. LG유플러스 측은 "에너지 고효율 장비 설치, 유휴 장비 철거로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을 낮추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간접 배출 저감을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과 병행하는 온실가스 감축은 전세계적인 고민이 됐다.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홍 교수는 "오픈AI가 태양광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을 충당하겠다고 발표한 것처럼 빅테크들은 화석연료 기반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재생에너지 증가 속도가 더디지만 전세계 태양광 설비 용량은 3년에 2배로 늘어나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이 강조한 것처럼 IT기업의 전력 공급에서도 재생에너지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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