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강백호에게도 임찬규를 밀어붙였나' 자칫 악수가 될 뻔한 염갈량의 숨은 뜻은?
프로야구 LG가 가을 야구 마법을 앞세운 kt의 추격을 뿌리치고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하마터면 kt에 덜미를 잡혀 포스트 시즌(PS)을 짧게 끝낼 뻔했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은 일단 지켰다.
LG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t와 준PO 5차전에서 4 대 1로 이겼다. 3승 2패로 시리즈를 힘겹게 마무리했다.
쉽지 않은 시리즈였다. 정규 리그를 3위로 마친 LG는 홈 1차전에서 5위 kt에 일격을 당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두산을 누르고 올라온 kt의 기세가 매서웠다. LG가 2, 3차전을 잡았지만 kt는 4차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두고 승부를 최종 5차전까지 몰고 왔다.
5차전도 LG로선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선발 임찬규가 6회까지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타선도 1회말 2점, 3회말 1점을 뽑았지만 타고투저 시즌에 3점 차 리드는 박빙이었다.
LG는 7회도 일단 임찬규를 마운드에 올렸다. 워낙 임찬규의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 존을 변화무쌍하게 춤을 추고 있었지만 모험일 수 있었다. 임찬규는 올해 25경기 134이닝을 소화했는데 평균 5이닝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임찬규는 6회까지 80개의 공을 던졌다. 멜 로하스 주니어를 2루 땅볼로 처리, 이닝을 마친 임찬규는 1루 LG 응원석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어 호응을 유도했다. 자신도 마지막 이닝을 예감하는 듯했다.
하지만 임찬규는 7회도 등판했다. 첫 타자 장성우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불안하게 출발했다. 사실 여기서도 임찬규의 강판이 예상됐다. 다음 타순이 좌타자인 강백호인 데다 LG 좌완 손주영도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기 때문이다.
LG 벤치는 그러나 임찬규로 밀어붙였다. 임찬규는 4번 타자 강백호에게 볼 3개를 잇따라 던지며 흔들리는 듯했다. 이후 스트라이크 2개를 꽂아 풀 카운트를 만들었지만 이날 엄청난 효과를 보인 체인지업이 빠지면서 볼넷을 허용했다.
그제서야 LG는 투수를 교체했다. 무사 1, 2루에 등판한 손주영은 긴장한 듯 황재균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에 몰렸다. 손주영은 대타 김상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배정대의 1루 땅볼 때 실점을 막지 못했다. 손주영은 이후 오윤석을 삼진으로 잡아 이닝을 마쳤다.
LG로서는 천만다행인 장면이었다.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져 분위기를 내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등판하는 투수 입장에서 무사 1루와 1, 2루의 차이는 천양지차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경기 후 LG 염경엽 감독은 투수 교체와 관련한 질문에 "임찬규가 병살을 잡으면서 7회를 마무리하고 손주영에게 8, 9회를 맡기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타자 1명을 더 봤다"고 털어놨다.
준PO에서 LG의 마무리로 활약하는 엘리저 에르난데스의 피로도 때문이다. 에르난데스는 4차전까지 매경기 등판해 1세이브 1홀드 4⅓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염 감독은 "에르난데스는 PO에 가서도 계속 등판해야 할 투수기 때문에 아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스 없이 경기를 끝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손주영에게 2이닝을 맡겨 투구 수 30개 언저리에서 끝내면 PO 2차전 선발 등판에 문제가 없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끼고 싶었던 에르난데스는 5차전에도 등판했다. 염 감독은 "야구가 그렇게 안 되더라"고 입맛을 다셨다. LG로서는 다행스럽게 에르난데스는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선두 타자 장성우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강백호를 삼진, 황재균을 유격수 병살타로 잡았다. 투구 수는 16개.
염 감독은 "준PO 최우수 선수(MVP)는 임찬규가 받았지만 내 마음 속 MVP는 에르난데스"라면서 "힘들지만 어려운 상황에 더 던지겠다는 마음이 고맙다"고 했다. 이어 "에르난데스는 삼성과 PO에서는 멀티 이닝이 아닌 마무리 투수로 1이닝을 던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잠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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