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년 ICCU 도입 후 지속되는 고질적 결함
전력 제어를 담당하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가 원인으로 지목
현대차·기아, 울며겨자 먹기로 15년 40만km 보증 연장
현대차·기아의 여러 전기차에 탑재된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야외 활동과 업무 차량의 필수적인 기능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잇따른 고장 사례가 보고되며 차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V2L은 차량 내에서 일반 가전제품 사용이 가능하도록 전원을 제공하는 전기 사용 편의장치다.
문제는 현대차·기아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 두 회사는 대신 보증 기한을 15년·40만km 연장했다. 문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자 차량이 폐차될 때까지 보증하겠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회에 다르면 한국 자동차 폐차주기는 2020년 기준 승용차는 15.3년, 승합차는 15.5년 화물차는 16.8년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전기차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V2L 사용 중 "전기차 시스템을 점검하십시오"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경고등이 점등됐다는 게시물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외부 V2L 커넥터는 정상 작동하는데 유독 실내 V2L 콘센트만 전력이 차단된다는 구체적인 증상을 공유하며 잦은 고장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 업무가 많은 직장인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업무용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교체했다는 보안업체 직원 A씨는 주행거리가 2만km에 불과한 신차급 차량들이 연달아 V2L 고장을 일으켜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A씨는 "현장에서 노트북을 충전하며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V2L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업무에 불편함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에서 보유한 전기차 5대 중 2대 꼴로 V2L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V2L 고장의 핵심 원인으로는 전력 제어를 담당하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가 지목된다. ICCU는 고전압 배터리와 저전압 배터리를 제어하고 외부 전력 공급을 총괄하는 부품이다. 2021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도입 이후 지속적인 결함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주행 중 동력 상실이나 충전 불량 이슈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ICCU는 2024년 국내에서만 약 17만대 리콜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과전류로 인한 트랜지스터 손상 등 하드웨어 설계의 한계가 V2L 오작동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미국 시장에서도 ICCU 결함과 그에 따른 V2L 문제는 심각한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현지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 리포트의 조사 결과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의 약 2%에서 10% 사이에서 ICCU 관련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에 미국 내 아이오닉 5와 EV6 소유주들은 제조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제조사가 결함 부품을 개선된 부품이 아닌 동일한 결함을 가진 부품으로 교체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현재까지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현대차와 기아는 기준 국내 보증 정책을 전격 강화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기존 10년·16만km였던 ICCU 관련 부품의 보증 기간을 15년·40만km로 상향 조정한 것.
이는 미국 시장의 보증 조건인 15년·18만mi(약 29만km)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사실상 차량 수명이 다할 때까지 부품을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조치를 통해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불신을 잠재우고 고객 신뢰를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V2L은 전기차를 이동식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경쟁력이지만, 제어 장치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오히려 사용자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증 기간 연장이라는 사후 처방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하드웨어 재설계를 통한 품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