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후 사망사고 늘어…자율평가로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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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규제와 처벌 중심의 정책 방향에서 자기규율을 통한 예방체계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브리핑을 열고 "사후적인 규제와 처벌 중심에서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 4대 전략과 14개 핵심 과제를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중심에는 '위험성평가'가 있습니다.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자율적으로 개선 방안을 내놓는 제도입니다. 평소에는 기업 스스로 위험성평가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위험성평가를 어떻게 얼마나 했는지를 따져 책임을 묻겠다는 겁니다.
정부는 위험성평가를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현재 OECD 38개국 중 34위인 1만 명당 사망자 비율을 OECD 평균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중대재해로 800명 정도가 숨지는 데, 이 수치를 500명대로 낮추겠다는 겁니다.
또 정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재해 원인을 담은 조사의견서를 공개해 다른 기업들의 위험성평가에 반영하도록 하고, 평가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간편하게 평가할 수 있는 위험성평가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등 다양한 평가 기법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평소 위험성평가를 시행한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자료에 적어 검찰과 법원에서 구형과 양형 판단 시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중대재해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정부가 위험성평가 중심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만든 이유는 지금의 법령과 감독 방식이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령은 조항만 1,220개로 세세하게 규정돼 있어 현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고, 그렇다 보니 산업안전감독도 규정을 잘 지켰는지에 대한 적발과 처벌에만 중점을 둬 왔습니다. 대기업은 서류작업을 통해 면피성 대응에 치중하게 됐고, 중소기업은 수많은 조항을 따지다 못해 안전관리를 포기하는 일까지 생기게 됐습니다.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중대법을 시행했음에도 대기업은 안전 요소를 강화하는 쪽에 투자하기보다 대형 로펌 자문 등을 통한 처벌 회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중대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기업의 사망사고는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17명이나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 장관은 "우리 산업안전 패러다임 전환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간다면 우리 일터의 안전 수준도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황규락 기자 rocku@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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