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교제폭력 ‘선제적 보호’가 먼저다
봄기운이 완연한 거리에는 연인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결코 따뜻하지만은 않다.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교제폭력은 여전히 반복되고, 그 끝은 점점 더 위험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현장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접근금지 등의 조치는 분명 의미 있는 제도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교제폭력 대응 체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순간, 실질적인 수사와 조치가 제한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계성 범죄는 단순한 일회성 다툼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의 강도가 높아지는 '진행형 범죄'이다. 피해자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 관계 단절에 대한 심리적 부담, 경제적 의존 등 복합적인 이유로 진술을 번복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곧 위험의 해소를 의미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전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대응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피해자의 의사 중심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공적 개입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반복 신고 이력, 위협 발언 등 명확한 위험 신호가 확인 될 경우에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조치가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자장치 부착 등 가해자 통제 중심의 제도 강화는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접근금지 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위반 시 즉각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은 피해자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제폭력 대응은 더 이상 '사적인 관계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는 명백한 공공 안전의 문제이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영역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는 안전하지 않다. 교제폭력은 언제든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에 '처벌 의사'가 아니라 '위험성'을 기준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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