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쥐 정자 질주 비결, '갈고리' 머리에 있다

이채린 기자 2024. 12. 16. 11: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쥐의 정자가 '갈고리'처럼 생긴 머리로 자궁벽을 찍어 빠르게 달리는 현상이 포착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쥐의 정자가 '갈고리'처럼 생긴 머리로 자궁벽을 찍어 빠르게 달리는 현상이 최초로 포착됐다. 난임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박정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 김재익 생명과학과 교수팀, 류흥진 일본 교토대 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쥐 생식기관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자의 이동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같은 현상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광자현미경' 기반의 3차원 영상 획득 기술을 이용했다. 이광자현미경은 고에너지 광자 1개 대신 저에너지 광자 2개를 시료에 쏴 방출되는 형광을 분석해 이미지를 얻는 현미경이다. 광 에너지 때문에 시료가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장파장 대역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생체 조직 깊은 곳까지 관찰할 수 있다. 

더불어 연구팀은 이광자현미경 기술에 펨토초(fs, 1000조분의 1초) 레이저 기반 고속 3차원 볼륨 이미징 기술을 결합해 정자의 이동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정자의 머리는 초록색, 꼬리 일부는 빨간색 형광을 내도록 유전자 조작된 수컷 쥐를 암컷 쥐와 교미시킨 뒤 생식기관을 적출해 관찰했다. 

쥐와 같은 설치류의 정자는 갈고리 모양의 머리를 갖고 있다. 지금껏 설치류의 정자는 갈고리처럼 생긴 머리를 서로 기차처럼 이어 난자를 향한 이동 속도를 높인다는 ‘정자 협력’ 가설이 유력했다. '기차 가설'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번 관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정자가 머리의 갈고리로 자궁과 난관 내벽을 찍어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또 다른 가설인 ‘정자와 암컷 생식기관 간의 상호 작용 가설’을 뒷받침하는 관찰 결과다. 정자가 머리의 갈고리를 암컷 생식기관 내벽에 찍어 이동함으로써 직진성을 높이고 강한 유체의 흐름에 저항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정자들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거나, 정자들의 꼬리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처럼 동기화돼 같이 움직이는 현상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연구팀은 정자 갈고리의 고정 효과 덕분에 정자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배열되어 움직이거나 동기화된 헤엄치기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쥐 정자의 머리 갈고리가 이같은 행동을 위한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기차 가설은 여태까지 관측 기술의 한계로 2차원으로 배양된 실험실 접시에서만 관찰됐다”면서 “이번 실험에서 실제 생식기관 내부를 관찰해 분석한 결과 기차 형태로 모여 이동하는 소수의 군집이 발견되긴 했지만 이들의 이동 속도가 개별 정자에 비해 빠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차 가설을 완전히 뒤집기 위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연구팀은 획득한 영상을 통해 정자의 이동 속도와 이동 특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확보해 정교한 난관 모사 칩 개발, 난임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7554/eLife.96582.4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