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운 직장생활] 적금 붓는 ‘베짱이’vs 주식 투자하는 ‘개미’
“회식때 선배가 고기를 굽게 둔다”, “업무 지시하면 왜 본인이 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예의가 없다”, “칼퇴만 바란다” 등 ‘MZ세대’라는 단어 하나만 툭 던지면 무수한 증언이 쏟아진다. 사실인 듯 아닌 듯, 일반적인 듯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인 듯 알쏭달쏭하다. 그리고 반드시 따라붙는 말이 있다. “요즘 MZ 신입들, 우리 때와는 정말 다르다”고.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그리고 달라야 한다. 일부 MZ들은 개인 인성의 문제까지 전체적인 특성으로 다뤄지는 현실이 불편하다고 토로한다. “성격도, 개성도, 추구하는 가치도 다양한 사람들을 왜 하나의 특징을 가진 것처럼 분류하느냐”고 말이다. 기성세대와 다르지만, 때로는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MZ세대의 직장‧경제 생활을 들여다본다.

세대를 불문하고 직장인 대다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부자’가 되고 싶다는 것. 부자의 기준이 다르다 하더라도 최소한 가난하게 살기 싫다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 물론 기성세대와 MZ의 차이는 있다. 이제는 더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자’, ‘아껴야 잘산다’는 구호에 단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튜브‧블로그‧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열려 있고, 주식‧코인‧가상화폐‧부동산 등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 ‘작고 소중한’ 월급이 큰 목돈이 되기를 희망하는 두명의 청년이 있다. 한명은 꾸준히 적금을 붓고 있고, 또다른 이는 이곳저곳 투자할 곳을 찾아다닌다. 자산관리 전문가는 두 청년에게 어떤 조언을 할까.
◆ 적금 붓는 ‘베짱이’=정모씨(31)는 공기업에 재직 중인 2년차 직장인이다. ‘N잡(job·직업) 시대’라고 하지만 취업준비기간이 길고 힘들었기에 퇴근 후나 주말에는 무조건 휴식을 취한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해 따로 생활비는 들지 않는다. 재테크 수단은 매월 50만원씩 넣고 있는 적금이 유일하다. 카드값을 내고 남은 돈은 그대로 예금통장에 둔다.
그는 자신을 동화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라고 칭한다. 자산을 늘리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알아보기도 귀찮고, 이율이 높다는 ‘특판 적금’도 번번이 신청기간을 놓치기 때문이다. 입사 후 현재까지 적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도 “해지조차 귀찮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정씨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투자 얘기를 정말 많이 한다”며 “누구는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고, 누구는 코인으로 얼마를 잃었고.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도 투자를 시작해야 하나’ 생각하지만 그 순간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뭔가 다른 재테크를 해야할 것 같은데 자칫 성급하게 투자했다가 잃을까 무섭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 주식 투자하는 ‘개미’=이모씨(29)는 4년차 방송국 구성작가다. 대학생때 ‘프리뷰’ 아르바이트를 하다 작가가 됐다. 이 아르바이트는 녹화된 영상에서 출연자의 대화나 상황을 글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40대 파이어족(경제적 능력을 갖춰 빠른 시기에 은퇴하는 것)을 꿈꾸며 블로그 운영도 시작했지만, 아직 수익은 거의 없는 상황. 매월 60만원의 집세와 15만원 안팎의 관리비를 낸다. 카드값을 내고 남은 돈의 대부분은 주식에 투자하는데, 일정하지 않지만 매월 30만~60만원 정도다.
구성작가는 프리랜서라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맡을 수도 있지만, 또 하루아침에 일이 없어질 수도 있다. 프로그램 폐지‧작가 교체 등 사유는 다양하다. 그는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아 월세를 내고 적금까지 꼬박꼬박 넣는 건 부담스럽다고 설명한다. 잠깐 증권방송 작가를 하던 시절, 재미로 매수한 종목으로 며칠 만에 ‘500만원’의 수익을 얻은 이후 주식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다. 현재 수익률을 공개할 수 있냐는 질문에 ‘마이너스’라고 답한 그는 “열대지방이 싫다. 카카오 열매가 자라기 때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때 ‘20만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카카오’의 주가는 24일 기준 4만9100원이다.
이씨는 “월급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에서 집을 사는 건 너무 힘들다”며 “예‧적금은 돈을 잃지는 않지만, 반대로 자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기회도 없다. 유튜브를 보면 분명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도 많지 않나. 현재 마이너스 수익률이지만 언젠가는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이고,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자산에 색상을 정하라=김지연 자산관리사(42) 는 “개인적으로 사회초년생은 적금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며 “돈을 모으는 재미를 느끼면서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종잣돈을 모으는 시기에 소액으로 주식‧펀드 등에 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수익률보다 다양한 금융상품과 시장을 공부하는 시기로 생각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을수록 무조건 일정액을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해지를 반복하게 된다면 기간이 짧은 ‘초단기 적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정기적금’ 만기가 최소 6개월 이상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한국은행이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만기를 1개월 이상으로 단축했다. 이후 은행들이 최소 1개월 ‘초단기 예‧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납입액‧적용금리 등 조건을 비교해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고르면 된다.
김 관리사는 “다만 적금을 열심히 부어도 이율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자산이 마이너스가 된다”며 “적은 금액이라도 안정적인 투자상품에 넣어보는 것도 좋다. 적금이 유일한 재테크 수단인 정씨에게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계좌 개설을 권하고 싶다”고 밝혔다.
ISA는 한 계좌 안에 ▲예‧적금 ▲펀드 ▲주식 ▲채권 ▲ETF 등 다양한 상품을 담아 관리한다. 계좌 개설부터 해두도록 추천하는 이유는 세제혜택 때문이다. 일반형은 200만원까지, 서민형은 400만원까지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설 후 3년이 지나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당장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만들어 두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납입한도는 연간 2000만원씩 총 1억원이다.
특히 ISA는 ‘이익손실통산’이 된다는 게 장점이다. 일반계좌의 경우 하나의 투자상품에서 5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나머지에서 200만의 손실이 났다면, 수익 500만원에 대한 15.4%의 세금 77만원을 내야한다. 반면 ISA계좌는 500만원의 수익에서 200만원의 손실을 제외한 300만원을 수익으로 본다. 여기에 일반형은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있으므로 100만원에 대해서만 분리과세한다. 이때 세금은 9.9%로 9만9000원이다. 일반계좌와 비교하면 67만1000원의 세금혜택을 받는다. 다만 ISA는 의무가입기간이 있고 해외주식 거래가 불가해, 장기로 돈을 묶어두기 싫거나 해외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김 관리사는 자산을 ‘색상’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마치 신호등처럼 ‘빨간색’은 절대 손해가 생기면 안되는 자산, ‘노란색’은 투자를 하되 낮은 수익률로 비교적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자산, ‘초록색’은 과감한 투자로 전부 잃어도 상관없는 자산으로 구분한다. 무조건 손해가 나면 안되는 자산은 투자 대신 예‧적금에 넣어둔다.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자산은 1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액수를 명확히 정해둘 것을 권했다.
그는 “액수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투자를 하게 되면, 손실이 발생한 금액을 메우려 적금을 깨고 심지어 대출까지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산에서 얼마를 과감하게 투자할지, 매달 월급에서는 어느 정도 충당할지 명확한 기준을 세워둬야 한다”며 “당초 세워둔 기준을 넘어 무리한 투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마음 속에 ‘멈춤’ 신호를 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만약 주식투자를 해보고 싶은데 손실이 무섭다면, 지수의 흐름을 따라가는 ETF나 인덱스펀드 등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늘려가며 투자하는 것이 개별종목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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