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사이 … 지구를 갉아먹는 디지털
디지털은 하늘 위가 아니라 광활한 토지 혹은 깊은 바닷속에 파묻혀 있다.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해저케이블을 지나 데이터센터를 거치는 등 복잡한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인식된다. 그 과정에서 국경을 넘나들고 기반 시설을 운영하는 데 막대한 양의 전기와 물 등 자원이 소모된다. 아직도 디지털과 웹이 그저 가상세계라고 믿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의 저자가 그 착각을 깨트려줄 것이다. 프랑스 방송사 다큐멘터리 PD로서 세계 정치·경제·환경 문제를 취재해온 저자는 이 책으로 지난해 베올리아 환경도서상, 엘리나&루이 포웰스상을 수상했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더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SNS의 '좋아요'조차 다른 사용자에게 전달 또는 기록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의 한구석을 차지한다. 당장 개인의 물리적 공간은 종이 뭉치가 가득한 캐비닛을 치우고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효율화된 듯 보이지만, 데이터센터는 북극과 사막에마저 지어 올려진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는 자연을 갉아먹는다.
저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컴퓨터 등 디지털 단말기의 제조 단계에서 발생하는 자원 낭비도 지적한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원자재가 50가지 이상 들어가는데, 이런 금속들의 세계 생산량 가운데 상당 부분을 디지털산업이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점점 작아지는 기기 속에 금속 부품을 넣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게다가 이렇게 만들어진 기기의 수명이 점점 짧아진다는 점도 문제다. 그 결과 해마다 파리 에펠탑 5000개 무게와 비슷한 양의 전자 폐기물이 지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을 둘러싼 신화적 통념을 뒤집고 실체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개선책도 모색한다. 환경을 존중하는 방식의 디지털화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만나면서다. 2020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데이터 청소의 날'을 제정했다는 에스토니아 출신 활동가, 낡은 해저 광케이블을 거둬들이는 네덜란드 선원, 친환경적인 스마트폰을 설계한 엔지니어 등의 이야기도 책에서 엿볼 수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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