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미쓰비시 장학금'보다 못한 한일 재계 '미래 기금'

신호 2023. 3. 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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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한일 재계가 발표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이미 12년 전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에게 제안했던 장학금 재단과 비슷합니다.

당시 미쓰비시 중공업은 직접 재단에 돈을 내겠다고 밝혔고 피해자들에 대한 유감 표명도 제안했는데 이번 기금 발표에서는 모두 빠졌습니다.

YTN이 확인한 협상 자료집 내용을 신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08년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뒤에도 사죄와 배상 촉구가 계속되자 미쓰비시 중공업은 2010년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과 협상에 나섭니다.

2011년 7차 협상, 미쓰비시가 장학 재단 구상을 내놨습니다.

"원고들이 일본에서 공부하고 싶어 했던 마음을 미래에 전하기 위해 한국의 젊은 세대를 위한 학술 교육지원"을 해보자는 것.

중학교 보내준다는 얘기를 믿고 일본에 갔다가 미쓰비시 사업장에서 강제노동 피해만 봤던 할머니들의 아픈 사연을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주 / 15살에 미쓰비시 나고야항공기제작소 강제동원 : 담임 선생님이 하는 말이, 너 일본에 가면 중학교, 초등학교 아니 중학교, 고등학교 공부도 할 수도 있고 돈도, 일하면 돈도 벌고 그러니 일본에 가거라.]

미쓰비시는 14차, 15차, 16차 협상에서도 한국의 젊은 세대, 미래 지향을 내세우며 공익단체를 통한 장학금 증정을 제안합니다.

이르면 2013년부터 실시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지 않은 임금과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피해 할머니들의 요구에는 전혀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국언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당시 협상 참여) : 만약 미쓰비시가 그렇게 한국 유학생들한테 그리고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자체적으로 당신들이 하면 될 일이지 이 문제(강제동원 손해배상)에 얹어서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

미쓰비시는 협상 과정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도 인정했던 끔찍한 강제노동의 사실 관계를 그대로 인용하고

고생을 하신데 대해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표현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20개월, 16번에 걸친 협상은 미쓰비시가 피해 배상에 관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최종 결렬됩니다.

이번에 한일 재계가 발표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의 원형으로 볼 수 있는 12년 전 미쓰비시 장학금 제안은 당시 협상 자료집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는 일본 전범 기업의 개별 참여도 사과 표현도 담지 못했다는 점에서 12년 전 전범 기업이 마지못해 내놓은 협상안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YTN 신호입니다.

YTN 신호 (sino@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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