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 길라잡이 성공 사례를 보면 길이 보인다

퇴직은 커리어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마치 노트북을 오래 사용하다가 먹통이 되면 리셋 버튼을 눌러 문제를 해결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처럼, 퇴직을 준비하는 과정은 커리어를 리셋하고 업데이트하는 과정과 같다.

“퇴직 = 성공적인 커리어 리셋 +
업데이트의 과정"

사회생활을 20~30년 정도 한 40·50 세대라면 누구나 번아웃이나 슬럼프를 경험한다. 타의에 의해 강제로 리셋되기 전에 스스로 커리어를 개발 및 확장하고, 자격증 취득과 같은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커리어 기간보다 더 길 미래의 커리어를 위해 전략적인 리셋을 위한 조건과 준비 사항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알아보자.

많은 예비 퇴직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이 들었으면 조용히 집에서 그냥 쉬면 되지 그 나이에 또 무슨 일을 하느냐”라는 것이다. 그들은 ‘퇴직 = 노인 = 무능력’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본다. 즉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로드맵을 제대로 그려보지 않았고 노후의 기준은 자신들의 조부모의 현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현역에 있을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40·50은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70·80이 된다. 커리어 기준으로 40·50의 일주일은 70·80의 한 달보다 값지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가 공부도 더 잘되고, 체력도 더 좋다. 같은 시간과 같은 노동력으로 결과를 만들어 낼 때 40·50인 지금이 30년 후보다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의 월급과 직위에 안주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그때가 되어봐야 알게 된다.
필자가 노인복지관에서 상담하며 만나는 70·80 시니어들이 많이 하는 말이 있다.

“5년만 젊었어도 어떻게 했을텐데”

흥미로운 건 80대 어르신도 그보다 10년이 더 어린 70대 어르신도 모두 똑같이 ‘지금보다 5년만 더 젊었어도 기회가 있을 텐데’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똑같이 후회하지 않기 위해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퇴직 후 여생을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필자가 직접 상담하며 만나본 퇴직 성공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40·50의 성공적인 퇴직로드맵

40·50 가운데 퇴직 이후 커리어를 잘 살리는 사람들보다 커리어는커녕 단순노무일의 임시직으로 전전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창업했다가 성공한 사람들보다는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런 수많은 실패는 주변 사람의 간접경험으로 충분하다. 어쩌면 딱 한 번뿐일 인생 2라운드의 커리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드물지만, 성공한 사례를 따라 하는 것이 더 유익한 마인드일 것이다.

1) 은행원 ➜ 소문난 맛집 사장이 된 비결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L씨의 소문난 맛집 주인이 된 사례다. 정년퇴직 나이가 되기 5년 전에 사표를 내고 받은 퇴직금과 대출을 받아서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점 창업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에 식당 창업은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사회적 공식(?)이 있어서 주변에서 말렸지만, L씨는 나름대로 창업의 성공에 자신감이 있었다. 왜냐하면 은행에서 주업무가 자영업자 관련 대출이었는데 특히 요식업에 큰 관심과 경험을 확보하고 있었다. 단순히 대출업무의 실무만 다룬 것이 아니라 해당 차주의 창업 마인드와 주된 요리 그리고 유통경로까지 현장에서 대출 적정성을 판단하였다. 나중에는 차주의 창업에 입지 선정, 재료 구매 루트, 직원 교육, 맛의 타겟팅, 회계처리 등 창업의 전방위적인 컨설팅까지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실제로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이벤트 중에 몇 가지는 L씨가 이미 실행하고 있는 아이디어였다.
그 결과 L씨가 취급한 대출금의 연체율은 거의 제로에 육박할 우수한 은행원으로 표창까지 받았다. 창업한 지 4년 차인 지금은 웨이팅이 1시간은 기본인 맛집 사장님이 됐다.
2) 희망퇴직자에서 주택관리사로 변모
Y씨는 학창 시절에 공부를 아주 잘하지는 못했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중상위권을 유지했고 직장생활에서도 성실한 근무태도를 인정받아 개발부서에서 커리어를 오랜 기간 쌓아 왔었다.
그러나 더 젊고 유능한 후배들이 성장해서 본인의 자리를 넘보는 상황까지 되자 3년 전부터 퇴근 후 인터넷강의로 주택관리사 시험을 준비했다. 첫해에는 낙방을 했는데 다음 해에는 1차 시험에 합격하고 3년 차에 2차 시험까지 합격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회사에서 퇴직금에 위로금까지 추가로 얹어주는 희망퇴직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동안 회사의 제품 개발에 전념한 인생을 살았지만 좀 더 힘이 남아있는 50대에 건물 관리를 책임지는 전문직이 되어 70대까지 활동할 수 있는 자격시험을 준비한 것이다.
3) 중식당 홀 매니저에서 비서실로 스카우트 된 사례
서울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종업원만 20명이 넘는 모 중식당에서 홀 서비스를 책임지던 40대 여성인 K실장. 모든 고객에게 명랑하고 밝은 미소와 인사로 맞이하는 것은 기본이고, 한번 이야기를 나눈 고객에 대해서는 회사명, 직함, 즐기는 요리의 종류까지 메모했다가 기억한 후에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재료의 요리를 추천할 정도였다. 그래서 상당수의 고객이 한 번 왔다가 멀어도 K실장을 보러 온다고 할 정도로 인정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K실장은 비록 월급을 받는 직장인임에도 마치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진심이 느껴지는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단골손님 중에서 규모가 제법 큰 회사 오너가 비서실에 갑자기 결원이 발생하자 제일 먼저 K실장을 머릿속에 떠올리곤 즉시 입사 제안을 하게 되었고 K실장도 더 높은 연봉과 자신의 역량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는 비서로 전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놓치면 후회할 이것!

40·50세대의 퇴직 준비에서 꼭 챙겨야 할 것은 바로 ‘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건강 상태가 다소 안 좋더라도 지금이 가장 건강한 몸 상태라는 것을 잊고 산다. 어디가 불편해서 운동을 못하고, 지금 당장 안 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몸에 소홀하다. 은행에 적금에 가입하고 매월 납입하면 만기 때 목돈을 만들 수 있듯이 우리 몸에 하루에 1g씩이라도 꾸준히 근육을 저축하면 정년 이후의 일상을 보낼 수 있다.

근육에는 나이도 없고 정년도 없다. 그래야 커리어 로드맵도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된다. 각자의 회사나 조직에서 그간 쏟아낸 일궈 낸 역량과 몸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에 태어나서 40·50이 된 기간보다 더 길지도 모를 퇴직 이후 노후기를 지금부터 준비해 보자.


유평창 평생자산리연구소 소장
※재테크 전문지 'MONEY PLUS' 2024.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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