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를 넘어서는 가운데,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1480가구로 2013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방 미분양 심화, 수도권과 양극화 뚜렷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173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지방 미분양은 5만3176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13.7%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의 미분양 주택이 1만2954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구 8807가구, 경북 6987가구, 경남 5347가구, 부산 4720가구, 강원 4408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674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으며, 이는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의 12%에 달하는 수준이다.
'얼죽신' 현상마저 지역 양극화 심화
최근 주택시장에서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방에서는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분석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부산의 5년 이하 아파트 매매 평균 거래 금액은 5억9641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억3556만원 상승했다.
반면 세종은 지방 지역 중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세종의 5년 이하 아파트 매매 평균 거래 금액은 지난해 대비 7492만원 감소한 6억5205만원으로 집계됐다. 충남(-1130만원), 경남(-955만원)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빌라·오피스텔도 하락세 지속
빌라(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025년 상반기 빌라 가격이 오를 것이란 답변은 1명에 불과했고, 5명은 보합, 4명은 하락을 전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빌라는 대체로 5% 미만의 하락률을 보이겠지만 지역에 따라 5% 이상 떨어지는 곳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분양 해소 위한 정부 대책 시행
정부는 지방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24년 1월 이후 취득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주택수 산정에서 제외되며, 1주택자가 이를 구입할 경우 양도·종합부동산세 계산 시 1세대 1주택 특례가 적용된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직접 사들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금융·세제를 추가 지원하고, 지방에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될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을 유예 또는 완화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지방 건설경기 회복 가능성은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가구가 줄어들며 회복 조짐을 보이는 곳도 있다. 경북은 올해 1월 9299가구에서 10월 7263가구로 2036가구가 줄었다. 충남과 대구도 미분양 가구가 크게 줄어든 지역으로, '얼죽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평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지방에 쌓인 미분양 물량이 5만 가구를 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지방 주택 시장은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어, 단기간 내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며,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방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도권 및 서울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는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 가능성이 지목되고 있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미분양 해소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가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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