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제작 투자 등 어려웠냐고요? 사실은..."
[인터뷰] '서울의 봄' 제작자가 들려주는 제작 풀 스토리
"다 아는 이야기를, 실패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왜 하려고 하느냐는 반응이 많았죠."
역대 31번째 1000만 영화에 등극하고, 13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서울의 봄'의 제작자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하이브) 대표의 얘기다.
김 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하이브 사옥에서 맥스무비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서울의 봄' 제작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서울의 봄'은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다.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 세력이 민주화 열망을 좌절시킨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을 뒤바꾼 역사적 사건이었다. 김 대표는 이를 영화로 만들면서 업계에서 '되겠냐(만들어지겠냐 혹은 흥행하겠냐, 어쩌면 둘 다)'는 불신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그랬던 영화가, 팬데믹 불황과 비수기 악재를 뚫고 1000만 영화에 등극했으니 '서울의 봄'의 흥행은 지난해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영화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다들 안 된다고 말했지만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투자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겠다고 의기투합해줬고, 그 덕분에 '서울의 봄'이 극장에서 보여지는 결과물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남들이 하는 말보다 중요한 건 영화를 잘 만들고 싶은 이들의 의지와 완성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말할 수 있다, '서울의 봄'의 출발
김 대표는 1990년대 후반 영화업에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유년 시절과 군 복무 시절을 보내며 알게 된 12·12 군사반란을 언제가는 영화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한 건 2009년 개봉한 '작전명 발키리'를 본 이후였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히틀러 암살 시도에 나섰다 실패한 독일군 장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톰 크루즈가 주연했다.
"그때 당시 저의 고민은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룻밤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였어요.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때 해도 되겠다는 시그널을 준 영화가 '발키리'였죠. 그 영화를 보고 나서 혼자서 생각을 하다가 '서울의 봄' 시나리오 초고를 쓴 홍인표 작가(스튜디오하이 대표)를 만나 영화를 함께 구상했고, 2016~2017년쯤부터 같이 대본 작업을 하면서 사건과 구성을 잡았어요. 이후에 여러 작가들을 통해 디테일을 완성했습니다."
김 대표는 홍 작가에 대해 작가로서 '서울의 봄'에 공헌한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의 봄'이 지금의 이야기로 완성될 수 있도록 각색하고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공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아무리 기획이 좋고 시나리오가 좋아도, 결과적으로 영화로 잘 만들어내지 못하면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며 "김성수 감독을 만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감독은)누구나 같이 하고 싶은 감독이잖아요. 제 기준에서 김 감독은 인물 묘사에 정말 탁월하신 분이에요. 이 영화는 정말 많은 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캐릭터 연출이 뛰어나야 관객들이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김 감독과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김 감독이 인터뷰에서도 말씀하셨지만 당시 사건을 목도하셨잖아요. 사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점도 영화를 만드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았죠."
●"혼자서 출발한 프로젝트, 1300만명과 공유 신기한 경험"
'서울의 봄'은 개봉 한달 동안 관객수를 늘려가며 폭발적인 흥행력을 보여줬다. 개봉 6주차에도 평일 하루 10만명씩을 모으며 뒷심의 저력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서울의 봄'은 개봉 33일째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에게 첫 1000만 영화를 안겼다. 김 대표에게도 첫 1000만 영화다.
'서울의 봄'과 함께 하며 인상적인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는 특히 개봉 4주차 주말 광주에서 진행했던 무대인사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이게 영화의 힘이구나'를 느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다가 영화업계에 들어와서 10년 전에 하나회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저 혼자였거든요. 홍 대표를 만나서 두 명이 되고, 감독을 만나고, 이후에 배우와 스태프를 구성하고 이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졌어요. 그러다가 광주시민들을 만났는데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지금도 13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할 따름입니다."
'서울의 봄'이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인 까닭에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투자 유치와 관련해 염려됐던 순간도 있었으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에서 용기 있게 결정해준 덕분에 좋은 작품이 세상과 만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영화가 되겠냐는 말들은 있어도 만들기로 한 다음부터 제작 과정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산의 부장들'과 '내부자들'을 제작했던 사실을 언급한 그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서울의 봄'과 같은 얘기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되고 세련됐다"고 덧붙였다.
●'YS 프로젝트' 등 다수의 근현대사 작품 준비 중인 하이브
하이브는 다수의 근현대사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일제강점기 배경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을 올해 개봉하고, 전두환 집권 당시 언론 회유 공작 계획을 그린 'K공작 계획' 그리고 김영삼 정권 시절의 하나회 해체를 그린 'YS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특히 'YS 프로젝트'는 하나회를 소재로 하는 만큼 '서울의 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프로젝트다.
이 밖에도 김원국 대표의 머리 속에는 영화 및 시리즈로 기획 중인 아이템이 잔뜩 담겨 있다. 인터뷰 중 일부를 공개한 작품 가운데 역사물이 단연 눈에 띈다. 역사적 소재를 극영화로 기록해내려는 하이브의 야심찬 계획(?)도 엿보이는 바, 김 대표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역사물에 대한 사명감 같은 건 결단코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어릴 때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어요. 특히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는 근현대사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져 파고 또 파다 보니까 더 많이 알게 되고 잘 알게 돼서 자연스럽게 영화로 만들게 됐어요. 중요한 건 어떤 사건을 다루든 최대한 중립적, 객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 저희는 끊임없이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