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1월, 극장 관객수는 예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대작들은 줄줄이 개봉을 미뤘고 극장은 텅 비어 있었죠. 그 상황에서 개봉 1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킨 한국 영화가 있었습니다. 범죄오락영화 '도굴' 이야기입니다.
개봉 자체가 모험이던 시기
이 작품은 원래 2020년 6월 개봉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감염병 확산으로 극장가 상황이 불투명해지자 배급사는 일정을 조정했고, 결국 11월로 개봉을 미뤘습니다. 당시 한국 영화 라인업 중 메이저급 작품이 극장에 걸리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습니다. 주연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극장 개봉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이 오랜만이라 두근거린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개봉이었습니다.

12일 만에 돌파한 100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으로 이 작품은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당시 언론은 이를 두고 '마의 100만'을 돌파했다고 표현했는데, 극장 관객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나온 성적이라 의미가 더 컸습니다.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사실상 적수가 없는 상태를 이어갔습니다.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은 작품으로 꼽혔습니다.

땅속 유물을 둘러싼 한판
이야기는 땅속에 묻힌 유물을 노리는 사람들의 판을 그립니다. 사연 있는 도굴꾼이 중심에 서고, 벽화 전문가와 삽질의 달인이 한 팀을 이뤄 점점 큰 판으로 뛰어드는 구조죠. 범죄오락이라는 장르 특성상 무겁지 않게 흘러가면서도 유물과 문화재를 다루는 설정이 신선함을 더했습니다. 제작진은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소재라 해외 관객도 흥미로워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러닝타임은 114분입니다.

이제훈이 꺼낸 능청
주연을 맡은 이제훈은 이 작품에서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결의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마음먹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해봤더니 실제 성격까지 달라지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외향적인 스타일부터 도굴 과정의 세세한 동작까지 공을 들였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진중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에게 이 작품이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꽤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이 됐습니다.

부담 없이 즐기는 오락영화
조우진이 벽화 전문가로, 임원희가 삽질의 달인으로 합류해 극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신혜선 역시 같은 해 두 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나며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네 배우가 만들어내는 호흡이 가볍고 경쾌해 머리를 비우고 보기에 알맞습니다. 복잡한 설정이나 사전 지식 없이도 바로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강점입니다. 현재 여러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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