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극 기지서 흉기 위협…가해자, 한 달 공동생활 뒤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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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지난달 중순 한 대원이 동료 대원들을 흉기로 위협한 사건이 발생해 격리 조처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교통 사정이 열악한 남극 기지 특성상 가해자 이송 과정에 한달 가까운 시간이 걸리면서, 피해 대원들은 치안 인력의 부재 속에 장기간 가해자와 인접한 공간에서 '위험한 동거'를 이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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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지난달 중순 한 대원이 동료 대원들을 흉기로 위협한 사건이 발생해 격리 조처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교통 사정이 열악한 남극 기지 특성상 가해자 이송 과정에 한달 가까운 시간이 걸리면서, 피해 대원들은 치안 인력의 부재 속에 장기간 가해자와 인접한 공간에서 ‘위험한 동거’를 이어가야 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기관인 극지연구소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동남극 북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 연안에 있는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지난달 13일 오후 시설관리반장인 ㄱ씨가 흉기를 들고 다른 대원들을 위협했다. ㄱ씨는 월동 준비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동료를 향해 흉기를 꺼내 들었으나, 기지대장과 총무가 조기에 제지해 사상자 없이 상황은 종료됐다. 현재 장보고 기지에는 제13차 월동연구대 소속 대원 18명이 지난해 11월부터 파견 근무 중이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제압된 ㄱ씨는 기지대장과 총무 설득으로 비상대피동에 격리 조처됐다. 하지만 치안 인력이 없다 보니 자해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기지 총무가 ㄱ씨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했다. 비상대피동은 숙소가 있는 메인동과 인접해 있어, 불안감을 느낀 일부 대원들은 ㄱ씨의 조속한 기지 퇴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ㄱ씨 송환을 위해 극지연구소 관계자들이 남극 현지로 급파됐으나 교통편 마련에 시일이 걸리면서 귀국까지 꼬박 28일이 소요됐다. 한국에서 출발한 송환팀은 뉴질랜드와 맥머도 기지(미국 남극 기지)를 거쳐 경비행기로 장보고 기지로 이동해 ㄱ씨를 인계받은 뒤, 다시 ‘맥머도 기지→뉴질랜드→호주’ 순으로 이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활주로나 관제 없이 해빙 위에 착륙할 수 있는 경비행기를 구하는 문제나 현지 기상 변수 등으로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ㄱ씨는 사건 발생 후에도 장보고 기지에 24일간 더 체류해야 했고, 불안한 격리 상태가 3주 넘게 이어졌다. 경찰은 이날 입국한 ㄱ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경북경찰청으로 이송해 조사할 방침이다.
고립된 환경에서 소수 인원이 공동생활하는 남극 기지에서는 폭행 사건이 발생해도 외부에 뒤늦게 알려지는 일이 반복됐다. 2009년 세종과학기지에서 술에 취한 총무가 조리대원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으나,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삭제되는 등 사건 은폐 의혹 속에 발생 2개월이 지나서야 외부에 알려졌다. 2020년대 초반에도 세종기지 대원 사이에 폭행 사건이 발생했으나 오히려 피해자가 먼저 귀국 조처된 사실이 지난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극지연구소는 월동대 선발 과정에서 검증을 강화하고, 기지 내 갈등 상황에 대한 현지 대응력을 높이는 후속 조처를 준비 중이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남극 기지라는 환경 특성상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비책 강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미애 의원은 “남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완전한 분리 방안, 나아가 극한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대원들의 심리 상태·갈등 관리 방안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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