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보다도 뛰어난데..기대지표 지배하는 선수들, 플래툰 독일까 덕일까[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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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플래툰의 늪일까 아니면 플래툰 덕분일까.

2015년 메이저리그가 스탯캐스트를 전면 도입한 이후 세이버 매트릭스는 더욱 친숙해졌다. 타율, 홈런, 타점, 평균자책점, 승리, 탈삼진 등 익숙했던 기존의 숫자들을 넘어 '보이지 않는 가치'들까지 누구나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세이버 매트릭스는 결과에 대한 지표 뿐만 아니라 '과정'을 감안한 '기대 지표'를 산출한다. 각종 주요 결과지표에 대한 기대 지표가 존재한다. 물론 기대값과 결과값이 늘 같은 것은 아니지만 똑같이 결과가 좋지 않은 선수라도 기대 지표가 좋은 선수라면 향후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타자의 여러 기대지표 중에는 '기대가중출루율(xwOBA)'이 있다. 모든 출루를 동일하게 판단하는 출루율에 실제 득점가치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한 '가중출루율(wOBA)'은 이미 상당히 가치있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xwOBA는 wOBA에서 '수비의 개입'을 제거해 타자의 능력을 더 잘 보여준다.

타구 속도와 발사각도, 타구의 유형, 타자의 주력(스프린트 스피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지표가 바로 xwOBA다. 투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피 기대가중출루율' 지표가 존재한다. 투수의 경우 xwOBA는 허용한 타구의 질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된 지표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대단한 타구를 날리는 선수 중 하나인 오타니 쇼헤이(LAD)는 4월 19일(한국시간)까지 xwOBA 0.477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상위 1%의 기록이다. 오타니의 xwOBA는 2021년 전체 상위 3%, 2022년 2%, 2023년 1%였다. 굉장한 타구를 날리니까 자연스럽게 굉장한 타격 성적이 따라오는 것이다(이하 기록 4/19 기준).

올시즌 그런 오타니보다 더 뛰어난 xwOBA를 기록 중인 선수가 있다. 바로 xwOBA 전체 1위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1루수 라이언 오헌이다. 오헌의 xwOBA 0.531는 무려 0.531. 오타니보다도 훨씬 높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xwOBA가 0.500을 넘는 선수는 오헌 뿐이다(2위 마르셀 오주나 0.497). 어마어마한 타구를 날리고 있다는 의미다.

xwOBA 뿐만이 아니다. 다른 지표도 최고다. 기대 타율(0.397), 기대 장타율(0.824) 역시 1위. 평균 타구속도(시속 93.7마일), 배럴타구 비율(16.7%), 스윗스팟 명중율(47.6%), 삼진율(9.6%) 등도 리그 상위 10% 이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제 성적도 뛰어나다. 오헌은 올시즌 15경기에서 .319/.385/.660 4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OPS 1.045는 만약 오헌이 규정타석을 충족시켰다면 전체 7위였을 수치다. 그렇다. 오헌은 아직 규정타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는 오헌이 '플래툰 멤버'기 때문이다. 좌타자인 오헌은 우완 투수를 상대로만 출전하고 있다. 올시즌 좌완을 상대로는 단 한 타석만 소화했다.

1993년생 오헌은 벌써 30세가 된 선수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지명됐고 2018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벌써 데뷔 7년차. 하지만 좌타자인 오헌은 커리어 내내 플래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데뷔시즌 우완을 상대로 OPS 1.108, 좌완을 상대로 0.465를 기록한 오헌은 이후 플래툰으로 완전히 정착했다. 2019시즌에는 우완을 상대로 309타석를 소화하며 OPS 0.678을 기록했고 좌완을 상대로는 61타석에서 OPS 0.508을 기록했다. 2022시즌까지 캔자스시티에서 플래툰으로 뛴 오헌은 2023시즌에 앞서 볼티모어로 트레이드 됐지만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

오헌은 지난해에도 우완을 상대로 339타석을 소화하며 OPS 0.803, 12홈런 58타점을 기록했지만 좌완을 상대로는 단 29타석(OPS 0.789) 밖에 나서지 않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좋은 타구를 날리고 있음에도 볼티모어는 오헌을 좌완을 상대로 출전시키지 않고 있다.

오헌은 통산 우완을 상대로 1,297타석에서 .250/.312/.441 51홈런 141타점을 기록했고 좌완을 상대로는 194타석에서 .171/.244/.297 5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좌우완을 상대로 편차가 큰 것이 사실. 플래툰으로 커리어를 보내고 있는 것도 성적을 보면 납득이 된다. 물론 워낙 타격감이 좋은 만큼 플래툰에 묶여있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플래툰으로 약점을 지우고 강점만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기에 좋은 수치가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기대지표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플래툰 선수들은 더 있다. xwOBA 전체 2위인 에드워드 올리베라스(PIT), 전체 8위인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SF) 등이다. 이들 역시도 올시즌 호성적과 함께 좋은 타구를 날리고 있지만 소속팀에서는 플래툰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플래툰 시스템 적용을 받고 있다. 과연 이들이 플래툰의 덕을 보고있는 것일지, 아니면 플래툰의 늪에 빠진 것일지 향후 성적 변화가 주목된다.(자료사진=라이언 오헌)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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