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건대입구역을 나와 로데오 거리까지중국어 간판과 식당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

잠시 걸어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 원래 중국인들은 구로와 영등포 지역에 주로 거주했지만, 최근에는 광진구 등 서울 동쪽으로 거주지가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광진구가 ‘제2의 대림’이 되고 있다는데 “최근 광진구에 중국인이 모이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우선 서울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어디일까? 지난 8월 기준 법무부 자료를 봤더니, 역시나 1위는 구로구로, 4만9579명이 거주 중이었다.

영등포구(4만 9298명), 금천구(2만 9089명), 관악구(2만 8201명)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 서남권은 예전부터 중국인 거주 비율이 높아 사실 낯설지 않은 결과다.

근데 좀 신기한 지역이 하나 있다. 바로 광진구. 중국인이 2만 3347명 거주하면서, 서울 내에서 중국인이 많이 사는 5번째 자치구로 등극했다. 동북권의 대표 주거지인 광진구가 왜?

그 이유는 첫째, 산업 쇠퇴에 따른 상권 변화. 1960년대 말부터 섬유·봉제·전자·자동차 부품 공장이 뚝섬 일대를 중심으로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고, 서울시는 1970년대 이 지역을 아예 준공업지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봉제업체들이 성수동으로 몰리면서 공단 형태의 산업지대가 형성됐다

봉제산업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업종. 자연히 일자리를 따라 많은 노동자들이 성수 일대로 모여들었고, 주택 수요도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1998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공장들은 연이어 문을 닫았고,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빈 공장과 방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임대료가 떨어졌고, 그 틈을 중국인들이 파고들었다. 저렴한 임대료와 산업 인프라의 잔재가 남아 있던 성수동은, 그들에게 새로운 정착지로 비쳤던 것이다.

광진구 자양동에 빽빽하게 들어선 저층 다가구주택에 중국인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거리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래 이 지역은 공단 노동자들이 많아 1층 상가엔 식당이 가득했는데, IMF 이후 임대료가 떨어지자 자본력 있는 중국인들이 하나둘 식당을 열었다.한국 음식점이 자연스레 중국 음식점으로 바뀐 것도 이 무렵이다.

그중 ‘송화양꼬치’가 크게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1년엔 중국인 상인 60여 명이 ‘조선족 상인위원회’를 꾸려, 구청에 중국 음식문화거리 지정을 요청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바로 지금의 ‘건대 양꼬치거리’다. 이후 양꼬치뿐 아니라 중국 각지의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늘어나면서, 최근엔 이곳이 ‘신(新) 차이나타운’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시 관련 칼럼을 오랜 기간 연재해온 전문가의 말이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양꼬치 타운이라든지 중국 개통 이제 식품점들이 많이 몰려 있고 거기도 대림동이랑 비슷하게 2000년대 초반에 성수동에 (지금은 카페 거리가 됐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이제 크고 작은 좀 작은 규모의 공장들이 많았어요.

그러니까 이쪽에 이제 중국인 분들 등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제 모여 살게 됐는데 와서 일하고 근처에 모여 살게 되면서 이제 식품점들이 그 근처에 조성됐던 거죠.

둘째, 중국인 선호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접근성. 예전부터 명동과 성수 그리고 동대문 지역은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쇼핑 명소였다.

특히 명동에는 올리브영 매장이 무려 7개나 있고, 12층 규모로 들어선 다이소는 체험형 쇼핑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이른바 ‘올다무’라고 불리는 이곳은 중국인들에게 열광 받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광진구는 중국인에게 최적의 장소다. 2호선·5호선·7호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지라, 성수·명동·동대문 등 주요 상권으로 지하철 한두 정거장이면 이동할 수 있기 때문.

‘살기 편하고, 놀기 편한’ 위치적 이점이 중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 셈.

셋째, 중국인 유학생 증가. 최근 국내 중국인 유학생은 7만 명을 넘겼다. 외국인 유학생 전체를 기준으로 따졌더니 경희대·한양대·한국외대·건국대·세종대 등이 상위 10위권 안팎에 랭크됐다.

모두 서울 동부권에 위치한 대학들이다. 요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은 물론, 친구나 친지를 찾아오는 방문객들도 자연스럽게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권을 형성하게 된 것.

요새 중국인들은 대림이나 영등포, 광진을 넘어 송파나 강동, 송도, 분당 같은 학군 좋고 신축 아파트 많은 지역까지 진출하는 분위기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돈을 좀 더 안전한 데로 옮기려는 의도에서다.

최근 정부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 빨라졌다.

관광 목적으로 문을 연 정책이지만, 한국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환승지’로 보는 인식이 퍼지면, 결국엔 주거나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중국발 부동산 투자 흐름이나 중국인 인구 유입 양상을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