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욱 쏘카 대표 - 공유에서 자율주행까지, 이동의 미래를 그리다

김지원의 인사이드아웃

위기에서 조직을 지키는 방식은 리더의 전략에 달려 있다.

타다의 좌절, 코로나로 인한 이동 중단 등 흔들림 속에서도 박재욱 대표는 수익구조 재정비와 서비스 다각화를 이뤄 쏘카를 재건했다.

박 대표가 그리는 미래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차를 갖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왼쪽)가 박재욱 쏘카 대표를 만나 쏘카의 미래 전략과 경영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훈 기자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격동기를 관통해온 인물이 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단순한 기업 경영자를 넘어 산업의 물줄기를 바꿔온 리더로 평가받는다.

‘타다’라는 혁신적 서비스와 그에 따른 논쟁과 법 개정, 쏘카의 기업공개와 반등까지 그의 이름은 지난 10년간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가장 치열한 변곡점마다 등장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창업을 결심한 그는 VCNC(타다), 쏘카로 이어지는 여정을 지나며 새로운 이동 방식을 설계해왔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을 감지하는 능력,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걷겠다는 용기, 이 두 가지는 지금의 박 대표를 만든 핵심 키워드다.

현재 쏘카는 국내 차량 공유 시장 점유율 80%를 기록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202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쏘카 2.0’ 전략을 마련해 분기 연속 흑자라는 경영 성과를 일궈오고 있다.

박 대표는 이제 자율주행 시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자율주행 서비스를 가장 잘해낼 기업은 쏘카”라는 그의 단언에는, 또 한 번 산업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이미 2만 대에 가까운 차량을 무인으로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토콜을 갖추었다”며 “자율주행 서비스는 쏘카가 가장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처음부터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창업에 나선 계기는? 또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은.

2011년 대학교 졸업 직후 바로 창업을 했다. 학생 시절부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고민했고, 결국 창업이 가장 직접적이고 빠른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폰의 등장이다. 모바일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아무도 선점하지 않은 이 시장에서 먼저 뛰어든다면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당시 창업은 아직 생소한 선택지였고, 주변의 만류도 적지 않았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던 것이 오히려 큰 강점이 됐다. 이후 모빌리티 산업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IT 디바이스로 진화할 것이며, 이 안에서 펼쳐질 혁신 가능성은 모바일 시장을 능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타다 금지법’으로 상징되는 규제 리스크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타다가 ‘금지법’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이런 서비스를 다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로에서 시작해 성공시키는 일은 원래도 어려운데, 운 좋게 그 기회를 잡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던 서비스가 외부 요인 때문에 멈췄다는 사실이 크게 와닿았다.

또 하나는 이 경험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였다. 규제 없이 서비스가 성장했다면 더 많은 혁신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컸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 전반이 ‘이런 시도를 해도 결국 막힌다’는 분위기에 휩싸일까 걱정됐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종료는 동료들과의 이별을 뜻하기도 했다. 조직을 줄이고 매출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고, 이는 경영자로서 가장 괴로운 결정이었다.

쏘카 업의 본질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 해나가고자 하는지.

쏘카는 차량을 10분 단위부터 수년 단위까지 원하는 시간만큼 대여할 수 있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기본적인 카셰어링 서비스 외에도 월 단위 구독 상품인 ‘쏘카플랜’, 항공·KTX 예약, 전기자전거, 주차장 등 다양한 이동 관련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쏘카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아도 이용 가능한 공유 방식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차량 소유를 줄이고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쏘카는 2023년 말부터 ‘쏘카 2.0’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기존에는 차량을 구매한 뒤 약 3년간 카셰어링으로 운영하고, 이후 중고차로 매각해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차량 수요가 크게 달라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쏘카 2.0’은 차량을 더 오래 활용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성수기 이후 차량을 매각하는 대신, 이를 월 단위로 대여하는 ‘쏘카플랜’으로 수익을 한 번 더 얻고, 차량을 더 오랫동안 운용한 뒤 매각해 추가 차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고자 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이 전략을 실행해 온 결과, 현재 약 2만 대 차량 중 1만5000대가 카셰어링으로, 4000~5000대는 쏘카플랜으로 활용된다. 비율은 성수기·비수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된다. 올해부터 이 전략이 본격적으로 수확을 거둘것으로 기대한다.

변혁의 시기다.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어떻게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원래부터 AI 기술을 많이 활용해온 회사 중 하나다. AI의 가장 혁신적인 지점은 결국 ‘한 사람이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사고가 나면 차량 블랙박스에서 SD카드를 꺼내 수동으로 돌려보며 분석해야 했지만, 지금은 사고 순간의 영상이 자동으로 서버에 전송되고, 사고 장면만 추출해 분석하는 프로토콜이 갖춰져 있다.

덕분에 과거엔 하루에 10건밖에 못 보던 사고 영상을 이제는 AI를 활용해 100건까지 판독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사람이 하던 일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함으로써 전체적인 생산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AI 활용은 핵심 경쟁력이다.

이는 모빌리티 산업뿐 아니라 전통적인 산업 전반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과 생존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시대다. 쏘카는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지.

자율주행은 분명히 다가오고 있는 미래라고 본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서비스가 활발히 운영 되고 있을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는 높은 상태다. 관건은 각국의 교통법에 맞춰 이를 어떻게 실제 환경에 적용하고 운영하느냐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국내에서 자율 주행 서비스를 가장 잘해낼 수 있는 기업은 쏘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2만 대에 가까운 차량을 무인으로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토콜을 갖추었다.

자율주행차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예컨대 지금 운영 중인 ‘부름 서비스’(이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탁송해주는 서비스)도 향후엔 자율주행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용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고, 차량 정비나 세차 등 후속 서비스도 무인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구조다.

쏘카는 자율주행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라이드 플럭스에 투자해 현재 3대 주주로 있다. 우리는 이런 협업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할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쏘카 CEO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가장 보람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의 미션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목표에 얼마나 다가갔는지를 되짚어보면, 아직 5%도 채 달성하지 못한 것 같다. 사람들이 ‘이제는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서비스가 자리 잡아야 비로소 그 미션에 근접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쏘카 2.0 전략을 완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전략이 잘 작동해서 이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면, 자율주행이나 차량 오너십을 바꾸는 기술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투자를 기반으로 우리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이동의 혁신을 이뤄내야 비로소 ‘보람’이라는 단어를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 철학이나 일하는 방식이 있다면.

경영 철학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일하는 방식에는 몇 가지 핵심 원칙이 있다.

첫 번째는 ‘유저 퍼스트’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든 가장 먼저 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를 생각하고, UX 개편이나 서비스 개선 방향도 그 기준에 따라 잡는다.

두 번째는 ‘비 볼드(Be Bold)’다. 나는 10~20%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 무언가를 바꾼다면 2배, 3배 더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시도한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혁신적인 시도를 장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요즘 특히 강조하는 건 ‘디테일의 장악’이다.

리더라면 자신이 하는 일의 A부터 Z까지 정확히 꿰고 있어야 올바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제대로 알고 있어야 위임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위임이란 방치가 아니라, 내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디테일을 장악해야 위임도 가능하다’는 말을 팀에 자주 한다.

회사의 리더는 자신이 맡은 비즈니스에 대한 숫자를 완전히 꿰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구조적인 변화를 주려면 어떤 지점을 건드려야 하는지까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올해는 특히 이런 숫자 감각과 구조에 대한 이해력을 리더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10~20% 개선보다는 2~3배 더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고 했는데, 관련된 일화가 있다면.

과거에 쏘카 차량을 이용한 보험사기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적이 있었다. 보험 가입 수준이 높다 보니 이를 노리고 악용하는 시도들이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히 사후 조치가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컨대, 보험사기 일당은 차량을 빌린 뒤 특정 지역을 반복해서 순회하거나, 사고 발생 시 차량 안에 인원을 꽉 채워 대인보험을 최대한으로 청구하는 패턴이 있었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운행 데이터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차량에 장착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통해 운행 경로와 행동 양식을 분석했고, 이를 기반으로 사기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를 조기에 탐지하거나 사고 직후 보험금 지급 전에 사기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체계를 갖췄다.

결과적으로 이 시스템 덕분에 보험사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기존에는 사고 발생 후 보험사기 여부를 파악하고 손해를 회수하는 방식이었다면, 쏘카는 한 발 앞서 사전 예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운행 패턴을 분석해 사기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를 미리 걸러내고, 보험사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전략이다.

단순히 10~20% 더 잘 잡아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보험사기의 싹을 자르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야말로 두세 배 더 나은 혁신이며, 쏘카는 이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정은 기자
lee.jeongeun2@joongang.co.kr


김지원
한세예스24홀딩스의 자회사인 한세엠케이를 이끌고 있는 김지원 대표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뉴욕 International Culinary Center와 르 코르동 블루,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대학원, 요리 아카데미 츠지원에서 요리를 공부했다. 이후 예스24에 입사하여 경영훈련을 받은뒤 2019년 한세엠케이 대표직에 올랐다. 한세엠케이는 현재 모이몰른, 나이키 키즈, 버커루, NBA 등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 라이프웨어를 선보이며 패션을 넘어 문화와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비즈니스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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