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친한계와 만찬…“특검법 이탈표 우리 쪽 아니다”
종로 식당서…20여명 참석
윤 대통령 출국 환송은 불참
김건희 의혹 다뤄질 국감엔
“야권 더 지켜본 후 대응하자”
대통령실·친윤에 ‘세’ 과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친한동훈(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했다. 재표결 이탈표 규모가 정국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친윤석열(친윤)계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6시쯤부터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정국 현안 등을 논의했다. 대상은 친한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 속한 의원들로, 조경태·송석준·박정하·한지아·김형동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지난 7월23일 당대표에 당선되던 날에도 친한계 의원 10여명, 보좌진 등과 만찬을 한 바 있다. 다만 모임 자체는 장소와 참석 인원 등을 철저히 비공개해 세 과시로 비치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만찬에서 “민주당이 11월 이재명 대표의 위기도 있고 하다 보니 이번 국감에서 엄청난 공격을 해올 것”이라며 “단결하고 지혜를 모아서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또 “국감을 앞두고 어려운 상황이 있을 텐데 잘해보자”며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재 여론 등을 언급했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이탈표가 나온 것을 두고 “우리 쪽은 확실히 아닌데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는 “국정감사 기간 야권의 의혹 제기를 조금 더 지켜보고 대응을 논의하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본격적인 친한계 세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본인이 용산에 좀 보여주는 것도 있다고 본다. 이번 재표결에서 이탈표 4표가 나왔는데 (계파가) 20명 정도가 있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7일 원외 당협위원장 연수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것도 세력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소 10명이 넘는 의원들이 하나의 계파로 일관된 움직임을 보인다면 재표결 정국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앞서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의 건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108명)이 재표결에 참석했으나 반대표는 4표 모자란 104표였다.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흔들리는 당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 측에서 이를 지렛대 삼아 대통령실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키울 수도 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4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일종의 경고성 이탈표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 3일 특검법 부결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음 특검법 재표결 시 대응에 대해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도 친윤계와 대통령실에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과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출국했다. 한 대표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때문에 환송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문광호·유설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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