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탈모 치료법

이 사진을 보라.깁스를 풀었더니 해당 부위에 털이 수북하게 자랐다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 한눈에 봐도 깁스를 안 한 왼팔과 깁스를 한 오른팔의 털 차이가 심해 보인다.

축구나 농구 경기 중에 다쳐서, 혹은 길 가다 넘어져서 깁스를 해본 왱구님들, 공감? ‘깁스를 한 자리에 털이 더 많이 자란다는데 사실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깁스를 하면 진짜로 해당 부위에 털이 더 굵고 길게 자라는 게 맞다.

[A 피부 클리닉 닥터]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깁스를 제거한 후 해당 부위에 털이 더 굵고 많아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고 해외에서도 깁스와 털의 상관관계가 꽤 유명해서 아예 ‘깁스 후 털 자람’ 현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확한 용어로는 LAH(Localized Acquired Hypertrichosis)라고도 호칭하는데, 복잡하니까 한글로 다시 넘어가자.

일단 정상보다 털이 많이 자라는 현상을 다모증이라고 부른다.다모증은 발생 시기에 따라 선천적 다모증과 후천적 다모증으로 나뉜다.

선천적 다모증은 대부분 유전적인 이유로 생기는데 태어날 때부터 긴 솜털이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반대로 원래 안그랬는데 깁스를 풀어보니 평소보다 털이 많이 자라났다면 후천적 국한성 다모증이다.앞에서 말한 LAH가 후천적 국한성 다모증의 영어 단어 이니셜이다.

이래저래 말이 길었는데, 그럼 깁스는 왜 후천적 국한성 다모증을 유발하는 걸까?우선 깁스의 보호 작용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털은 체온에 가까운 따뜻한 온도에서 잘 자라는데, 깁스가 외부 공기를 차단하다시피 하니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된다. 그리고 깁스가 옷에 쓸리거나, 물건에 닿는 등 외부 자극과 생활 마찰로부터 털을 지켜주니진짜로 털이 온실 속 화초처럼 쑥쑥 자라는 셈.

그리고 혈류의 증가도 원인이 된다.

[A 피부 클리닉 닥터]

피부 자극과 혈류의 증가가 있는데 깁스 안쪽에서 피부가 지속적으로 약한 마찰이나 자극을 받으면 국소적으로 혈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모낭 활동이 일시적으로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깁스와 피부가 지속적으로 마찰을 하면서 혈류가 증가해서 털이 잘 자란다는 것.그런데 앞에서는 외부 마찰이 없어서 털이 자란다고 했는데?

모순처럼 들리지만 둘 다 맞는 말이다. 깁스가 외부의 생활 마찰로부터 털을 지켜주는 건 맞지만, 안에서는 깁스의 솜 부분이 아주 미세하게 피부와 마찰하고 있다. 이게 털을 빠지게 할 만큼 강하지는 않아서 오히려 미세한 자극만 마사지하듯 지속되는 거다.

그리고 깁스를 하는 동안 자외선이 차단되고 혈액 순환이 줄어들어 피부가 일시적으로 하얘지는데,이 때문에 털이 시각적으로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 한몫한다.

이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점. 그럼 머리에 깁스를 하면 어떻게 될까? 왱구들도 이걸 더 궁금해할 거 같아서 직접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A 피부 클리닉 닥터]

깁스처럼 이렇게 씌워놓는다고 해서 그게 모발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아직은 그런 연구 결과는 없고요. 예를 들어 모자를 쓰면은 깁스처럼 이렇게 보호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근데 오히려 이게 압박성 탈모라 해서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탈모에는 그렇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두피는 일반 피부보다 혈관도 많고 모낭도 더 많아서외부 자극에 더 취약해, 마찰이 약해도 모발 탈락이 생길 수 있다.아무래도 깁스로 탈모를 극복하는 건 불가능한 모양. 답을 찾은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 근데 애초에 정말 웬만해선 머리에 깁스를 할 일이 없긴 하다.

취재하다가 알게 된건데, 깁스를 한 부위에 털이 자란다 해도장기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깁스를 푼 부위에 자라난 털은 통상 3개월 정도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때문.

깁스 후에 털이 자라는 양상을 관측한 연구에 따르면,연구대상 21명 중 80%인 17명이 6개월 이내에 털이 원상태로 돌아왔다고 한다. 나머지 4명도 1년 내에 모두 원상복구됐다. 신기한 건 통계적으로 깁스를 오래 할수록 털이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더 늘어났다고.

물론 이 연구랑 별개로 털의 원상복구는 개인차가 있어서 깁스를 뗀지 1년이 넘어도 수북한 사람도 있다.이런 경우는 호르몬 변화 같은 다른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톰 하디 같은 상남자를 꿈꾸는 우리 왱구님들, 특정 신체 부위에 털을 기르기 위해 일부러 깁스를 하는 행위는 피해주면 좋겠다. 가능한 있는 털 잘 지키면서, 깁스할 일 없이 건강히 지내는 게 최선이다. 특히 머리털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