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혼란’ 이복현도 “은행 자율로”…정부 ‘교통정리’ 모양새

조해영 기자 2024. 9. 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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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장들이 10일 가계부채 문제에 "은행 자율"을 강조하면서 '한목소리'를 냈다.

금융당국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가계부채 관련 정부부처의 메시지는 실수요자 혼란이 없는 선에서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관리해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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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머리발언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경제수장들이 10일 가계부채 문제에 “은행 자율”을 강조하면서 ‘한목소리’를 냈다. 금융사마다 각종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정부 내에서 메시지가 엇갈리며 현장 혼란을 더하고 있단 비판이 이어지자 정비에 나선 것이다. 잇따른 돌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송구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은행이 각자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가계대출 취급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4일에 각각 은행권의 금리 인상과 유주택자 대출 제한 등을 콕 집어 비판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금융당국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가계부채 관련 정부부처의 메시지는 실수요자 혼란이 없는 선에서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관리해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출 관련 리스크 판단은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져도 은행이 자율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책당국이 어려움을 풀어줄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을 관리해야 한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묻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계속되는 발언으로 현장 혼선을 빚게 한 장본인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그로 인해 국민들과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분들께 여러 가지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또 “가계대출을 엄정 관리한다는 정부와 당국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자율적 여신심사 등의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에 금감원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정부부처 내에 이견은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책금융 문제와 관련한 정부 내 ‘엇박자’ 논란 사전 차단에도 나섰다. “정책자금이 부동산 상승의 직접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책 모기지 목표를 건드릴 일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날 발언이 “정책성 대출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관리방안을 수립해 나간다”는 금융당국 입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최근 정책대출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 포션(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국토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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