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과 오컬트의 결합

비앙카 봉디는 초자연적 현상인 ‘오컬트’와 생태학의 결합을 통해 생과 사의 궁극적 문제를 조명한다.

<@1>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오컬트’(occult)라고 한다. 인간이 자연이라고 하는 거대한 존재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일일 것이다. 초자연적이며 불가사의한 현상과 담론을 함의하고 있는 것이 자연이다. 제4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작품은 이런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작가는 생태학과 이 오컬트를 결합해 사물의 불가사의한 존재감을 탐색하는 식의 작업을 펼쳤다.

이 작품은 하얀 소금 사막과 식물이 자라나는 땅 속 검은 구멍을 대비시킨다. 빈티지한 상자와 낡고 녹슨 전화기, 의자 구멍에 놓인 사다리 등 일상 물건들이 기묘하게 놓여져 있다. 전시 개막 전 프레스오픈이 끝나고 진행된 전시투어에서 하얀 소금사막으로 표현된 공간으로 난 계단이 놓여 있는데 ‘신발을 벗고 올라라’, 또는 ‘신발을 신고 올라라’는 자원봉사자 말이 서로 달라 혼선이 일었다.

생과 사가 공존하는 소금사막 한 편에는 다섯구의 시체를 상징하는 비단 수의가 놓여져 있다. 이 죽음이 어디로 갈까 깊게 탐구하도록 한다. 결국 이 망자들의 영혼은 검은 구멍으로 표현된 둥근 우물 웅덩이를 통한다. 결국 구멍은 영혼이 지나가는 통로인 셈이다. 저승으로 인도하는 관문으로 표현됐다. 이 대목에서 감독이 일전에 언급했던 샤머니즘과 연계됐다.

<@2>처음 이 작가가 출품된다고 했을 때 제공된 이미지가 ‘별의 연못에서 점치기’였던 듯하다. 삶과 죽음을 동일선상에 다룬 작가 답게 이번 출품작 역시 그런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대다수 검은 구멍이라고 설명을 했지만 옥색이 아닌, 그냥 하얀 그리고 맑은 우물처럼 표현돼 이 작가가 그동안 해온 작업을 알지 못하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출품작들 중 화사한 작품은 드물고, 어두우며 침울한 색조의 작품이 많아 사진찍기 어렵다는 소리가 들려오는 데 이 작품은 그나마 흰색 색감이 지배적 색감을 형성해 나름대로 카메라 앵글에 담을만하다. 전시장에 들르면 소금사막 위에 서서 생과 사를 잠시 사유해보면 어떨까.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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