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예향] 영화 주인공 되어 전남을 즐기다

조회 92025. 1. 21.
남도투어-낙안읍성·드라마촬영장 등 각광
옹기종기 초가집·60년대 달동네
‘정년이’ ‘제빵왕 김탁구’ 등 촬영
영화 ‘화려한 휴가’ 속 풍경처럼
사계절 색다른 메타세쿼이아 길
‘존현각’ 건립…역린 등 사극 촬영
겨울옷으로 갈아입은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호수에 비친 반영이 아름답다.

전남이 로케이션 성지로 불리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더불어 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전남 곳곳은 TV 드라마나 CF,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촬영 명소가 됐다. 추운 겨울에도 낭만을 찾을 수 있는 순천과 담양의 촬영 명소로 안내한다.

◇조선시대를 품은 마을, 순천 낙안읍성= 순천 낙안읍성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 단골 장소다. 1983년 사적 302호로 지정됐으며 201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다. 성곽과 초가 등 현존하는 조선시대 읍성들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특히 성 안에 전통 가옥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 촬영지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가장 최근 TV를 통해 만난 낙안읍성은 드라마 ‘정년이’에서다. 정년이(김태리 분)가 언니 정자(오경화 분)와 생선을 팔고 돌아오는 길 수레를 끌며 함께 걷던 성벽길이나 동네 아이들과 빨래를 하던 장면도 큰샘빨래터에서 촬영됐다. OTT 영화 ‘전, 란’에서도 낙안읍성의 곳곳을 찾아볼 수 있다.

순천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 ‘혼례대첩’ 등 2023년과 2024년에만 40회가 넘는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 낙안읍성에서 촬영됐다.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역사적 고증을 통해 깊이 있는 영상미를 이끌어낸 결과다.

마을 전체를 둘러보고 싶다면 성곽 위를 따라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성곽의 길이는 1410m로 동쪽과 서쪽, 남쪽 3곳에 각각 동문, 서문, 남문이 있어 바깥과 연결된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지붕이 정겹다. 한양에서 먼 지방인 탓에 대부분 몰락한 양반이나 평민으로 이뤄졌는데 그래서인지 동헌(지방행정 업무를 처리하던 곳)과 객사(중앙관리나 외국 사신들의 숙소), 옥사(범죄를 다르시던 곳)를 제외하고는 모두 초가집이다.
남문(쌍청루)을 지나 서문으로 가는 중간에 만나는 빈길등은 낙안읍성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낙안읍성을 처음 축조한 김빈길 장군의 이름을 따 빈길등이라 불려지고 있다.

서문에서 다시 내려와 이번에는 성내 투어다. 동문 방향으로 왼쪽은 동헌, 내아, 객사, 자료전시관이 있으며 오른쪽은 주민들이 살았던, 현재도 살고 있는 초가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통혼례 체험, 유서 체험, 길쌈 체험, 서각 체험, 국악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전통 한옥을 개조한 숙박 시설도 있어서 조선시대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낙안읍성은 실제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늦은 시간 방문은 불가하다. 겨울철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운영된다.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순천 드라마촬영장.

◇추억과 감동 가득한 순천 드라마촬영장=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OTT 드라마 ‘파친코’. 최근 국극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정년이’, 2023년 김태리에게 연기대상을 안긴 드라마 ‘악귀’, 이동욱·김소연 주연의 판타지 액션 ‘구미호뎐1938’, 1980년 5월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멜로 드라마 ‘오월의 청춘’, 여순사건 이야기를 담은 ‘동백’, 주옥같은 명대사를 남기며 인생드라마가 된 ‘눈이 부시게’까지. 이들 작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순천 드라마촬영장에서 촬영했다는 점이다.

순천시 조례동에 위치한 드라마촬영장은 K-드라마의 위력과 함께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1만2000평 규모로 1960년대 순천 읍내거리,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까지 시대별로 3개 마을을 재현했다. 촬영장내 200여 채의 집이 지어져 있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순천 드라마촬영장의 역사는 SBS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시작된다. 본래 군부대가 위치해 있던 곳으로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군부대가 이전하고 그 자리에 2006년 ‘사랑과 야망’ 세트장이 조성됐다. ‘사랑과 야망’은 국내 최고 드라마 작가로 손꼽히는 김수현 작가의 원작으로, 1987년 MBC에서 방영됐던 ‘사랑과 야망’의 리메이크작이다. 드라마가 화제를 일으키며 이후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 ‘제빵왕 김탁구’, ‘허삼관 매혈기’ 등 다수의 작품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장소의 특성상 시간여행을 위한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50·60세대에게는 그리운 향수를 전하고 20·30 MZ세대에게는 드라마 주인공이 되는 색다른 경험지로의 역할을 한다. 작품 촬영이 시작되면 관람에 제한이 있지만 그 외에는 관광객들에게 상시 개방된다.

규모가 넓은 만큼 곳곳이 포토존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1960~8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를 재현한 곳이 대표적이다. 옛날 교복 체험 의상실에서 교복을 대여해 특별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추천한다. 연중 무휴로 운영되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순천 낙안읍성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 단골 장소다. 드라마 ‘정년이’에 등장했던 큰샘빨래터.

◇사계절 아름다운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12·3 내란사태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영화 ‘화려한 휴가’는 하늘 높이 솟은 초록빛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사이를 초록색 택시 한 대가 조용히 지나가는 영상으로 시작된다. 스토리의 긴장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로수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과 함께한 배경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해당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담양의 대표 명소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1970년대초 담양읍과 전북 순창군 금과면을 달리는 국도 24호선 8㎞ 구간에 메타세쿼이아 2000여 그루를 심으면서 가로수길이 조성됐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이름을 떨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명소가 됐다. 2000년 5월 국도 확장공사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지역민들의 힘으로 지켜내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 속 풍경에서처럼 여름에는 울창한 녹색 터널을 이룬다. 가을에는 붉은 빛에 가까운 갈색으로 물이 들면서 장관을 이루고 잎이 지고 난 후 한겨울 눈이 내리면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으며 동화 속 세상으로 변해간다. 지난해 봄에는 맨발길을 조성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화려한 휴가’ 외에도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 와니가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지나가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으며 ‘1박 2일’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종종 등장할 만큼 아름다운 관광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메타세쿼이아길에는 영화촬영 세트장 ‘존현각’이 설치돼 있다. 지난 2014년 영화 ‘역린’에서 조선 정조임금의 시해를 노린 자객들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지어졌다. 존현각은 경희궁 흥정당 동남쪽의 친현각을 2층으로 개조한 건물로 위층은 주합루 1층은 존현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세트장 건립 당시 조화성 미술감독이 고증을 거쳐 존현각을 실제 규모의 세트로 재현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존현각’은 사극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으로 종종 이용되고 있다. 현재 세트장은 담벼락 너머에서 외부 형태만 살펴볼 수 있으며 내부는 외부인에게 개방되지 않고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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