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가장 큰 잘못을 했지만 홍 감독 빼고 모두가 잘했나 ‘한국은 한국에 졌다’[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6. 7. 1. 13: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면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낸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홍명보 감독의 실패는 예상 밖 사고가 아니었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한 경기, 한 차례 실수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감독 선임 과정부터 대표팀 운영, 대회 준비 및 지원까지 쌓여온 숱한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진 결과였다.

한국은 2024년 2월 7일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0-2로 패했다. 경기 결과도 충격이었지만, 대회가 끝난 뒤 손흥민과 이강인이 경기 전날 몸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파장이 일었다. 선수단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결국 경질됐고,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감독 선임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홍 감독이 공식 선임된 것은 5개월이 지난 7월이었다. 그동안 협회는 명확한 선임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고, 여론의 흐름에 따라 후보군만 계속 바뀌었다.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는 등 절차도 순탄치 않았다. 감독 선임을 둘러싼 혼란이 길어지면서 새 감독이 팀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은 계속 줄어들었다.

한 축구인은 “손흥민과 이강인 충돌 이후 대표팀에는 경기력뿐 아니라 선수단 규율을 바로 세울 지도자가 필요했다”며 “협회가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면 감독 선임도 훨씬 신속하고 소신 있게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인은 “파울루 벤투 감독은 4년 동안 팀을 만들었지만 홍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에 불과했다. 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넉넉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엄지성, 김승규가 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감독 역시 선임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자초했다. 선임 직전까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며칠 뒤 입장을 바꿔 감독직을 수락했다. 시즌 도중 사령탑을 잃게 된 울산 HD 팬들의 반발도 거셌다. 홍 감독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대표팀을 맡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연봉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는 협회가 미숙했고, 선임 이후 대응에서는 홍 감독이 비판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에도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A매치마다 홍 감독이 전광판에 소개될 때마다 야유가 이어졌고, 일부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감독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고 일부 축구인과 축구계 관계자들까지 감정적인 비난에 가세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표팀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홍 감독은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시도보다 안정적인 선택을 반복했다. 기존 주축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고, 월드컵을 겨냥해 준비한 스리백도 기대만큼 완성도를 높이지 못했다. 전술 변화의 폭은 좁아졌고 공격력도 둔화됐다. 결국 한국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2패, 2득점 3실점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강인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홍 감독이 지도자 생활 동안 가장 자주 강조한 단어는 ‘원팀’이었다. 그러나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그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멕시코전에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기 운영 끝에 0-1로 패했고, 마지막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는 결과뿐 아니라 애매한 용병술과 선수들의 의지 부족이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감독의 리더십은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했고, 선수들의 경기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 감독은 대회를 마친 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내게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감독이 성적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은 축구계의 일반적인 원칙이다.

다만 이번 실패를 홍 감독 개인의 책임으로만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직 프로 감독은 “최종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 맞다”면서도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협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수단,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흘러간 비판 여론까지 모두 이번 실패에서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감독 한 사람의 문제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혼선, 준비 기간 부족, 경기력 저하, 선수단 운영과 팀 분위기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은 월드컵 2년 반년전부터 분열된 한국에 패한 셈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