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서사보다 형사의 분투에 초점”
‘악역이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 설명이 없다, 마지막에 서도철 형사와 아들이 라면 먹는 장면의 의미는 뭔가,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다, 감독이 말하려는 내용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류 감독은 ‘베테랑2’에 서도철 형사의 자기 스스로와의 싸움을 담고자 했다. 그는 “서도철이 갈등하고 선택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스펜스와 딜레마, 이를 딛고 일어서서 행동할 때 박진감이 중요했다”며 “빌런의 서사를 설명하는 순간 초점이 서도철에서 빌런으로 이동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악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류 감독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서도철의 내면에 자신을 투영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 안에 쌓인 분노 때문에, 영화로라도 풀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2015년작 ‘베테랑’을 만들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그때 이슈에 분노하고 부화뇌동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후 진실이 드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어도 미안해 하기보다 자기방어 기제가 발동했다. “내 안에 일어나는 이 분노가 과연 정당한가” 싶어지자 “분노를 일으키는 우리의 정의, 신념이 잘못돼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는 “신념이 확고한 사람에 대한 존경이 있었는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신념이 확고하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며 “무지성적인 신념과 정의가 정말 무서운 게 아닐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장르적 재미와 이런 질문 사이에서 균형을 잡다보니 액션영화에서 문법적으로 중요한 빌런의 서사를 버리기로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류 감독은 “마지막에 서도철이 집에 돌아와 (아들 앞에서) 반성하는 게 중요했던 게 서도철이 지키려는 건 세계평화가 아니라 위태로운 자기일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가 다 그렇잖아요. 월세 내고 자식을 학교 보내야 하니까. 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은 얼마나 고귀하고 응원받을 가치가 있나, 이 과정에서 (서도철처럼) 원칙을 지키는 자의 아름다움, 반성하고 사과하는 어른의 존재는 얼마나 귀한가. 이게 고리타분할 수 있지만 되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청문회에서 말도 안 되는 발언이 난무하고 더이상 도덕과 윤리를 얘기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며 “이게 필요 없어진 게 아니라 힘들고 귀찮기 때문에 외면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류 감독과의 촬영에 대해 배우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액션을 워낙 잘 알아서”이다. ‘베테랑2’는 작품의 메시지, 개연성에 대한 관객의 비판은 많지만 액션 장면에 대해서는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영화에서 가짜 해치를 쫓으며 남산 계단을 사정 없이 구르는 장면이 보는 이까지 아프게 만든다. 비 내리는 옥상에서 용의자를 체포하는 순간은 시각적 스타일이 돋보인다. 실제 더 고생스러웠던 건 빗속 체포였다.
황정민은 “남산 계단 구르는 장면은 아이들 놀이터에 있는 푹신한 계단을 새로 만들어 깔았다”며 “배역 하시는 분들이 장난 치면서 재밌게 데굴데굴 굴렀다”고 전했다. 다만 “빗속 옥상신은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류 감독은 “제작과 미술 분들이 정말 고생했다”며 “영등포 시장 한복판 옥상인데 강수기를 놓을 공간이 안 나와 따로 장비를 개발했고, 요즘 건물이 배수가 잘 돼 물이 찰랑거리지 않기에 일부러 모래주머니 쌓아 물을 가두고 아래 층 누수가 생긴 건 다 닦아냈다”고 전했다.
추운 날씨도 문제였다. 그는 “추울 때 물 속에서 찍으면 방수복을 입고 한다”며 “그러면 몸 움직임이 둔해지니 배우들이 되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빗속 액션에 대해 “액션 장면에 자연의 요소가 개입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그게 다 예산과 결부되기에 많이 해보지 못했다”며 “항상 갈증이 있었다”고 한다. 처절한 자연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격투의 치열함, 추위를 뚫고 나오는 열기를 표현하고 싶어서 이번에 비라는 요소를 끌어들여 갈증을 풀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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