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이재명 정부가 떠 안은 ‘좀비 발전소’ 민자 석탄

조원일 2025. 11. 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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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세 곳의 민자 석탄발전소에서 지난 해 발생한 손실액 4,813억원이 한국전력을 통해 국민 전기요금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돼 올해 초가 돼서야 모든 건설을 마친 동해안 민자 석탄발전소들은 송전 제약으로 연간 이용률이 20%대에 머무르며 심각한 손실을 입고 있다. 전력 당국은 동해안 송전망 완공 후에도 민자 석탄 발전사들이 파산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급격히 늘어나게 될 국민 부담에 대해 이렇다할 해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민자 발전사는 더 많은 손실 보상을 받아 내기 위해 관련 규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규모 정책 사업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과 책임 규명은 생략한 채, 전력 당국과 기업들이 ‘밀실 협약’을 통해 국민들에게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왼쪽부터 동해 석탄화력발전소(GS동해전력), 강릉안인 석탄화력발전소(강릉에코파워),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 

망가진 해변, 멈춰선 발전소, ‘님비’로 공격받는 주민들 

5년전 뉴스타파는 강원도 삼척시 맹방해변에서 진행된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시위를 보도했다. (관련 기사 : https://www.newstapa.org/article/RQtS1)  삼척 주민들은 민자 석탄발전사 삼척블루파워가 진행 중인 발전소 건설 중지와 파괴된 맹방해변 복구를 요구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발전소 건설을 막지 못했다.

2025년 11월, 다시 찾은 맹방 해변은 을씨년스러웠다. 고운 모래가 10리를 간다던 명사십리 해변에는 잡풀이 우거졌고,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과 정리되지 않은 건설 현장이 방치돼 있었다. 5년 전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시위에 앞장섰던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는 “석탄발전소 항만시설 공사를 하면서 맹방해변이 초토화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 때 부자였던 마을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졌고 보상금 문제로 갈등을 벌였던 마을 주민들은 모두 피해자가 됐다”며 “발전소는 멈추고, 바다는 죽었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사였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건설비용으로 5조원이 넘게 들었다는 삼척석탄발전소는 좀처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맹방 해변 끝에서 바다를 가로지르는 석탄 하역부두도 멈춰 있긴 마찬가지다. 

강원도 삼척시 맹방 해변의 2017년(왼쪽) 모습과 2025년 모습(오른쪽).

맹방 해변에서 북서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강릉안인 석탄발전소. 지은 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최신형 민자 석탄발전소도 1년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멈춰 있다. 그와 인접한 강원도 동해시의 북평 석탄발전소도 가동 시간보다 멈춰 있는 시간이 훨씬 길다. 

세 군데 민자 석탄발전소들의 가동 정지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한 건 같은 동해안에 위치한 신규 초대형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2호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2024년 4월부터다. 송전 제약에 따라 우선순위에서 밀린 석탄발전소들이 전기를 만들어도 보낼 방법이 없게 되자 가동을 멈추기 시작한 것이다. 

석탄발전소들이 가동 중단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되자 신규 송전망 건설을 서둘어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한전의 사장까지 발벗고 나서 송전설비 건설의 당위성을 설파했고, 한전 고위 간부가 1인 시위까지 벌이며 여론전을 펼쳤다. 한 때 발전소 건설을 반대했던 주민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송전설비 건설을 반대하고 나선 주민들에게는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주민들에게 ‘지역 이기주의(님비)’라며 희생을 강요했다.

동해안 석탄발전소 건설부터 송전선 건설 문제로 이어진 갈등은 이제 수도권, 경기도 하남시에 이르러 절정에 달하고 있다. 동서울전력소 증설반대 비생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희숙씨는 “주민들이 송전설비 건설 정보로부터 차단되면서 주민들 스스로가 권리 주장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떤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다른 지역들이 희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리의 반대를 ‘님비’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있는 곳에 송전설비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 현장. 

동해안 민자석탄발전소 건설로부터 시작된 길고 긴 갈등은 송전선 건설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송전선 문제는 더 큰 본질을 가리는 눈 앞의 문제에 불과했다. 수 많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건설한 민자석탄발전소들은 어느새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발전소들이 입고 있는 수천억원대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대신 물어야할 상황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걸까. 

마지막 석탄발전소의 탄생

동해안을 거점으로 한 민자석탄발전소 추진 배경에는 2011년 9월 15일 전국에서 발생한 순환정전 사태가 있다. 갑작스레 늦더위가 찾아오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전력 공급이 부족해지자 전력거래소는 오후 3시 11분부터 지역별 순환 정전을 시행했다. 대규모 동시 정전(블랙 아웃) 상황은 겨우 모면했지만 병원을 비롯한 학교, 공공기관 등 전국 곳곳에서 전기 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9천여 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피해액은 610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후 밝혀진 당시 순환 정전의 원인에는 전력거래소의 부실 보고가 있었다. 얼마나 많은 전력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공급예비력을 전력거래소가 당시 지식경제부와 한전에 공유하면서 즉시 가동할 수 없는 발전기 용량까지 포함했던 사실이 법원 판결 등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전력거래소의 허수 보고는 2001년부터 10년 가까이 지속됐지만, 순환 정전이 발생하고 나서야 드러났다. 또 정부의 전력 요금 정책 등이 전국적인 전력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후 위기의 전조로 읽히는 이상 고온 현상과 전력 당국의 관리 실패 등이 원인으로 확인됐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가 택한 대책은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민간 사업자들에게 대규모 석탄발전소 운영 허가를 내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대한민국 마지막’ 석탄발전소로 지목되는 삼척화력발전소를 비롯한 동해안 민자석탄발전소 건설은 그렇게 시작됐다. 

부도 위기 몰린 ‘황금알을 낳는 거위’

2012년 7월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건설의향서’ 접수 당시 민간 기업 24곳이 발전소 건설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건설을 희망한 석탄발전소는 무려 50기로 당시 국내 총 전력공급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민간 기업들이 석탄발전소 사업에 대거 뛰어든 것은 일단 정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따 내기만 하면 발전소를 가동하는 수십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중,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가장 뜨거운 수주 경쟁이 펼쳐진 곳이다. 동양, 동부, 포스코, 삼성, STX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경쟁했다. 막대한 수익 창출을 놓고 각축을 벌인 끝에 삼척화력발전소는 동양(추후 포스코로 변경)이, 강릉안인발전소는 삼성물산 등이 주축이 돼 사업 허가를 받았다. 그보다 앞서 결정된 동해화력발전소는 GS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그러나 2025년, 민자석탄발전소들이 마주한 현실은 암울한 수준이다. 낮은 발전기 이용률로 손실이 커지면서 부도 위험에 처했다는 부정적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는 민자석탄발전사들은 전력거래소를 비롯한 전력당국을 상대로 개별적인 소송까지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할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총 사업비 10조원 이상, 대한민국 ‘마지막’ 석탄발전소

동해안 세 군데 민자석탄발전소의 총 사업비는 13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GS동해전력의 동해화력발전소가 2조 2천억원, 강릉에코파워의 강릉안인화력발전소가 5조 6천억원, 삼척블루파워의 삼척화력발전소가 5조 2천억원 등이다

이미 완공된 석탄발전소 사업비를 아직까지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추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전력 당국과 발전사 간에 이견이 존재해서다. 전력당국이 보전해 주도록 돼 있는 총 사업비는 발전사의 손실 보장 규모를 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석탄발전사들은 보장 금액을 늘리기 위해 투입된 사업비를 더 많이 인정받기 원하고, 전력 당국은 그 반대의 입장에 있다. 각 발전소별 총 차입금은 동해화력이 9,261억원, 강릉안인화력이 4조 4,843억원, 삼척화력이 3조 8,7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원리금 상환 압박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민자석탄발전소는 동해화력(1호기 2017년 3월, 2호기 2017년 8월), 강릉안인화력(1호기 2022년 10월, 2호기 2023년 5월), 삼척화력(2024년 5월, 2025년 1월) 순으로 본격적인 전기 생산(상업운전)에 돌입했다. 보통 30년으로 추산하는 설계수명을 적용할 경우, 최대 2055년까지 가동하게 된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게 될 석탄발전소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들 발전소가 2024년부터 심각한 재정난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연간 최대의 생산 가능 전력량 대비 실제 전력 생산량을 뜻하는 발전소 이용률은 2024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2023년 58.2%의 이용률을 기록했던 동해화력발전소는 2024년 27.1%로 떨어졌고, 2025년 상반기에는 21.8%로 더 떨어졌다. 강릉안인화력발전소의 경우 2023년 54.8%에서 2024년 18%로, 2025년 상반기에는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25.5%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2024년부터 1호기 가동을 시작한 삼척화력발전소는 2024년 17.6%에 불과했던 이용률이 2025년 상반기 13.8%로 떨어졌다. 국내 최신형 석탄발전소들이 연간 80%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가동을 멈추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삼척화력의 경우 가동을 시작하자 마자 멈춘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동해안 민자석탄발전소들의 최근 이용률. 2024년을 기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그런데 이들 발전사의 2024년 당기순이익(손실)은 다소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동해화력의 경우 590억원, 삼척화력의 경우 1,7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고, 강릉안인화력은 1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릉안인이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1년에 절반 이상 가동을 멈추고 있는 발전소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을 열자마자 사실상 가동 중단 상황에 내몰린 삼척화력발전소가 무려 1,7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그런데 취재진이 삼척화력발전소의 공시자료를 검토한 결과 낯선 항목이 눈에 띄었다. 

총괄원가 미정산금에 가려진 ‘좀비 발전소’

삼척블루파워의 2024년 사업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타자산으로 분류된 항목 가운데 ‘총괄원가 정산금’이 등장한다.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기 전인 2023년에는 0원이었던 총괄원가 정산금은 2024년 무려 2,035억원으로 기재됐다. 삼척블루파워는 이 돈을 “정산조정계수 제도에 따른 정산금”이라고 밝혔다. 전력당국이 정한 규칙에 따라 “발전사업자의 초과수익은 회수하고 미달액은 보전하여 적정 투자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에 따른 것이라는 게 삼척블루파워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결과 삼척블루파워 측이 기재한 총괄원가 정산금 2,035억원은 2024년에 입은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전력당국(전력거래소와 한전 등)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당국이 국민들에게 받은 전기 요금을 발전사들에게 규칙대로 배분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전력당국이 삼척블루파워 측에 줘야하는 2,035억이란 결국 국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이다.

2025년 3월 공시된 삼척블루파워 사업보고서. 총괄원가 미정산금 2,035억원이 기재돼 있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총괄 원가 제도는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 올 때 발전사의 초과 수익을 제한하는 대신 전기 생산에 들어간 건설 비용부터 원료비, 그리고 일정 비율의 수익까지 모두 보전해 주는 제도”라며 “원래는 발전사들이 전기 판매로 과도한 이익을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마련됐지만 최근에는 발전사들이 손실을 보는 것도 방지해 주는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삼척 블루파워의 이용률이 20%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수익 보전을 위해 전력당국이 내년 혹은 내후년에 지급해 줄 것이라는 취지로 (회계상) 미정산금을 수천 억원씩 잡아두고 있는 것”이라며 “한전이 지급하게 될 이 돈은 결국 국민들이 전기요금으로 다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총괄원가 미정산금은 삼척블루파워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전력당국 또한 인정하고 있는 보전 비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추후 이들 발전소가 소량이라도 전력을 생산해서 한전에 판매하면, 한전은 손실보전을 위한 미정산금을 전력 구매 가격에 포함시켜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미래 전력 구매 비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회계 보고서에 해당 미정산금을 부채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급감한 이용률 저하로 총괄원가 미정산금이 발생한 민자 석탄발전사는 삼척블루파워뿐만이 아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삼척블루파워 외에도 GS동해전력과 강릉에코파워에서 각각 568억원, 2,206억원의 총괄원가 미정산금이 발생했다. 종합하면, 2024년 한 해 동안 이들 3곳의 발전소에서 총 4,8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했고 추후 국민들이 낼 전기요금으로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전력거래소가 밝힌 동해안 민자석탄발전소들의 2024년 총괄원가 미정산금은 총 4,800억원을 넘어 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제공. 

특히 2025년 상반기 저조한 이용률을 보였던 삼척블루파워는 올해 8월 공시한 반기보고서에서 2024년 연말 2,035억원 수준이었던 총괄원가 미정산금이 2025년 6월 3,577억원으로 증가, 반년만에 무려 1,500억원 이상 늘었다고 보고했다. 동해안 민자석탄발전소들의 재정난이 극심해지면서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는 손실 규모도 급증한 것이다.

동해안 민자석탄발전소의 심각한 재정난을 반영하는 지표는 총괄원가 미정산금 뿐만이 아니다. 전력거래소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작성한 ‘동해안 민간석탄발전사 재무전망 검증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강릉에코파워와 삼척블루파워(총괄원가 미정산금 고려)의 경우 2024년 이자보상배율이 각각 0.88, 0.4에 불과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이란 회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기존 차입금의 이자를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를 뜻한다. 3년 연속 1 미만의 수치를 기록할 경우 이른바 ‘좀비 기업(한계 기업)’으로 분류되는데 당분간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이들 발전소들이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울 2호기와 동해안 석탄발전소의 ‘추락’

막대한 국민 전기요금 부담으로 돌아온 동해안 민자석탄발전소들의 손실 원인인 이용률 급감은 2024년 4월, 신한울 2호 원자력발전소가 상업운전에 돌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연료비가 적게 드는 발전소 전기를 우선순위로 공급하는 전력시장 원칙과 송전 제약이라는 기술적 제약 사항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대부분의 국가에서처럼 한국 역시 발전 연료비, 이른바 변동비가 가정 적은 발전소가 먼저 가동해 전력을 공급한다. 태양과 바람을 연료로 삼아 변동비가 사실상 0원인 재생에너지가 가장 먼저 발전하게 되고 그 뒤를 이어서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원자력발전소, 유연탄을 주로 사용하는 석탄발전소, LNG를 사용하는 가스발전소 순으로 발전 우선순위를 갖게 된다. 강원 동해안에는 사실상 대형 발전소가 원자력 발전소와 석탄발전소 뿐이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가 석탄발전소 대비 발전 우선순위를 획득하게 된다. 

문제는 강원도 동해안의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가 가동해서 생산한 전력을 전부 송전망을 통해 흘려보낼 수 없다는 데서 발생한다. 이를 ‘송전 제약’이라고 하는데, 송전선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용량의 전력만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2023년만 해도 한울 원자력발전소가 먼저 송전을 한 후 남은 송전 용량을 강원 동해안의 민자 석탄발전소들이 부족하나마 나눠쓸 수 있었다.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주를 이루는 동해안 전력망 송전 우선순위 개념도. 2024년 원전이 늘어나면서 송전 용량을 초과하는 석탄발전소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4년 4월 대형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2호기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민자 석탄발전소가 쓸 수 있는 송전 용량이 크게 줄었고, 결국 전기를 만들어도 보낼 방법이 없게되자 발전소들이 하나 둘 멈춰서기 시작했다. 송전 제약에 따른 이용률 감소가 심화하면서 민자 발전소들 뿐만 아니라, 수천억원의 미정산금을 물어주게 된 한전 또한 추가 송전선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송전선 건설이 완료된다고 해도 이들 민자 석탄발전소들의 재무 상태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정부와 전력 당국이 밀어붙여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동해안 민자석탄발전 사업이 국민들에게 고통과 희생만 강요한채 완전한 ‘정책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력거래소 용역 보고서 “송전선 완공돼도 파산 위험”

민자석탄발전사들과 한전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는 사업은 동해안-신가평 HVDC 송전선 건설이다. 민자 석탄발전사들의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미래에 추가 건설될 원자력발전소의 전력을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송전선 건설이 완공된다 하더라도 동해안 석탄발전소들의 이용률은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만성적인 ‘파산 위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름 아닌 전력거래소의 외부 용역 보고서가 내린 결론이다.

앞서 언급했던 ‘동해안 민간석탄발전사 재무전망 검증 용역 결과 보고서(이하 용역 보고서)’의 전력거래소 기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6년 하반기 송전선 건설이 완공된다고 가정해도 2027년 예상되는 민자발전소 세 곳의 이용률은 40%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미 2024년 ‘파산 위험’ 상태로 판정된 세 곳의 민자석탄발전소는 2025년은 물론 2026, 2027년까지 만성적인 파산 위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용역 보고서가 가정한 송전선 완공 시점은 2026년 하반기였는데, 보고서가 작성되고 있던 시점에 정부는 2027년 12월까지 완공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용역 보고서가 작성된 이후, 민자 석탄발전소에 더 불리한 쪽으로 상황이 변한 것이다. 

올해 7월 전력거래소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작성한 '동해안 민간석탄발전사 재무전망 검증' 용역 보고서 표지.

주목할 점은 전국의 모든 발전소와 송전망 이용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전력거래소가 기준 시나리오를 통해 송전망 완공 후에도 석탄발전소들의 이용률이 40%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점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국 석탄발전소 운영 상황을 고려한 결과 동해안 송전선 개통 후에도 민자 석탄발전소들의 이용률이 40% 수준일 것으로 가정했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의 이 같은 전망은 동해안 석탄발전소를 비롯해 전국의 모든 발전소에 동시 적용되는 추가 제약 사항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의 전력 시장은 변동비가 저렴한 재생에너지, 원전, 석탄, 가스 발전소 순으로 가동된다. 원전과 석탄이 주를 이루는 강원 동해안의 경우, 한번에 송전할 수 있는 용량 제한, 즉 송전 제약에 따라 송전망이 부족해지면, 석탄이 먼저 전력 시장에서 밀려난다. 또 송전망 추가 건설로 송전 제약이 완화된다고 해도 석탄 발전소에는 또 다른 제약이 발생한다.

또 다른 제약은 ‘전력 공급량은 반드시 수요량’과 일치해야 한다는 전력 공급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정전이 발생하는 것은 전력 공급이 부족할 때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도 정전은 발생한다. 전력 과잉 공급시 주파수 이상 등으로 전력망이 붕괴되면, 전력 기기 등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조건에서 가스, 석탄 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거의 변동하지 않기 때문에 변동비 경쟁력에 따라 후순위로 밀려난다. (아래 표 참조) 뿐만 아니라, 우선순위가 높은 재생에너지나 원전이 늘어났을 때도 석탄, 가스 발전소의 가동 시간은 줄어든다.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해 수요량을 초과하게 된 석탄발전소와 가스발전소는 가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사단법인 넥스트의 이지우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전력 수요는 낮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늘어나는 봄 가을 계절을 예로 들 수 있다”며 “연료비가 가장 싼 재생에너지가 먼저 발전을 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이 많은 낮 시간대에는 석탄발전소까지 가동을 정지해야만 하는 시간대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석탄발전소는 설비 특성상 한번 가동을 정지하게 되면 곧바로 켤 수가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 정지해 있어야 하고, 결국 가동 정지 시간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 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석탄발전소가 밀려나는 시간이 늘기 시작했고, 한번 밀려난 석탄발전소가 장시간 정지하게 되면서 이용률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석탄발전소의 정지 시간 증가 추이를 보여주는 통계도 존재한다.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2024년 전력설비 정지 통계’에 따르면 석탄발전소의 ‘운영예비 초과정지율’은 2020년 7.65%, 2021년 3.97%, 2022년 8.67%, 2023년 13.09%, 2024년 20.22%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운영예비 초과정지율이란 발전기가 가동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지만 송전 제약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가동을 할 수 없는 시간 비율을 의미한다. 

특히 2023년에 비해 2024년 전국 석탄발전소의 운영예비초과 정지율이 7%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 통계 담당자는 “송전 제약에 따른 동해안 민자 석탄발전소의 가동 정지가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전국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며 “운영예비초과정지율의 증가는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 다문 전력당국, 특혜 요구하는 대기업

결국 동해안 송전망 건설이 완료된다고 해도 동해안 민자석탄발전소들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설령 용역 보고서의 예상이 어긋난다해도 우리나라 전체 전력 시장과 송전망을 관할하는 전력거래소가 민자석탄발전소의 만성적인 파산 위험과 그에 따른 국민의 비용 부담 가능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전력거래소. 

이렇듯 무리한 민자석탄발전 사업 추진의 결과로 국민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손실이 전가되고 있지만 이를 밀어붙인 정부와 전력당국은 여전히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전기요금으로 물어줘야 할 민자석탄발전소의 예상 손실 규모가 얼마인지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지도 공론화된 바가 없다. 일각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송전선 건설 반대로 손실이 커졌다고 하지만, 발전소부터 짓고 주민 동의도 없이 송전선 건설을 밀어붙인 전력 당국의 책임 회피성 주장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뉴스타파는 이 같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거래소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민자석탄발전사와의 소송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정부와 전력당국의 이 같은 태도는 정책 실패로 발생한 막대한 피해를 밀실 협상을 통해 국민에게 은밀히 전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때문에 민자석탄발전 사업이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 마련을 위한 공론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그동안 한국의 발전 및 송전 관련 정책은 대부분 밀실에서 소수에 의해 결정돼 왔고, 그에 따르는 사회적·환경적·재정적 비용은 전부 국민들이 감당하는 식으로 넘어왔다”며 “동해안 민자석탄발전소 문제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승수 대표는 “사실상의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과 대책 마련을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송전이 가능한지, 기술적 문제는 없는지 충분한 검토도 하지 않고 발전소 허가를 받아 수익을 올릴 생각만 했던 기업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건설 중인 민자석탄발전소 전부를 LNG 발전소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석탄발전소 사업 허가를 받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혀 대부분 실패했다. 당시 민자 석탄발전사들이 문재인 정부에 반대했던 이유는 “이미 투자한 자금을 날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민자 석탄발전사들의 ‘선택’이 막대한 국민 손실로 돌아온 만큼 그에 합당한 손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민자 석탄발전사는 전력당국으로부터 더 많은 손실 보전을 받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해달라는 요구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강릉에코파워 측은 전력거래소에 정산조정계수 상한선을 없애라는 내용의 규칙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산조정계수는 총괄원가 미정산금 규모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다른 발전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일종의 ‘특혜’로, 규칙이 개정될 경우 국민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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