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카를로스 벨로 주교 아동 성학대 과거 드러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카를로스 벨로 주교가 1990년대 동남아시아 동티모르에서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황청이 2019년 해당 의혹을 접수, 벨로 주교를 징계한 사실도 드러났다.
네덜란드 주간지 더 흐루너 암스테르다머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벨로 주교가 1990년대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가난한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그 대가로 돈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로베르토라고 이름을 밝힌 한 피해자는 “주교가 밤에 나를 성폭행한 뒤 아침 일찍 나를 내보냈다”며 “그는 내 입을 막고, 내가 다시 돌아오도록 돈을 줬다”고 말했다. 로베르토를 포함해 인터뷰에 응한 피해자 2명은 벨로 주교가 자신들뿐 아니라 다른 소년들에게도 성학대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벨로 주교는 이 주간지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교황청은 이튿날 성명을 내고 “당시 주교의 행위와 관련한 의혹을 접수한 뒤 (조사를 통해) 징계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교황청이 부과한 징계에는 벨로 주교의 행동 범위와 사역 활동을 제한하고, 그가 미성년자 및 동티모르 측 관계자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 등이 포함됐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벨로 주교가 공식적으로 모든 처벌을 수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벨로 주교가 징계를 받기 이전 교황청이 의혹을 은폐하거나 봐주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벨로 주교는 2002년 건강상 이유로 딜리 교구의 사도 행정관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교황청에 전했고,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를 받아들였다. AP통신은 “교황청은 왜 벨로 주교의 사임을 허락했고, 그를 모잠비크로 보냈는지에 대해 일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벨로 주교는 1983년 35세에 딜리 교구의 사도 행정관으로 임명돼 동티모르 교회의 수장이 됐다. 그는 동티모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 지역을 지배했던 인도네시아군의 잔혹한 행위를 전 세계에 알리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 공적으로 1996년 주제 라모스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과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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