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사 청산 위기…EU “연료 6주분 남아” 초비상
재파산 美 스피릿, 구조조정 조짐
사우스웨스트 등 잇따라 노선 줄여
유나이티드·아메리칸 합병 논란도
유럽 항공사들 티켓 취소도 잇따라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로 항공유 공급난이 이어지자 미국 일부 항공사가 청산 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 조짐이 일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은 가격은 둘째치고 항공유 재고가 6주분만 남아 항공편 취소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항공료 급등에도 더 낮은 서비스를 감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18일(현지 시간) 악시오스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미국 항공 업계가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아메리칸항공 합병 추진이 대표적이다. 아메리칸항공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합병과 관련해 어떠한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델타·사우스웨스트와 더불어 미국의 4대 항공사로 꼽히는 두 업체의 합병설이 나온 것만으로도 업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 교통통계국(BTS)에 따르면 이들 4개사는 1월 기준으로 최근 12개월간 미국 국내선 유상여객마일(RPM)의 68.9%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항공 업계는 연료비와 인건비 등 비용 상승 및 소비 위축으로 이미 약해진 상태였다. 여기에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결정타를 날렸다. 미 항공사 운영비의 약 30%가 항공유여서 재무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의 2025년 통계를 보면 미 항공사는 중동산을 정제한 한국산 항공유 제품의 수입 비중이 68.6%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두 번째 파산 신청을 제출한 미국의 초저가항공사(ULCC) 스피릿항공은 전쟁으로 청산 위험에 직면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스피릿항공은 수십억 달러의 부채를 줄이면서 올여름 파산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달 청산 결정을 내려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샤이 길라드 조지타운대 경영학 교수는 “스피릿의 최저가 모델은 비용 격차가 클 때만 통하는 방식”이라며 “지금은 그 격차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항공사도 허리끈을 조이고 있다. 사우스웨스트는 최근 노선을 축소했으며 다른 항공사들도 수익성 낮은 노선을 줄이고 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항공유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주요 항공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에어라인스 포 아메리카’에 따르면 미 항공사 연료비는 전쟁 이전 전망 대비 약 240억 달러(약 35조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요금 인상 등으로 140억 달러(약 20조 5000억 원)의 추가 수입을 확보하더라도 업계는 여전히 80억 달러(약 11조 7000억 원)의 손실을 낼 것이라고 단체는 관측했다.
항공유의 75%가량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유럽은 재고가 바닥난 상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남은 항공유가 6주 치 정도에 불과하다”며 “대규모 항공편 취소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좌석 공급의 5%를 감축하는 비상 계획을 수립했으며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다음 달 160편의 항공 운항을 감축하기로 했다.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4월 한 달에만 항공편 1000편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전쟁 이전부터 재정난을 겪던 라트비아 항공사 에어발틱은 연료 가격 상승으로 유동성 압박을 받으면서 정부로부터 3000만 유로(약 522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길라드 교수는 “(유나이티드·아메리칸) 합병설은 항공사들이 규모가 이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러나 업체 간 합병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하고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힛 초프라 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고객들은 항공사 통합이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이미 목격하고 있다”며 유나이티드·아메리칸 합병과 스피릿 청산 가능성에 대해 “소비자에게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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