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야심작 '서울링', '천년의 문' 베꼈나?…표절시비 '시끌'
"명백한 저작권 위반"…서울시 "디자인 예시에 불과"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시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며 야심차게 밝힌 한강변 대관람차 '서울링'이 첫 삽도 뜨기 전부터 표절 시비로 시끄럽다. '서울링'이 20여년 전 무산된 '천년의 문'과 디자인 등에서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천년의 문' 설계를 맡은 건축사 등이 "표절이 아니라 베끼기"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서울링'의 디자인은 예시도에 불과한 것으로 구조가 '원형'이라는 이유만으로 표절 제기를 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관람차 '서울링'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링은 기존 전통적 방식의 '살'(Spoke)이 있는 디자인에서 탈피해 규모 180m 내외의 '살 없는'(Spokeless) 고리 형태로 건축된다. 2025년 6월 착공, 2027년 12월 완공이 목표로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서울링'에 대한 서울시의 발표 직후 '서울링'이 20여년 전 무산된 정부 사업 '천년의 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큇살 없는 원형 고리 모양의 디자인은 물론 서울링 180m, 천년의문 200m로 규모에 대한 유사성 논란도 있다. 위치 역시 서울링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 천년의문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평화의공원으로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천년의문은 2000년 새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3년 완공을 목표로 정부가 조성하려 했던 국가 상징 건축물이다. 공모에서 당선된 건축사무소 오퍼스 등의 안을 기반으로 당시 실시설계까지 진행됐으나 시민단체 등의 '예산낭비' 지적 등으로 끝내 무산됐다.
당시 설계를 맡았던 우대성 건축가는 19일 <뉴스1>과 통화에서 "서울시는 무단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시는 '참고'만 했다고 하는데, 참고와 베끼는 것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쯤 서울시로부터 연락이 와 (천년의문과 관련해) 총 예산은 얼마가 필요한지, 안전성은 확보가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고 답변과 함께 '천년의문 디자인은 사용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에서 진행하다 무산된 사업을 서울시는 어떠한 권한으로 그대로 가져가서 사용하려는 것인가"라며 "설계라는 것은 건축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수많은 엔지니어 등의 노력이 담긴 합작품으로, 서울시는 천년의문 저작권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건축가 단체인 새건축사협의회도 입장문을 내고 "서울링과 천년의문은 개념과 형태, 명칭, 심지어 건립 위치까지 비슷한데도 서울시 발표에는 천년의문 디자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면서 "이는 명백히 저작권을 무시하는 부도덕한 행위이며 이대로 건립되면 표절 혐의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링을 두고 벌어지는 표절 시비에 서울시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운데가 뻥 뚫린 스포크리스 구조의 대관람차가 이미 해외에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관람차 디자인이 단순히 원형이라는 점만 두고 표절을 논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무엇보다 설계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시로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서울링 디자인과 관련해 일반적인 대관람차, 타원형 대관차, 스포크리스 대관람차, 원형 건축물 및 상징물, 천년의문 등 다양한 사례를 비교 참조했고, 예시도 형태로 서울링 디자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구현되는 디자인은 민간의 제안을 받아야 확정된다는 이야기다.
시 관계자는 "방향성 제시를 통해 향후 민간사업자로부터 더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설계 콘텐츠가 제안되길 기대하며 이번 디자인을 제작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법률 자문 결과, 서울링 디자인은 구체적 설계안 도출을 위한 방향성 제시 차원의 예시도로, 대관람차의 기본형태는 원형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기능적으로도 천년의문(관망탑, 전망대)과 서울링(대관람차)은 다른 구조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며 "서울시는 천년의 문 디자인을 존중하며, 향후 민간투자사업 설계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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