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만 잘해줘도 밥값 하는건데".. 홈런 2위, 타점 1위 심우준의 반등 비결

50억원짜리 유격수를 데려올 때 한화 팬들의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수비만 안정적으로 해주면 된다. 센터라인만 잡아주면 밥값이다. 타격은 2할 중반만 쳐줘도 감사하다. 그런데 지금 심우준은 리그 홈런 2위, 타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한화 유격수의 오랜 고통

한화 팬들에게 유격수는 트라우마였다. 수년 동안 유격수 문제로 고전하던 한화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하주석이 2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버텼지만, 그는 원래 2루수였다. 다른 팀들이 김하성, 오지환, 박찬호 같은 리그 대표 유격수를 보유할 때 한화는 늘 부러워만 했다.

그래서 2024년 겨울 지갑을 열었다. 한화는 심우준과 4년 최대 50억원(보장 42억원, 옵션 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부터 상무 입대 전 2022년까지 5년 연속 130경기 이상 출전했던 KT의 붙박이 주전 유격수를 데려온 것이다. 2020년에는 35도루로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2021년에는 KT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으로 활약한 선수다.

먹튀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이적 첫해는 참담했다. 2025년 심우준의 타율은 0.231, OPS는 0.587로 리그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도 -0.11에 그치며 팀 승리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94경기 출전은 군 전역 후 복귀한 2024년을 제외하면 2015년 데뷔 이래 가장 적은 경기 수였다.

수비에서의 안정감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타격과 주루에서는 냉정히 말해 1군급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팬들 사이에서 '먹튀'라는 비판이 나왔다. 오히려 내부 FA로 1억 1000만원에 잔류한 하주석이 훨씬 좋은 활약을 펼쳐 50억 유격수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겨울부터 이를 갈았다

최악의 시간을 보낸 심우준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11월 미야자키 캠프부터 땀을 흘렸고,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도 절치부심했다. 시범경기 11경기에서 9안타 1홈런 5타점 타율 0.290을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다. 수비 실책은 단 하나도 없었다.

개막 5경기 — 두 번의 동점 스리런

정규시즌이 열리자 심우준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28일 키움과의 개막전, 팀이 4-7로 끌려가던 8회말 2사 1·2루. 지난 시즌 한화 동료였던 배동현의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동점 스리런. 팀은 연장 11회 끝내기로 승리했다.

1일 KT전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7-11로 뒤지던 8회말, 이번에는 베테랑 우규민을 상대로 또 한 번의 스리런을 쏘아 올렸다. 두 홈런 모두 뒤지는 상황에서 터진 클러치 홈런이다.

5경기 5안타 2홈런 9타점 5득점 타율 0.313 OPS 1.139. 리그 홈런 2위, 타점은 강백호·장성우와 함께 공동 1위다. 커리어 통틀어 5홈런을 넘긴 시즌이 2021년(6홈런) 단 한 번뿐인 타자가 개막 5경기 만에 벌써 2홈런을 때렸다.

9번 타자가 4번보다 무섭다

한화 타선의 구조를 보면 심우준의 가치가 더 드러난다. 오재원과 페라자가 테이블을 세팅하고, 문현빈-노시환-강백호의 클린업트리오가 중심을 잡는다. 그 뒤를 채은성이 버티고, 마지막에 심우준이 있다. 9번 타자까지 방심할 수 없는 라인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한화 홈런 1위는 307억 노시환(0홈런)도, 100억 강백호(1홈런)도 아닌 50억 심우준(2홈런)이다. 4번 타자가 5삼진으로 고전하는 동안 9번 타자가 팀을 구하고 있다.

수비만 잘해줘도 밥값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타격까지 터지고 있다. 한화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유격수가 드디어 제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