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부터 자동차 사고 수리 과정에서 ‘정품 부품’이 아닌 ‘대체 인증 부품’을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 약관이 개정된다.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이번 개정안은 보험료 절감을 목표로 하지만, 소비자 반발과 정비업계의 혼란이 맞물리며 벌써부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보험 수리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고가차량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왜 내 차에 값싼 부품을 쓰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험사·정책당국 “수리비 줄이자”…소비자는 “왜 내 차에?”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개정안의 핵심은, 정품 부품이 아닌 **‘품질 인증 대체 부품(K-PAC)’**을 먼저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2015년부터 도입된 제도지만, 그동안 실효성이 떨어져 사용률은 0.5% 내외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제는 실제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품질 인증 부품이란, 정부 산하 기관의 시험을 통해 성능과 품질이 정품과 동등하다고 인정받은 비정품 부품을 말한다.
주로 외장 부위인 범퍼, 펜더, 헤드램프 등에서 사용되며, 가격은 정품 대비 평균 30~40% 저렴하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급 수리비를 줄여 적자 구조를 개선할 수 있고, 소비자도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실제 차량을 소유한 운전자들의 반응은 미묘하다. 특히 고급 브랜드 차량이나 신차 오너들 사이에서는 “수리비를 줄이자고 차량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냐”는 반감이 팽배하다.
일부는 “정품이 아니라면 중고차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심리적 불안감도 드러내고 있다.

선택권 침해 논란…“강제가 아니라 유도”라지만
금감원은 “대체 부품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수리비가 저렴한 쪽을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보험 약관을 조정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정품과 대체 부품 중 **전체 수리비(부품비 + 공임 + 대차료 포함)**가 더 저렴한 경우 대체 부품이 우선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설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보험사가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게 되면, 정비소는 사실상 대체 부품 사용을 권장할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상의 ‘묵시적 강제’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선택권 침해 우려가 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등장했다. 청원글에는 “비싼 보험료 내고도 차량 수리에 정품이 아닌 부품을 써야 한다는 건 부당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비업계 “이대로 가면 더 큰 혼란”…현장 불안도 증폭
정비소들도 정책 변화에 따른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품질 인증 부품의 수급 구조가 여전히 미흡하고, 차종별 호환성과 재고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한 중견 정비업체 대표는 “현장에선 소비자가 원하는 정품 부품도 못 구해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증 부품까지 구색을 맞추려면 물류 부담이 더 커진다”며, “부품 공급 지연으로 수리 기간이 길어지면 보험사의 대차 비용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 정비소가 책임을 떠안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소비자가 차량 인수 후 몇 달 지나 부품 문제를 제기하면, 제조사도 보험사도 아닌 정비소가 욕을 먹게 된다”는 지적도 현장에서 나온다.

정부 “소통 강화하겠다”…업계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시급”
금융당국은 우선 해당 제도의 취지를 널리 알리고, 소비자의 오해를 줄이기 위한 홍보 강화와 성능 비교 데이터 공개를 예고했다.
특히 “일률적인 강제가 아닌, 상황에 맞는 예외 적용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혼란을 줄이기 위한 유연한 대응 방안도 모색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보험사·정비소·소비자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명확한 절차와 선택 기준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증 부품을 사용할 경우,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선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이며, 이를 둘러싼 책임 소재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신뢰 없이 제도 안착 어려워…‘품질’ 아닌 ‘감정’의 문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자산이자 감성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천만 원을 들여 구매한 차량에 대해, 소비자들은 “내 차에는 무조건 정품”이라는 강한 기대와 감정을 갖고 있다.
실제 기술적으로 정품과 대체 부품 간 성능 차이가 미미하다는 점은 여러 시험 결과로 입증되었지만, 심리적 거부감은 쉽게 극복되지 않는 숙제다.
과거 휴대폰에 정품 액세서리만 쓰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처럼, 차량 부품에 대해서도 ‘브랜드 가치’와 ‘진품 선호’가 얽힌 민감한 문제가 존재한다.
보험료 인하라는 큰 목표는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오히려 제도의 효율성과 수용성 모두를 해칠 수 있다.
진정한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단순한 ‘비용 절감’ 논리를 넘어, 소비자 감정까지 포용하는 설계와 소통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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