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대부분은 데쳐 먹는데.." 살짝 구우면 흡수율 25배 높아지는 채소

나물이나 반찬을 만들 때 물에 데쳐 먹기 쉬운 채소 가운데, 팬에 살짝 구웠을 때 영양 활용도가 크게 달라지는 식품은 당근입니다. 당근의 주황빛을 만드는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성분이지만, 생당근의 단단한 세포벽 안에 갇혀 있어 그대로 먹으면 충분히 흡수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근을 얇게 썰어 부드러워질 정도로 익히면 세포벽이 풀리면서 베타카로틴이 소화 과정에서 빠져나오기 쉬워집니다.

실제 인체 연구에서는 생당근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의 상대적 생체이용률이 약 11%였던 반면, 기름에 볶은 당근에서는 약 75%로 추정됐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약 7배 가까운 차이입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익혀 으깬 당근의 베타카로틴 흡수율이 생으로 잘게 썬 당근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온라인에서 흔히 말하는 ‘25배’는 조리 방식과 기름의 양, 비교 기준이 다른 실험 결과가 확대된 표현에 가깝지만, 익히고 기름을 곁들이면 흡수가 크게 높아진다는 방향 자체는 분명합니다.

물에 삶기보다 기름 한 방울과 구우세요

베타카로틴은 물보다 지방과 잘 섞이는 지용성 성분입니다. 당근을 물에 오래 삶은 뒤 물을 버리기보다, 팬에 올리브유나 들기름을 아주 조금 두르고 짧게 굽는 방식이 활용하기 좋습니다. 열이 당근 조직을 부드럽게 만들고, 함께 넣은 지방은 베타카로틴이 소장에서 흡수될 수 있도록 미셀을 형성하는 과정을 돕습니다. 채소의 카로티노이드 흡수는 열처리와 분쇄, 식이 지방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근은 약 0.5㎝ 두께로 썰어 중약불에서 앞뒤로 2~3분씩 익히면 됩니다. 완전히 검게 태우지 말고 가장자리가 살짝 노릇해지고 속이 부드러워질 정도가 좋습니다. 소금 대신 후추나 허브를 뿌리고, 달걀이나 두부·생선과 곁들이면 한 끼 반찬으로 충분합니다. 당근을 아주 곱게 갈거나 으깨는 것도 식물 조직을 부수기 때문에 베타카로틴의 이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래 굽는다고 계속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베타카로틴 흡수를 높이겠다고 센 불에 오래 굽거나 기름을 많이 부을 필요는 없습니다. 카로티노이드는 열과 산소에 장시간 노출되면 일부가 산화될 수 있고, 기름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반찬의 열량도 함께 늘어납니다. 당근 한 개에 기름 한두 티스푼 정도만 사용하고, 짧게 익혀 색과 식감을 유지하는 방식이 적당합니다. 생당근도 식이섬유와 아삭한 식감이라는 장점이 있으므로 생으로 먹는 날과 익혀 먹는 날을 번갈아도 좋습니다.

결국 당근은 데쳐서 물기를 짜 먹기만 하기보다 살짝 굽고 소량의 기름을 곁들일 때 베타카로틴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채소입니다. 베타카로틴은 눈과 피부, 면역 기능에 필요한 비타민 A의 재료가 되므로 중년 이후 식탁에도 꾸준히 올릴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당근 한 가지를 많이 먹는다고 시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녹황색 채소와 달걀·생선 등을 함께 먹어야 영양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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