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락에 지쳤나…집중 매도 대상으로 전락한 엔비디아[서학픽]
미국 증시가 사상최고가를 향해 올라가자 서학개미들이 주간 기준 순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엔비디아를 대거 팔아치웠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6월18일에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 135.58달러 대비 여전히 14%가량 낮은 상태인데도 집중 매도의 대상이 됐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주 전반이 기피 대상이 된 듯한 모습이다.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및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 오라클이 지난 9일 장 마감 후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밝히면서 AI(인공지능) 수혜가 예상되는 반도체주들이 소폭 반등을 시도했지만 강도도, 지속성도 기대에 못 미치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반도체주 하락에 베팅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다만 오라클과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암 홀딩스는 매수 우위를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12~18일(결제일 기준 16~20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7667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4주일만의 순매도 전환이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1.2%, 나스닥지수는 1.0% 올랐고 이후 19~20일 이틀간 S&P500지수는 1.5%, 나스닥지수는 2.1% 추가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8일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발표했으나 이날 미국 증시는 약세로 마감하고 하루 뒤인 19일에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서학개미들은 증시가 상승세를 탄 지난 12~18일 사이에 엔비디아를 가장 많은 8875만달러 순매도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를 5361만달러 순매도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나스닥지수가 상승한 지난 12~18일 사이에 119.14달러에서 113.37달러로 4.8%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7월10일에 134.91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에 근접한 뒤 급락하며 지난 8월 초 100달러가 무너졌다.
그러다 지난 8월19일 종가 기준으로 130달러까지 회복했으나 9월 초 다시 102달러로 미끄러졌다.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다시 반등했지만 서학개미들은 전 고점 회복이 힘들다고 판단한 듯 주가가 119달러에서 슬금슬금 내려오자 대거 순매도로 반응했다.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 주가가 120달러대를 회복했던 지난 8월15~21일 주간부터 5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100달러대로 다시 추락했던 8월29일~9월5일 주간과 9월6~11일 주간에도 각각 476만달러와 2833만달러 순매도로 대응했다.
이는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6월18일과 7월10일에 비슷한 수준에서 고점을 찍으며 쌍봉을 그린 뒤 급등락을 반복하자 서학개미들이 향후 주가 강세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이 3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였다. 나스닥100지수가 지난 9월6일 단기 저점을 찍고 급반등하자 TQQQ를 4001만달러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처럼 지난 6월 중순 이후 주가가 널뛰기를 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도 1669만달러 순매도했다. 다만 브로드컴은 최근 엔비디아보다 더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 12~18일 사이에 2.1% 올랐고 19~20일에도 5.8% 추가 상승했다.
순매도 규모가 1000만달러도 안 되긴 하지만 엔비디아의 AI 칩에 도전장을 내민 AMD도 804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이 반도체주가 하락하는 동안 대거 사 모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도 951만달러 순매도됐다. SOXL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른다.
SOXL은 반도체주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지난 12~18일 사이에 하락하면서 같은 기간에 덩달아 0.3% 약세를 보였다. 다만 19~20일엔 7.7% 상승했다.
테슬라는 최근 주가가 야금야금 오르며 240달러에 육박했지만 서학개미들은 주가가 박스권 상단을 넘어서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지 428만달러 순매도로 대응했다.
서학개미들이 지난 12~18일 사이에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였다.
하지만 SOXS는 이 기간 최대 순매수 종목인데도 규모는 1981만달러에 그쳤다. 그만큼 서학개미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사 모으고 있는 종목이 없다는 의미다.
SOXS는 통상 반도체주가 많이 올랐을 때 순매수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반도체주는 지난 7월 초에 기록한 사상최고가에 비해 여전히 15% 이상 하락한 상태다. 반도체주가 기대만큼 강한 반등세를 보여주지 못하자 반도체주 강세 기조가 일단락됐다고 보고 일각에서 반도체주 하락을 예상한 SOXS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직전주까지 4주 연속 순매도됐던 애플은 1322만달러 순매수로 돌아섰다. 애플 주가는 최근 큰 변동성 없이 220달러선 부근에서 등락하고 있다.
최근 서학개미들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보고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도 1106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나머지 종목은 순매수 규모가 1000만달러 미만이었다. 비만 치료제로 유명한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가 842만달러 순매수됐고 지난 9일 장 마감 후 '어닝 서프라이즈'를 선사한 오라클도 757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지난 12일 장 마감 후 기대 이하의 실적을 공개해 주가가 급락했던 어도비도 608만달러 순매수됐다.
서학개미들이 다른 반도체주들은 순매도하면서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암 홀딩스에 대해선 573만달러 매수 우위로 대응한 점도 눈에 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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