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MS와 '소버린AI' 개발 앞두고 보유현금 늘렸다
KT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투자를 앞두고 현금자산을 늘렸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 규모와 부채·순부채비율이 감소했다. KT는 AI를 전 사업 영역에 적용하고, 데이터센터 등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자원관리 효율화를 모색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관계를 다져 소버린AI 시장 개척에 나선다.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9일 실적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AICT) 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성장성 강화와 동시에 구조적 수익성 개선에 노력했다"며 "가파르게 증가하는 AI전환(AX)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 분기 대비 현금 26% 증가·순차입금 11% 감소
올해 2분기 KT의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7867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6.2% 증가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109.7% 늘었다. 기업은 현금자산이 많을수록 신사업 관련 기술·인프라에 투자하거나 부채를 상환해 재무건전성을 높일 여력이 커진다. KT는 오는 2027년까지 AI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전 분기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순차입금은 두 자릿수 감소했다. 부채는 24조1625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1% 늘어난 반면 순차입금은 6조363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1.0% 줄었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보유현금과 예금을 제외한 것이다. 기업이 당장 가진 돈을 동원해도 갚지 못하는 빚의 규모를 보여주기 때문에 더 자세한 부채 상황을 평가하는 지표다.
KT는 보유현금을 늘리고 순차입금은 줄여 재무안전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과 순부채비율이 감소세를 이어갔다. 부채비율은 총자본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로, 보통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올해 2분기 KT의 부채비율은 127.3%였다. 지난해 3분기 134.9%까지 오른 뒤 내림세를 거듭했다.
순부채비율은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감소세를 지속했다. 순부채비율은 보통 2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보는데, KT는 30~40%였다. 순부채비율은 지난해 1분기 46.6%까지 올랐다 올해 2분기에 33.5%로 내려갔다.
MS와 협력 목표는 '한국어 특화 LLM 개발'
KT는 효율적인 자원관리로 AI 투자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는 AI 경쟁력을 높일 방안 중 하나로 MS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장 CFO는 "올 6월 AICT 기업으로의 도약을 가속화하기 위해 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 주권을 지킬 수 있는 소버린AI를 개발해 한국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구체으로 제시했다.
소버린AI는 '자주적인 AI'라는 뜻으로,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언어모델을 자국 언어로 만든다. 전 세계적으로 AI 서비스 수요가 커지면서 소버린AI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영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글로벌 빅테크의 언어모델은 각국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영어권 지역에서는 영어 기반 AI가 주류가 되면서 문화종속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따른다. 이에 더해 각국의 공공·금융 분야에서는 데이터 보호를 이유로 자국 언어모델 기반의 AI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KT는 MS와 협력해 한국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할 계획이다. 장 CFO는 "소버린 AI·소버린클라우드 서비스를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기관에 제공할 것"이라며 "데이터의 소유와 운영·통제 권리를 정부·공공·금융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소유하도록 해 (보안에 대한) 확신을 주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자신했다.
이외에도 KT는 MS와 △AI·클라우드 이노베이션센터 구축 △AI·클라우드 인재 양성 등을 진행한다.
올 2분기 KT의 연결기준 매출은 6조5464억원, 영업이익은 494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보다 0.01%, 14.3% 감소한 액수다. 별도매출은 4조5483억원, 영업이익은 3588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4%, 12.0% 줄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주요 원인은 지난해 3분기에 반영됐던 '임금협상'에 따른 비용이 올해는 2분기에 적영됐기 때문이다.
장 CFO는 "하반기부터 전반적인 사업 수행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선해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경영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