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곳?" 밸류업에 ‘진심’인 롯데, 주가 상승 이끄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향한 롯데그룹의 의지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말 롯데렌탈이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한 지 3주도 지나지 않아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가 동참했다. 주가부양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롯데쇼핑이 유일하게 상승동력을 얻은 양상이라 좀 더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쟁점으로 떠오른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자사주를 둘러싼 온도 차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롯데렌탈을 시작으로 이달 롯데쇼핑(11일)과 롯데칠성음료(16일), 롯데웰푸드(17일)가 연이어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밸류업 계획(예고 제외)을 공시한 기업이 전날 기준 19곳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그룹의 행보가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주가 보니... 롯데쇼핑 ‘웃고’, 롯데칠성 ‘울고’
롯데 계열사 4사가 제시한 비전의 큰 틀은 글로벌과 신규 사업을 강화하고 주주환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각사가 재무현황 및 저평가 원인을 진단해 해결책과 함께 중장기 목표치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대만큼의 동력을 얻지 못한 가운데서도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특히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의 희비가 엇갈렸다. 롯데쇼핑 주가는 공시 이후 17일 장중 한때 6만5800원까지 오르며 최근 3개월간 최고가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롯데칠성의 경우 연일 내림세다. 같은 날 장중 한때 12만1300원까지 하락해 최근 3개월간 최저가를 썼으며, 18일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12만1200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롯데칠성이 지난달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밸류업지수’에 포함된 롯데그룹 내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는 더욱 뼈아프다.
다만 밸류업이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사업 성과가 두 기업의 상반된 상황을 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먼저 롯데쇼핑은 밸류업 계획에서 지난해 194억원에 그친 글로벌 및 신사업 부문 영업이익을 오는 2026년까지 9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을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해외 거점인 베트남 하노이에 지난해 9월 개장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이 근거다. 여기에다 롯데쇼핑→싱가포르홀딩스→베트남·인도네시아법인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재편해 싱가포르홀딩스를 iHQ로 전환한 뒤 투자부터 세무, 자금조달 등 사업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계획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롯데칠성음료는 해외 매출 비중을 지난해 20%에서 2028년 45%까지 늘릴 예정이다. 2028년 5조5000억원을 전체 매출 목표로 잡은 만큼 해외에서만 2조475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편입한 필리핀펩시(PCPPI)의 연간 실적을 온전히 반영한다면 가시권에 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 상반기로 미뤄볼 때 PCPPI 매출 5271억원, 미얀마와 파키스탄 자회사 매출 1025억원, 롯데칠성음료의 별도 수출액 1070억원 등을 더한 해외 매출은 73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연결기준 전체 매출(2조361억원)의 36.2%로 4년 후 목표치인 45%와 9%p가량 차이를 보인다.
주주환원 의지 ‘합격’ 롯데렌탈·롯데웰푸드
4사가 내놓은 주주환원책 중 자사주 매입·소각 의지에서는 차이가 두드러진다. 공통으로 배당 성향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롯데렌탈과 롯데웰푸드는 더 나아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까지 밝혔다. 자사주 매입은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이고, 소각은 잠재적으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롯데렌탈은 이를 위해 연간 당기순이익(연결)의 40% 이상을 쏟아붓기로 했다. 배당에 30%,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머지 10%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 7월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99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다음 달 29일 이를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롯데웰푸드도 2028년까지 35%의 평균주주환원율(총배당액과 자사주 신규 매입액, 기존 자사주 소각액의 합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과 함께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6.29%(59만3307주) 규모다. 2017년 롯데지주㈜(옛 롯데제과)로부터 인적분할해 신규 설립할 때 발생한 단주(4578주)와 2022년 롯데푸드㈜와의 합병 과정에서 생긴 58만8729주로 구성돼 있다.
반면 롯데쇼핑은 배당에 집중하기로 하고 자사주 매입·소각에는 선을 그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24~2026년 주주환원율은 롯데렌탈과 동일하게 35%로 정했다. 대신 최소 주당배당금(DPS)을 3500원으로 정해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칠성은 2028년 목표 주주환원율을 30%로 잡았다. 4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현재 롯데쇼핑이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의 0.06%(1만8115주) 수준이며 롯데칠성은 자사주가 없다.
다만 배당과 자사주 정책이 동시에 이뤄질 필요는 없다. 기업이 처한 환경에 따라 주주환원 정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롯데렌탈의 경우 투심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입장인 만큼 투트랙 전략을 쓴 것으로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은 선택의 문제”라며 “롯데쇼핑, 롯데칠성 같은 굴뚝기업이라면 자사주 매입을 위해 내부 실탄을 낭비하기보다 경영성과를 적절하게 나눠준다는 측면에서 배당성향을 제고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