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왕 런던까지 운구 책임진 앤 공주 "영예이자 특권"

김태훈 2022. 9. 14. 17:2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왕의 유일한 딸이자 새 국왕 찰스 3세 여동생
72세 고령에도 밸모럴성→런던 운구 임무 완수
승마 선수 출신.. 1976년엔 올림픽 출전하기도
언론 "오빠 찰스 3세에 자문하는 '오른팔' 될 듯"
13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서쪽 노솔트 공군기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시신을 스코틀랜드에서 운구해 온 공군 수송기가 착륙하자 검정 상복 차림의 여성이 군인들의 영접을 받으며 공군기에서 내렸다. 여왕의 유일한 딸이자 새 국왕 찰스 3세의 누이동생인 앤 공주다. 1950년 8월 태어나 72세의 고령이나 모친이 서거한 지난 8일 이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수도 런던까지 시신을 운구하는 중책이 그에게 맡겨졌다. 이날까지 거의 매일 밤 눈도 제대로 붙이지 못해 몹시 피곤했을 테지만 앤 공주의 얼굴 표정과 몸가짐, 그리고 옷차림에선 흐트러진 구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노솔트 공군기지에 막 착륙한 공군 수송기에서 내린 앤 공주(가운데)가 공군 관계자의 영접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공주 왼쪽은 남편인 티모시 로런스. 공주 부부는 이날 에든버러 공항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실은 군용기에 동승해 런던까지 비행했다. 런던=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서거 후 공작 부인에서 왕비로 승격한 커밀라, 역시 왕자비에서 왕세자비로 한 단계 올라선 케이트 미들턴 등 왕실의 여인들이 잇따라 주목을 받은 가운데 이날부터는 모친의 시신 운구 임무를 완수하고 런던에 복귀한 앤 공주한테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앤 공주 스스로 런던 도착 후 낸 성명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여정에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은 영예이자 특권이었다”며 “가는 곳마다 영국 국민들이 어머니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없이 겸허해지는 동시에 행복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오빠이자 영국의 새 국왕인 찰스 3세를 향한 국민적 지지와 성원을 부탁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앤 공주는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여왕이 생을 마감하기 전 마지막 24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서거 사실이 공식 발표된 뒤 약 사흘 동안의 준비를 거쳐 11일 국장(國葬) 절차가 시작됐다. 앤 공주는 그날 밸모럴성에서 운구차량에 동승해 280㎞ 떨어진 에든버러까지 6시간 동안 여왕의 관 곁을 지켰다. 280㎞를 이동하는 데 6시간이나 걸린 것은 더 많은 시민들이 운구 행렬을 보며 여왕 서거를 애도할 수 있도록 일부러 비좁은 국도를 택해 천천히 달렸기 때문이다. BBC는 “밸모럴성에서 에든버러까지 가는 6시간의 여정이 72세 공주한테는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든버러 도착 후 여왕의 관은 홀리루드 궁전에 안치돼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인 12일 오후 세인트 자일스 성당으로 옮겨졌다. 여기에선 일반인의 조문을 위해 13일까지 24시간 동안 관을 공개했는데, 이 경우 영국 왕실의 오랜 전통에 따라 남성 왕실 구성원이 관 곁에 서서 지켜야 한다. 그런데 앤 공주는 이런 관행을 깨고 본인이 직접 영국 해군 군복 차림을 하고 관 바로 옆에서 24시간 동안 서 있었다. BBC는 “앤 공주가 영국 왕실의 전통적인 밤샘 행사에 참여한 첫 여성 구성원이 되었다”며 “남녀가 평등한 시대에 태어나 평등한 교육을 받고 자란 공주답게 남자 형제들과 동등한 존재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세인트 자일스 성당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신이 안치된 가운데 고인의 딸 앤 공주(왼쪽)가 영국 해군 제독의 옷차림을 한 채 관 곁을 지키고 있다. 에든버러=AP연합뉴스
앤 공주는 13일 에든버러에서 여왕의 관을 실은 군용기에 동승한 데 이어 런던 인근 공군기지 착륙 후 운구차량이 버킹엄궁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1973년 결혼한 첫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딸 하나씩을 둔 앤 공주는 자녀에게 귀족 작위를 주는 것을 거부하고 평민처럼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남편의 불륜이 원인이 돼 1992년 이혼한 뒤로는 현 남편인 해군 장교 티머시 로런스와 재혼했다. 승마에 소질이 있어 1971년 당시 21세 나이에 영국 국가대표로 유럽선수권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땄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도 승마선수로 출전해 ‘올림픽 무대를 밟은 최초의 영국 왕실 구성원’이란 기록을 세웠다.
1970년 당시 22세이던 찰스 영국 왕세자(오른쪽)와 20세이던 누이동생 앤 공주. AFP연합뉴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조용한 사생활과 성공적인 자선사업 등으로 영국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앤 공주가 향후 국왕 찰스 3세의 ‘오른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BC 역시 “앤 공주가 오빠인 찰스 3세에게 조언하고 또 각종 지원을 하는 것으로 공적 영역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