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대선 향방에 촉각…3분기 어닝콜서 대선 역대 최다 언급

미국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3분기 어닝시즌 동안 미 주요 기업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뉴욕주 감사원

3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의 자료를 인용해 9월15일~10월31일 사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 기업의 실적 발표에서 ‘선거’라는 단어가 총 100번 언급됐다. 이는 2004년 미국 대선이 있었던 해의 같은 기간 중 역대 최다로 2008년의 31번에 비하면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이번 어닝시즌에서 S&P500 기업 중 약 20%가 이 단어를 언급했다.

존 버터스 팩트셋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주 동안 대선을 언급하는 기업 수가 크게 늘었지만 기업 중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경우는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러 경제지표에서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 유권자들의 관심은 물가에 쏠려있다. 기업 경영진 당선자의 경제 정책과 대선 전후 정치적 불안정이 자사 사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최대 주택건설업체인 DR호튼의 폴 로마노프스키 CEO는 내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선거 관련 스트레스로 “구매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요를 늘리기 위해 모기지 구매 지원책을 제공하고 소형 주택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DR호튼의 마이클 머레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모두 선거가 끝나기를 바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구매자 심리와 향후 삶의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국 기업들은 대선 직후 있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주시하고 있다. 공구기업 스탠리 블랙앤데커의 도널드 앨런 CEO는 대선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조치로 내년 상반기까지 “혼란스러운 시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앨런은 또 트럼프의 관세 인상 공약을 언급하며 “미국이 새로운 관세 체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수입품에 대해 10~20%의 전면적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의 관세 부과 방안을 핵심 경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 제조업체 도버의 리처드 토빈 최고경영자(CEO) 지난달 말 실적 발표에서 “대선과 관련된 불확실성과 기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약간의 경계심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전원 생활용품 업체인 트랙터서플라이는 지난 대선 기간과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대선 전후로 항공 여행 수요가 저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크루즈 업체 로얄캐리비안은 대선이 열리는 주에 예약 건수에 약간의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용정보업체 에퀴팩스의 마크 베고르 CEO는 기업 경영진이 대선 결과가 사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함에 따라 신원 조회 건수가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대선이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티븐 스퀘리 CEO는 “이 회사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해왔다”며 “여러 차례의 대선과 하원, 상원 등 다양한 의회 구성을 경험해왔다”고 강조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