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이들의 죽음, ‘무연고사’도 고독사 아닌가요?

박가영 2023. 3.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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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고립된 채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 사람들. 이들의 죽음은 흔히 '고독사'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던 이들의 죽음을 정부 차원에서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KBS는 지난해 정부의 첫 고독사 실태조사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사업들에 대한 보도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죽음은 사회적으로 외면받고 있습니다.

■ 홀로 죽었지만 고독사가 아닌 '무연고사'

대구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가 치러졌다.


대구에선 올해 무연고 사망자들의 공영장례가 처음 도입됐습니다. 그동안 무연고 사망자들은 장례나 추모 절차 없이 입관과 동시에 화장해 시립봉안당에 안치돼 왔습니다. 이런 그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현할 수 있도록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생긴 겁니다.

장례지도사들은 공영장례의 도입을 반겼습니다. 추모의 과정을 통해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무연고 사망자들을 보낼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고인 한 명당 상차림 비용을 포함해 약 80만 원이 지원되는데, 예산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사비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영 장례를 치른 무연고자들은 지난 2월 기준 총 10명입니다.

김영준/ 대구파티마병원 장례지도사
"이전에 무연고 사망자들을 처리하는 절차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그다음 염을 하는 과정에서 보면 이분들이 많이 힘드셨다는 것을 저희가 느낄 수가 있었거든요. 공영 장례가 시작되면서는 비록 저희 직원들일지라도 이렇게 마지막 배웅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도 없이 홀로 죽음을 맞이한 무연고자들의 죽음은 고독사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 첫 실태조사 불구 축소된 고독사 통계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최근에서야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4월 고독사예방법(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첫 시행 됐습니다. 이듬해에는 보건복지부는 첫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불과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제대로 된 고독사 통계도 없던 것을 생각하면 유의미한 진전입니다. 당시 전국 17개 지자체에서 대구를 포함한 12곳은 무연고사를 고독사 통계로 대체하고 있었습니다. 또 경북을 포함한 나머지 시도는 자체 집계를 하거나 통계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실태조사 이후 새롭게 발표된 통계에서 무연고사는 제외됐습니다. 지난해 고독사 실태조사와 관련한 국회입법조사처 주최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와 무연고사를 다른 죽음으로 인식하고 기준을 나눴기 때문입니다.

사망 장소가 살던 곳이고, 시신을 가족이 인수하는 등의 경우는 고독사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사망 장소가 살던 곳이 아니고,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무연고사로만 처리됩니다.

똑같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맞은 죽음이지만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다른 죽음으로 집계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통계부터 축소되면 제대로 된 사업수립이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대구시의 경우 지난해 고독사는 124명이었던 반면, 무연고사는 205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실제 무연고사를 고독사에 포함한다면 3분의 1수준으로 축소된 수치입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현재의 고독사 관련 통계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통계라고 보입니다. 고독사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하고 무연고사까지 포함한다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죽음의 사례는 지금보다 굉장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고독사' 개념 확장한 '고립사' 도입 추진

이에 고독사에 무연고사를 포함 시킨 '고립사'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죽음이 사회적 고립에서 온 것으로 보고 이를 통합해 관리해 나가자는 겁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발표한 고독사 관련 보고서에서 "고독사와 무연고사를 명확히 구분해 내는 것보다 사회적인 고립 사례들을 신속히 발굴해 외로운 죽음을 예방해야 한다"며 "기존에 관리돼 오던 무연고사와 고독사 간의 통합적인 개념 정의를 마련하는 입법적 고민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15일 국회에서는 무연고사를 고독사에 포함 시켜 '고립사'로 재정의하자는 내용의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혼자 죽음을 맞는 것을 고립사로 정의하고, 무연고사도 이에 포함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개정안 발의)
"기존 법과 행정은 고독사와 무연고사를 분리했기 때문에 통계 및 실태조사의 한계가 지적돼 왔습니다. 통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국가 사업의 추진력이 떨어집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미비점을 인식하고 폭넓은 고독사 정의를 통한 실태조사를 해야 합니다."

사회적 고립으로 홀로 맞는 죽음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고립사' 개념의 도입을 통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그에 따른 적절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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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영 기자 (go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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