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고, 안 입으며 버텼는데".. 웬 '쓰자', '사자'라니, 글쎄?

제주방송 김지훈 2023. 3. 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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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 소매 판매 등 감소.. 음식료품 소비도 급감
고물가·고금리, 연료물가 상승 영향 "씀씀이 줄여"
해외 여행 등 여행심리 회복.. 외부수요 유출 뚜렷
'내수 진작' 정책 초점.. 대규모 세일 등 다방면 검토
실질소비·소득 정체.."가계 부담 해소 우선돼야"


해외여행 회복세에 누적됐던 여행심리가 풀리고 '나가서 즐기자' 분위기가 지속 이어지는데, 한쪽에선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로 소비 위축세가 거듭되면서 '안 먹고, 안 입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양상입니다.

지난해 가을 이후 전반적인 소비가 5% 정도 줄었는데 대부분 의·식, 즉 의류와 음식료품 부문이 감소세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주체들이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걸 줄이면서, 아끼는 걸 택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악착같이 씀씀이를 줄여봐도 사실 크게 나아진건 없는데. '쓰자' 분위기를 유도하는 정책이 어떻게 실효성을 더할지,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소매판매, 지난해 8월보다 5%↓.."코로나19 이전보다 덜 먹고, 덜 써"

오늘(13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분석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가 지난 1월 기준 103.9(2020년=100)로, 지난해 8월(109.4)보다 5.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며 내수, 즉 국내 소비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소매 판매액 지수는 개인·소비재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 기준으로 조사한 것으로 여기에서 계절적 요인이나 물가 영향치를 뺀 것을 계절조정지수라 일컫습니다.

이 기간, 소매판매액 지수 중 감소 폭이 가장 큰 부문은 '먹는' 품목으로 나타났습니다.

음식료품 소매판매액지수가 97.2로, 기준치 100을 밑돌았습니다.

소매판매액 지수가 지난해 8월(107.5)보다도 10.3% 하락했습니다.

기준치로 삼는 시점이 2020년임을 감안하면, 코로나19 때보다도 먹을거리를 더 소비하지 않았다는 얘기로도 해석됩니다.

음식·숙박업의 경우 서비스업 생산지수가 지난 1월(119.6)이 지난해 8월(124.3)보다 5% 가까이 하락했고, 세부적으로 음식업만 보면 지난해 8월(119.4)보다 지난 1월(113.7) 5.7% 하락하면서 6% 상당 떨어졌을 정도입니다.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집에서 먹는 음식을, 음식업 등 생산지수는 외식 부문과 연계되는 걸 감안하면 집 안팎에서 쓰는 비용 모두 크게 감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외식·가공 등 서비스물가 대폭 상승.. 집밥·외식 부담 가중

이는 식료품을 비롯한 외식 등 서비스물가 상승세 여파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는 지난달 품목별 소비자물가 상승률만 해도 외식 물가가 지난해 대비 7.5%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4.8%)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지난해 1월 외식물가는 5.5%에서 시작해 지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전년 대비 높게는 9%를 기록하며 폭증세를 보였습니다.

또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도 전년 대비 10.4% 오르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배 이상 웃돌아 가계 부담을 실감케 했습니다.

지역 수준도 크게 다르지 않아 제주 역시 이같은 상황들이 고스란히 반영돼, 외식물가는 지난달 8.0%에 가공식품 물가 역시 10.5%로 전국 평균을 웃돌면서 식재료비와 나가서 사먹는 지출의 압박이 상당한 수준임을 반영했습니다.


■ 고물가·고금리에 연료 물가 폭등.."안 입고 버텨"

고물가 여파는 먹는 것과 더불어 입는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을 일컫는 의복이나 신발·가방 등을 포함한 준내구재의 경우 소매판매액 지수가 지난 1월 111.5로 지난해 8월(119.3)보다 7.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의복만 해도, 지난 1월 소매판매액 지수가 114.5로 지난해 8월(123.9)보다 9.4% 하락하면서 낙폭이 더 컸습니다.

웬만하면 있는 옷으로 겨울을 버티며 지냈다는 얘기로 해석됩니다.

실제 냉방기를 켜며 수요가 쏠린 지난해 8월 전기·가스·수도 물가 상승률만 해도 15.7%로 제법 높았던게 지난 1월 28.3%로 급증세를 보였고 지난달은 28.4%로 상승 폭을 더 키웠을 정도로 연료물가 상승세가 거셌습니다.

이처럼 의류 소비는 기상 등 계절요소 영향을 주로 받는데다, 연말 연초 고금리와 고물가 등 요소까지 맞물리면서 씀씀이를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고물가·고금리 여파 속에서 각종 대출 부담 등에 따라 소비 여력이 축소된데다, ‘난방비 폭탄’으로 대표되는 연료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의식주’에 필요한 소비재들을 가급적 줄여나가는 기폭제 역할을 한 셈입니다.

더불어 소비재 중에도 꼭 필요하지 않은 임의 소비재들을 줄이는 경향도 강해졌습니다.

화장품만 해도 같은 기간 소매판매액 지수가 11.4%, 통신기기나 컴퓨터 소매판매도 16.2% 급감했습니다.
내구재도 마찬가지로, 가구 소비도 같은 기간 7.1% 감소한데다 소비 수준 자체도 기준치를 밑돌면서 경기 둔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해외여행 수요 등 증가세.."더 늘어날 것"

상대적으로 이 기간, 오락·취미·경기용품 등의 소매판매액 지수는 115.9에서 127.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신발이나 가방 등은 의류와 달리 오히려 3% 상승했습니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국제항공료만 봐도, 지난해 8월 22% 수준 높았던게 지난 1월 10.5%, 지난달 9.5%로 내려왔습니다.

항공료 수준이 결코 적지는 않지만, 지난해 여름과 가을시즌 치솟았던 때보다는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높은 가격으로 국내·외 이동 부담을 더했던게 국제 유가 안정에 방역 완화와 해외여행 회복세에 맞물리면서 차츰 가격이 떨어지고, 해외 여행객 증가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4년 가까이 막혀 있는 하늘길이 열리면서 여행객이 몰리는 등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초반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는 부분은 있다"면서 "한중 노선 증편을 비롯해, 앞으로 국제노선이 계속 증편 추세라 빠르면 다음 달 말이나 5월부터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줄이자' 분위기 속, '쓰자' 정책 한계.."부담 줄여야"

내수 침체는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로 빠지는 수요가 늘자 정부 차원에선 숙박과 농축산물 소비쿠폰 발행 등 대규모 세일행사 기획 등을 검토하고 이달말 최종 대책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관련해 일각에선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 전반적으로 구매력이 감소했고 '줄일 건 줄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이같은 정부의 소비 진작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회의론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제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고, 소비 여력조차 없는 가계에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우선적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들을 고민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와 방법들을 찾아 나가야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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