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철강 '직격탄', 해운·정유 '영업중단 리스크'[1500원·100달러 쇼크]
중동발 리스크·공급난에 산업 전반 공급망 불안
장기화 시 장기 침체 우려, 생존 격차 심화 전망

원·달러 환율 1500원대와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가 맞물리며 국내 산업계 전반에 '이중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비용 구조가 취약한 항공·철강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고, 해운·정유업계는 단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차질에 따른 '영업 중단 리스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업종별로 충격의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가 상승과 수요 위축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위기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 유류비·환율 '이중고'…LCC 구조적 취약성 부각
가장 큰 부담은 항공유 가격이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 최근 200달러 안팎까지 급등했다. 전 세계 항공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수급 불안이 극대화된 영향이다. 유류비는 항공사 전체 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항목으로, 이번 급등은 수익성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파생상품을 활용해 유가 변동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 아시아나항공은 약 30% 수준까지 헤지 전략을 적용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헷지 상품을 통해 유가 급등에 따른 유류비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 위축은 피하기 어렵다. 항공사들은 4월 유류할증료를 전월 대비 최대 3배 인상했고, 이에 따라 미주 노선 기준 최대 4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실제 진에어는 괌·클라크·나트랑·세부 등 8개 노선, 왕복 45편을 감편했다.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도 잇따라 운항 축소에 나섰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더해지며 부담은 배가 되고 있다. 항공업 특성상 유류비와 리스료, 정비비 등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만큼 원화 약세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업력이 탄탄한 대형 항공사와 달리, 현금 동원력이 약하고 기재 리스 비중이 높은 LCC들은 고정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고꾸라질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철강업계, 원재료·에너지 비용 '이중 압박'
국제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발틱운임지수(BDI)는 여전히 지난해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해상 보험료 역시 최대 50% 이상 상승했다.
특히 철강업은 전력·연료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과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까지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제조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정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환율과 유가뿐만 아니라 미국의 관세 정책도 큰 변수"라며 "단순 환율 문제를 넘어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로 전환, 수소환원 등 구조적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유업계, '단기 호황' 속 공급망 리스크 확대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을 크게 웃돌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역시 각각 75%, 164% 급등하며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호황은 '착시 효과'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정유사 원유 도입 물량의 약 70%가 중동산이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당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유 조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대체 항로로 거론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역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봉쇄 시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운송 거리가 약 9000km 늘어나며, 운송 기간도 최대 2주 증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로 글로벌 원유 공급이 하루 약 80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8%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단순한 수익성 악화를 넘어 생산 차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공급에 차질이 생겨 비싼 기름을 들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비용이 증가해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운임 급등에도 '시차 충격' 경고
운임은 급등했다. 중동 노선 운임은 1TEU당 3700달러 수준으로 전쟁 이전 대비 약 3배 상승했다. 그러나 물동량 자체가 감소하면서 운임 상승이 곧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연료비(벙커유)와 용선료 상승까지 겹치면서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환율 상승 역시 운임 수익 증가 효과를 일부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동에 이어 홍해까지 봉쇄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충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부 선사들은 제3국 하역이나 육상 운송으로 우회하는 등 비정상적 물류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완화되더라도 여파는 3~4개월 지속될 것"이라며 "해운업은 공급망이 한 번 무너지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비용 상승 국면이 아닌 '구조적 복합 위기'로 보고 있다. 항공·철강은 즉각적인 비용 충격을 받고, 해운·정유는 시차를 두고 더 큰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고환율·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별 체력에 따라 생존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 대응을 넘어 에너지 구조 전환과 공급망 다변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이건우 기자 redfield@newsway.co.kr
이승용 기자 lsy2665@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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