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백산이 품은 천년 사찰
'영주 비로사'
소백산 비로봉 남쪽 자락에 자리한 비로사는 통일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680년에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영주의 대표 사찰이자 역사 깊은 문화유산이지만, 상업화되지 않아 외지인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다. 입장료도 없고, 주차비도 없으며, 홍보물 한 장 찾아보기 어려운 조용한 절. 그러나 가을이 되면 현지인들이 몰래 찾는 단풍 명소로 변신한다.

비로사는 수차례의 전란과 화재로 소실과 복원을 반복해온 사찰이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승병의 거점으로 활용되었으나 전쟁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불타버렸다. 이후 1609년 경희 스님이 법당을 중건하고, 1684년 월하 스님이 산신각 등 40여 칸을 다시 세우며 사세를 일으켰다.
그러나 1907년 또다시 화재로 건물 대부분이 소실되고, 6·25 전쟁 중에도 피해를 입었다. 현재의 모습은 1992년 주지 성공 스님 부임 이후 복원된 것으로, 오랜 시간의 불사 끝에 적광전, 나한전, 반야실, 망월당 등이 들어서 오늘날의 단정한 산사로 자리했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고요함이다. 산사 주변에는 단풍나무가 수십 그루 줄지어 서 있고, 10월이면 붉은빛과 노란빛이 섞인 단풍잎이 법당 지붕 위로 내려앉는다.

가을의 비로사는 인파로 붐비지 않는다. 관광객보다 마을 주민들이 산책 삼아 찾는 경우가 많고, 덕분에 단풍철에도 고요함이 깃든다. 경내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오래된 석불과 석등, 진공대사보법탑비 등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중 영주 비로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과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보물로 지정된 귀중한 문화재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사이, 햇살이 사찰 담장 위로 비치면 붉은 잎들이 반짝이며 황홀한 장면을 연출한다. 그 순간, 비로사의 세월이 고요하게 숨 쉬는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입장료나 주차비 없이, 그저 걷고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주는 곳.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진짜 가을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 주소: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삼가로 661-29
- 이용시간: 일출~일몰
- 휴일: 연중무휴
- 주차: 가능
-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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