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5800원 고배당' 뒤에 숨은 시나리오는?

/ 사진 =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경기 둔화의 파고를 뚫고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시장의 이목은 호실적을 넘어 전격적으로 발표된 '파격 배당'에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배당 확대가 단순한 주주 환원을 넘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9일 실적 발표를 통해 2025년 매출액 29조5664억원, 영업이익 2조73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1% 18.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7.0%를 기록해 질적 성장을 입증했다. 당초 현대글로비스가 제시했던 영업이익 가이드라인(1조8000억~1조9000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이러한 호실적은 파격적인 주주 환원으로 이어졌다. 현대글로비스는 2025년 결산 배당금을 주당 58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전년(3700원) 대비 57% 폭증한 수치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난해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된 가이드라인(배당성향 25% 이상, DPS 최소 5% 상향)에 따라 올해 배당금이 5700원 선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5800원을 결정하며 실적 개선의 자신감을 주주 가치 제고로 확실히 증명했다는 평가다. 현대글로비스는 향후에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 충족 여부를 배당 정책 수립 시 중요한 고려 요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이러한 공격적인 배당 행보를 현대차그룹의 숙원인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와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핵심 계열사다. 정 회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00%(1499만9982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 주당 5800원 배당을 통해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에서만 약 87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확보된 현금은 향후 현대모비스 지분 추가 매입이나 상속세 재원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직접적인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다.

공격적인 배당 정책은 주가를 견인하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현대모비스 지분을 맞교환(스왑)하거나 두 회사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가동될 경우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높을수록 대주주에게 유리한 결과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시가총액)가 커질수록 정 회장은 본인이 가진 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 그룹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실적 호조→고배당→주가 상승→대주주 자산 가치 극대화 및 현금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의 난이도를 낮추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매출 목표를 31조원 이상으로 제시하며 공격적인 성장을 예고했다. 비계열 고객 확대와 선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현대글로비스는 △LNG 운반선 등 친환경 에너지 운송 확대 △보스턴 다이내믹스 협업 기반의 로보틱스 물류 전환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구축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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