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의문사' 항의 시위 80개 도시로 번져.. 76명 사망
‘히잡 의문사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 시위가 2009년 반(反)정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사망자가 76명에 달하는 등 사태가 격화하고 있지만, 이란 당국은 “서방의 음모”라며 강경 진압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26일(현지 시각) 이란 곳곳에서는 히잡 의문사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10일째 이어졌다. 수도 테헤란을 포함, 이란 전역 80여 도시에서 시위가 동시 다발한 가운데, 유럽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단체(IHR)는 이날 기준 최소 76명의 시위대가 숨졌다고 발표했다. 서부 오시나비에에서는 시위대가 도시를 장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부 마잔다란주에서는 반정부 시위대가 관공서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1000여 명이 체포됐다고 국영 IRNA 통신이 전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란의 안정과 안보를 깨려고 노력했다”며 “이번에도 미국과 유럽은 거짓 선동으로 폭도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잔다란주 당국자도 “이번 시위는 국외 반혁명 분자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다 갑작스럽게 숨진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이번 시위는 군경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더 거세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경찰이 테헤란 샤라크 에크바탄 지역 한 아파트 창문을 향해 총을 발포하고, 라슈트 지역에서 아파트 안으로 최루탄을 쏘는 영상이 공유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강경 보수파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작년 8월 취임한 뒤 누적된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이번 사태의 배경을 분석했다. 온건파인 전임 하산 로하니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았는데, 강경파인 라이시 대통령은 풍속 단속 경찰의 폭력 조치를 용인하는 법 개정 등으로 특히 여성들의 복장 규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가 풍속 단속 경찰 본부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국제언론단체인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시위 과정에서 최소 11명의 기자가 체포됐다. 이 중에는 병상에 있는 아미니 가족을 처음 인터뷰한 기자도 포함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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