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무한 톡톡', 안 받았더니 '뒷담화'.. "정상인가요?"

제주방송 김지훈 2023. 6. 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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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1명 "휴일·퇴근 후에도 일한다"
직장인 60% "퇴근 이후 업무연락 받아"
임시직·프리랜서 등 고용 불안할수록↑
'연결되지 않을 권리'.. 해외 '명문화' 추세
'카톡 금지법' 등 수년 째 발의, 표류 중


"야근하고선 잠을 자야하는데, 계속 울리는 ‘톡,톡’에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응답을 안 한다는 이유로 아예 단톡방에서 강퇴당했습니다"
"퇴근 후, 아니면 공휴일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상급자가 국과장 관리자 회의에서 공론화했어요 괴롭힘에 해당되나요?"
"퇴근했는데, 집에서 1장에 2시간 걸리는 공정설계도를 매일 3장씩 그리게 해요. 벌써 8개월째입니다"

퇴근 이후 공휴일과 무관한 연락과 지시는 기본이고, 이게 통하지 않으면 공론화해 아예 집단 따돌림 등으로 표면화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합니다.

사회적으로 퇴근 후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요구, 관심이 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들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접수한 신원 확인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이메일 제보 483건 가운데 ‘야근, 주말 출근 강요’, ‘업무시간 외 지시’ 등 부당 지시와 관련된 제보가 37.1%(179건)에 달했습니다. 3건 중 1건이 ‘연결되지 않은 권리’를 무시한 처사입니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직장인 10명 중 6명이 퇴근 후 업무 연락을 받았고, 심지어 4명 중 1명은 단순 연락 수준을 넘어 퇴근 이후 집이나 카페에서 업무를 했습니다. 고용이 불안할 수록 더 심했습니다.

근무시간 외에 업무지시는 비교적 잦은 반면,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보장되지 않으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 10명 중 6명 "퇴근 후에도 업무 연락".. 14.5% "자주 받는다"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오늘(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3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서울~제주)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p))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휴일을 포함해 퇴근 시간 이후 직장에서 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업무 연락을 받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60.5%가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매우 자주 받는다’는 14.5%, ‘가끔 받는다’는 46.0%로 나타났습니다.

‘퇴근 후 업무 연락을 받는다’는 답은 고용형태에 따라 정도가 달라, 임시직 69.2%, 프리랜서·특수고용직 66.3% 등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휴일을 포함해 퇴근 이후 집이나 카페 등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응답자 24.1%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4명 중 1명은 아예 회사 업무의 연장선 상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20대가 27.3%로 응답률이 가장 높고 이어 30대(25.8%), 40대(24.4%), 50대(20.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이같은 지시 상황 등에 따른 처우가 많았습니다.


■ 해외 "근로시간 외 업무 연락 안돼" 명문화.. 국내는?

실제 해외의 경우 프랑스를 비롯해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 다양한 국가에서 퇴근 이후 업무 관련 업무 연락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추세입니다.

프랑스만 해도 지난 2016년 ‘로그오프법’을 만들어 2017년부터 시행 중입니다.

로그오프법에는 근로자 수가 50명이 넘는 회사일 경우 직원은 퇴근 후에 상사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스페인도 2018년 12월 개인정보보호·디지털권리보장 관련 법을 제정하고, 연결을 중단할 권리가 노동자 권리임을 명문화했습니다.

벨기에도 6만 5,000명에 이르는 연방공무원을 대상으로 근무 시간 외 업무와 관련된 상사 연락에 대응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법을 시행 중이고, 포르투갈은 2021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근무시간 이외 직원간 업무 연락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내에선 업무시간 외 SNS를 통한 업무지시 등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일명 ‘카톡 금지법’으로 2016년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을 금하는 내용을 골자로 근로기준법을 발의했고, 국민의당 소속 이용호 의원(현 국민의 힘)도 비슷한 법안을, 지난해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근로시간 외 지속적인 업무지시를 내릴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된 적은 없습니다.


■ '가짜 퇴근' 막기 위해선.. "법적 명문화, 입법화 시급"

직장갑질119는 퇴근 후에도 업무를 해야 하는 ‘가짜 퇴근’을 막고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해선 ‘퇴근 후 업무 연락 금지’를 명문화하고 부득이한 경우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거나, ‘포괄임금제 금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해 법률 전문가들도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일과 휴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규제할 제도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관련한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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