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등장으로 한 순간에 망해버린 그 휴대폰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96] 25회 전주국제영화제 관람작 ①
글 : 양미르 에디터
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5월 1일 개막, 10일까지 전주시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슬로건 '우리는 늘 선을 넘지'를 내건 이번 영화제는 43개국 232편의 상영작을 총 600여 회차 상영하는 가운데, 지난 5일까지 상영한 326회차 중 272회차가 매진되며 순항을 펼치고 있다.
큰비가 연휴에 찾아와서 일부 야외 행사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으나, 전주의 봄은 다시 뜨거웠다.
골목 상영, 지역 뮤지션의 버스킹 공연, 영화인과 관객과의 대화, '전주포럼 2024: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라는 담론 등이 전주 영화의거리 곳곳에서 진행됐다.
여기에 영화제의 스폰서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이번엔 <인사이드 아웃 2>의 6월 개봉을 앞두고 '픽사 in 전주 with <인사이드 아웃 2>' 특별 행사 부스를 열기도 해 많은 영화 팬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전주에서 몇몇 작품을 감상한 에디터의 짤막한 후기들을 모았다.
1. <블랙베리>
- 섹션 : 월드 시네마
- 감독 : 맷 존슨
- 출연 : 제이 바루첼, 글렌 하워튼, 맷 존슨 등
- 등급 : 전체 관람가(부가판권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120분
지난해 열린 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한때 미국 휴대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블랙베리'를 만든 이들의 흥망성쇠를 담았다.
영화는 '리서치 인 모션'을 설립한 '마이크 라자리디스'(제이 바루첼)와 '더글러스 프레긴'(맷 존슨) 앞에, 자신이 회사를 바꿔보겠다고 나타난 '짐 발실리'(글렌 하워튼)의 야심찬 계획을 시작으로,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변해가는 '마이크'와 이를 바라보는 친구 '더글러스'에게서 나오는 묘한 긴장감, 그리고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제국의 몰락'이 흥미롭게 상영 시간을 채운다.
맷 존슨 감독이 직접 '더글러스'를 연기했기 때문인지, 영화는 빠른 성장에만 따라가는 현시대에 대한 우화로 그려진다.
한편, '리서치 인 모션'의 전통인 영화 시청의 날이나, 각종 대사로 등장하는 영화 레퍼런스는 작품을 보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기기도 한다.
- 감독
- 출연
- 사울 루비넥,캐리 엘위스,마틴 도노반,맷 존슨,매튜 밀러,프레이저 애쉬,니브 피치먼,케빈 크리스트,매튜 밀러,네이트 볼로틴,맥심 코트레이,애드리안 러브,제이 맥캐롤,노아 시갈,닉 스파이서,아람 테르자키안,제이 맥캐롤,자레드 랍,커트 랍
- 평점
2. <사랑과 혁명>
- 섹션 : 시네마천국
- 감독 : 알레한드로 마린
- 출연 : 안나 와게너, 오마르 바나나, 알바 플로레스 등
- 등급 : 전체 관람가 / 상영시간 : 108분
1977년, 동성애가 '사회 범죄'였던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청소년 가수 경연 대회에 나가려는 아들 '미겔'(오마르 바나나)이 여장 공연을 하던 중 경찰에게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페인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고야상에서 감독상, 각본상 등 5개 후보에 올라 주제가상을 받았다.
'미겔'의 어머니 '레메'(안나 와게너)는 아들이 그럴 리가 없다면서 이 상황에 당황하는 한편, 점차 성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위에 나가게 된다.
영화는 1975년 스페인을 억압한 독재자 프랑코가 세상을 떠나면서 여러 분야에서 억눌려 왔던 욕망이 터져 나오면서, 성 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이 어떻게 촉발되었는가를 하나의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터치로 그려내, 대중의 마음마저 녹여내리려는 연출이 인상적으로, 많은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3. <위키드 리틀 레터스>
- 섹션 : 월드 시네마
- 감독 : 테아 샤록
- 출연 : 올리비아 콜맨, 제시 버클리, 티모시 스폴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101분
1920년대, 영국의 해변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수많은 '모욕 편지'가 전달되면서 벌어지는 수사를 담았다.
'실제 스캔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2023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됐다.
영화는 여성의 인권 향상 운동인 '서프러제트'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데, 가부장적인 남편 '에드워드'(티모시 스폴)의 아내 '이디스'(올리비아 콜맨)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가득한 편지를 받게 되자, 경찰은 천방지축의 아일랜드 이민자 '로즈'(제시 버클리)를 다짜고짜 의심한다.
그사이 '여성 경찰관'이라 자신을 강조하는 '글래디스'(안자나 와산)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로즈'가 용의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뻔히 다 그려지는 후반부가 그대로 연출되면서 나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아카데미 수상 배우 올리비아 콜맨의 열연과 제시 버클리의 호연이 작품의 보는 맛을 책임져줬다.
- 감독
- 출연
- 조니 스위트,그레이엄 브로드벤트,올리비아 콜맨,피터 체르닌,에드 싱클레어,조 월렛,파하나 불라,톰 카버,론 할픈,벤 나이트,안나 마쉬,디아무이드 맥키언,조 나프탈린,벤 데이비스,멜라니 올리버
- 평점
4. <시리아 수영선수 사라>
- 섹션 : 프론트라인
- 감독 : 찰리 펠드만
- 출연 : 사라 마르디니, 유스라 마르디니 등
- 등급 : 12세 관람가 / 상영시간 : 91분
2015년, 시리아 내전을 피해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야 했던 수영 선수 소녀 사라, 유스라 마르디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라는 독일에 정착한 이후, 수영을 그만두고 그리스로 가서 3년 동안 난민 구조 활동을 펼쳤으나, 2018년 그리스 당국에 체포되면서 '국제 스파이 활동 및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 재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유스라는 수영 선수라는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 '난민팀 수영 대표'로 2016년, 2020년 올림픽에 출전하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
두 선수의 이야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스위머스>(2022년)로 공개된 바 있는데, 이 작품은 조금 더 건조하게 사라의 시선으로 본 현실을 조명했다.
특히 사라의 내적 혼란이 중심적으로 다뤄지는데, 여러 강연을 하면서 이야기하고는 있으나, 이 강연이 많은 이들에게 피부로 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심도 서슴지 않았다.
5. <사랑, 내 마음대로>
- 섹션 : 월드시네마
- 감독 : 라우 빙
- 출연 : 레베카 리, 첸 쉬안위, 왕지항 등
- 등급 : 12세 관람가 / 상영시간 : 96분
맹목적이면서, 위협을 무릅쓰고 사랑을 하는 여성 '치안'과 '팅팅'의 이야기로, 두 여성은 각종 시행착오를 경험한다.
영화는 특히 '치안'의 모습을 중심으로 풀어가는데, 오프닝 시퀀스는 '치안'의 애인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듣고는 곧장 '치안'이 남탕 문을 열고 샤워 중인 애인과 싸우는 내용으로 구성됐다.(최대한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 위해, 카메라를 계속해서 흔들거린다)
이를 통해 '치안'이라는 인물이 사랑에 미쳐서 고통을 받기도 하고, 사랑에 성장하기도 한다는 걸 영화는 암시해 준다.
물론, 사랑이 자신의 마음대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벗어날 수도 있는 게 사랑이라는 걸 떠올려 본다면, '치안'과 '팅팅'의 모습이 영화 내내 답답할 관객도 있었을 터.
주로 각본을 썼던 리우 빙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2023년 상하이국제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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