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한정, 벤츠가 꺼낸 카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9월 18일 자동차 발명 140주년을 기념해 GLS 580 4MATIC AMG Line 140주년 에디션 II를 출시했다. 단 100대다. 색상은 알파인 그레이 하나뿐이고, 이미 한정 물량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가격은 1억9,900만원이다.

4.0리터 V8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517마력, 최대토크 74.4kg·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4.9초가 걸린다. 23인치 AMG 5-트윈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 E-ACTIVE BODY CONTROL 서스펜션이 기본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각 휠의 서스펜션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벤츠 SUV 라인업의 실질적 최상단에 있는 모델이다.
GLS 580이 2억 가까이 달라는 이유
7인승 풀사이즈 럭셔리 SUV다. 전장 5,205mm, 전폭 1,956mm로 팰리세이드보다 크다. 3열 시트가 성인 기준으로도 사용 가능한 수준이며, 에어서스펜션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연비가 6.6km/ℓ다. V8 가솔린 엔진을 풀로 돌리는 대가다. 연간 15,000km를 기준으로 프리미엄 휘발유를 넣는다고 치면 주유 비용만 연 400만원 이상이다. 100대 한정이라는 희소성과 140주년이라는 헤리티지가 이 가격의 나머지를 채운다. 스타 배지 하나가 얼마짜리인지 보여주는 차가 바로 이 GLS 580이다.
1억9,900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
벤츠 코리아 공시 기준 GLS 580 140주년 에디션 II의 차량 가격은 1억9,900만원이다.

취등록세(차량가액의 7%), 보험료, 첫해 자동차세를 포함하면 총 초기 지출은 2억2천만원 안팎이 된다. 구입 직후부터 연간 수백만 원의 유지 비용이 추가로 쌓인다. 단 100대 한정이라 원하는 시기에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이건 단순히 차 한 대가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선언이자 기다림의 값이 포함된 가격이다.
기아가 내놓은 다른 선택지
기아 EV9 GT의 가격은 7,917만원이다. 기아 공식 홈페이지 기준이다.

차이는 1억1,983만원이다. 1억2천만원에 가깝다.
EV9 GT는 374kW(509마력), 최대토크 75.5kg·m의 듀얼 모터를 탑재한다. 전방 모터와 후방 모터가 동시에 출력을 낸다. 정지에서 100km까지 4.5초다. GLS 580이 4.9초이니 0.4초 더 빠르다. 마력 차이는 8마력(517 대 509)이 전부다. 배터리 용량은 99.8kWh로,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 408km다. 도심에서는 431km까지 나온다. 7인승이며 3열이 실내 공간 분리 없이 연결된다. 대형 27.4인치 파노라믹 스크린, 2열 릴렉션 컴포트 시트, 오토 플러싱 도어 핸들이 포함된다. V2L 기능으로 외부 전원 공급도 가능하다.

10년 유지하면 연료비 차이가 얼마나 될까
GLS 580은 복합연비 6.6km/ℓ 기준 연간 15,000km 주행 시 약 2,273ℓ를 소비한다. 리터당 1,800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주유비만 약 409만원이다.
EV9 GT는 복합 3.6km/kWh 기준 연간 약 4,167kWh를 사용한다. 완속 충전 기준 kWh당 200원을 가정하면 연간 충전비 약 83만원이다. 연간 유지비 차이는 약 326만원이다. 5년이면 1,630만원, 10년이면 3,260만원이 갈린다. 차 값 차이 1억2천에 유지비 차이까지 더해지면 10년 기준 총 격차는 1억5천만원을 넘는다. 단, 유류비와 전기요금 변동이 있으므로 이 수치는 추정값이다.

아빠들이 벤츠 앞에서 멈칫하는 이유
GLS 580 140주년 에디션은 분명 완성된 차다. 벤츠 SUV의 상징적 지위, 정교한 서스펜션, V8의 존재감. 이걸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EV9 GT는 그 지위를 뺀 나머지를 전부 가져갔다. 더 빠른 가속, 비슷한 출력, 7인승 실내, 10년치 유지비 절감, 그리고 1억2천만원이라는 차액.

나라면 이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한 번 더 멈출 것 같다. 1억9,900만원의 벤츠 배지가 주는 감각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1억2천만원이라는 차액이 지금 내 삶에서 어디에 더 의미 있는 숫자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아마 나만 이 생각 하는 건 아닐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