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모셔놓고 칼질 셔틀만" 흑백요리사, '명장·명인' 폄하 논란

김소연 기자 2024. 10. 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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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성 셰프/사진=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에서 강제 방출 과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학교나 직장 내 '따돌림'을 눈앞에서 목격한 듯한 꺼림칙한 기분은 물론, 1년에 1명 나올까 말까 한 대한민국 명장을 깎아내리고 한식 요리사들을 병풍으로 둘렀다는 비난이 잇따른다. 해당 프로그램이 전 세계에 나가는 프로그램이어서 비판은 더욱 거세진다.

6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넷플릭스가 지난 1일 공개한 '흑백요리사' 9화에서 갑자기 '방출' 룰이 생긴 것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세 팀으로 나뉜 요리사들이 모두 메뉴와 가격, 콘셉트, 역할 분담까지 마친 상황에서 갑자기 팀별 1명씩 방출시키는 투표가 진행된다.

각자의 팀에서 1명씩 낙오돼 모인 3명의 새로운 팀은 이미 미션 시간이 6시간이나 지나버린 상황에서 갑작스레 새 레스토랑을 꾸리라는 페널티를 받은 셈이다. 사람 수도 타 팀에 비해 1명 적어 각자가 요리 하나를 재료 손질부터 완성까지 해내다 보니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이었고,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낙오자 1명 선정 과정도 논란거리였다. 그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자발적으로 팀에서 손들고 나온 두 명은 물론, 안유성 명장은 치열한 투표 속 팀장인 최현석 셰프의 선택으로 그대로 떠밀리듯 방출돼 더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최현석 셰프의 명장 폄훼 논란/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특히 탈락 직후 최현석 셰프가 팀 레스토랑을 '억수르 기사식당'이라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이모카세'를 '명장'이라고 소개한 장면이 비난받고 있다. 그는 캐비어 알밥 요리를 소개하면서 "이모카세 '명장'님의 구운 김과 함께 싸서 드시라"고 언급했다.

방출 과정도 문제였는데, 국가 명장 칭호를 다른 출연자에 아무렇지 않게 붙인데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요리를 오래 한 사람은 누구나 '명장' 타이틀을 달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를 사는 대목이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순간 카메라가 안유성 명장의 표정을 비추는데 씁쓸한 표정이다.

그가 받은 대한민국 국가공인조리명장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에 단 16명만 존재한다. 조리명장 타이틀은 1년이나 2년에 한 명 나올 정도로 받기 까다로운 국가 자격이다. 안유성 셰프는 2023년 국가명장에 올랐다.

명장 선정과정은 이렇다. 일단 필기와 실기시험을 거쳐 기능사에 합격하고, 해당 분야에서 최소 7년 이상 종사해 기능장 시험에 응시해 기능장 자격을 획득하면, 수십년 동안 해당 분야에 종사해 명성을 얻어야 비로소 명장 심사 대상에 오른다.

한국의 조리명장들/대한민국 명장회 홈페이지 캡처

방출 과정도 문제였는데, 국가 명장 칭호를 다른 출연자에 아무렇지 않게 붙인데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넷플릭스 측은 지난 3일 유튜브에 긴급히 '7인의 스페셜 메시지'라면서 폄하 논란이 있던 출연자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은 싸늘하다.

"우리나라 최고 요리사들 모시고 하는 짓이 낯 뜨겁다" "한식 대가들은 칼질, 재료 손질 셔틀만 하다 가셨다", "명장 명인 모셔놓고 프렙하다 자름, 이미 제작진 픽은 있고 그분들 병풍으로 두른 게 화난다", "이 프로그램 최대 빌런은 제작진. 방출은 진짜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걸까", "방출 발상은 소시오패스 같다", "PD가 만든 시나리오를 위해 소모된 대한민국의 명장"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안유성 셰프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안유성 셰프가 풀어주는 흑백요리사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 서운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방송 직후인 지난 3일에는 개인 SNS에 "촬영 중 이틀을 못 자고 새벽에 홀로 나와 엄마 사진을 보면서 마음 추스를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1972년생 안유성 명장은 일식 전문가로, 광주 서구에서 '가매일식'을 운영하고 있다. 안 명장은 '대통령의 초밥 요리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에 방문했을 때 그의 식당을 찾은 바 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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