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BD 딥다이브]① 풋옵션 만기 앞두고 구체화된 'IPO 시계'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동행을 여러 가지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현대차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 사진 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의 미국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BD)의 나스닥 상장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에 대한 풋옵션 만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데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2028년 양산 계획이 확인되면서 시장에서는 BD의 중장기 상장 가능성과 기업가치 재평가에 주목하고 있다.

BD의 IPO는 단순한 미래 신사업 자금 조달 차원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및 정의선 회장의 승계 재원 마련과 맞물린 사안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이 개인 명의로 BD 지분 20%대 초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상장 이후 일부 지분 유동화가 가능해질 경우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한 핵심 순환출자 고리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도 대규모 현금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풋옵션 만기·상장' 타임라인 함수관계

BD의 상장 논의가 현시점에 다시 부각된 일차적인 계기는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재무적 계약 조건의 만기 도래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BD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에는 일정 기한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가 잔여 지분을 현대차그룹 측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해당 계약상 기준 시점을 인수 후 4년이 지난 2025년 6월과 5년이 되는 2026년 6월로 보고 있다. BD가 이 기간 내 상장 절차에 착수하지 못할 경우 소프트뱅크가 보유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상증자 등을 거치며 소프트뱅크의 BD 지분율은 기존 20%에서 10% 안팎으로 낮아진 상태다.

만약 올 6월까지 상장이 가시화되지 않고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거나 우호적 전략적투자자(SI)를 통해 해당 지분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에는 수천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부담이 발생한다.

사업 로드맵은 BD 상장 시점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CEO·사장)는 최근 열린 해외 투자설명회에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3만대 생산능력 규모의 아틀라스 양산 라인을 구축 중이며 2028년 완공을 예상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대량생산이 시작되는 2028년을 BD IPO의 주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기대감을 타고 BD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진 만큼 소프트뱅크가 조기 회수보다 IPO 이후의 가치 상승을 선택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BD의 구체적인 상장 시점이나 외부 자금 조달 추진 여부를 공식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지배구조 밖 BD 지분, 승계 재원 마련 '우회 카드'

BD 상장이 주목받는 보다 본질적인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핵심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를, 현대차가 기아를, 기아가 다시 현대모비스를 보유하는 구조로 연결돼 있다. 이 고리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실질적 지배회사 역할을 한다.

문제는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이 0.33%에 그친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려면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상속받거나 시장 또는 계열사 보유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상속세와 지분 매입 자금 등을 포함해 수조원 규모 재원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BD는 단순한 로보틱스 투자 자산을 넘어 정의선 회장의 중장기 지배구조 재원과 연결되는 변수로 평가된다. BD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 중인 로보틱스 핵심 자산인 동시에 정 회장이 개인 명의로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해외 계열사다. 상장 이후 구주매출이나 일부 지분 유동화가 가능해질 경우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핵심 순환출자 축의 지분을 건드리지 않고도 대규모 현금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2025년 하반기 유상증자 이후 BD의 주요 주주는 HMG글로벌, 정의선 회장, 현대글로비스, 소프트뱅크로 나뉜다. HMG글로벌이 56%대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정 회장이 21.9%, 현대글로비스가 11%대, 소프트뱅크가 10% 안팎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HMG글로벌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출자한 미국 투자 법인으로 현대차그룹의 신사업 투자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의 BD 지분은 인수 초기부터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현대차그룹이 2020년 말 소프트뱅크와 BD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6월 인수를 완료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은 개인 자금 25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직접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후 유상증자를 거치며 지분율은 20%대 초반으로 유지됐다. 대기업 총수가 그룹 차원의 해외 신사업 인수에 개인 자금으로 참여한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BD는 애초부터 단순한 재무적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BD 지분의 전략적 가치는 현대차그룹의 기존 지배구조와 대비될 때 더 뚜렷해진다. 정 회장이 현대차나 기아,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승계 자금을 마련할 경우 그룹 지배력 약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BD 지분은 핵심 순환출자 고리 밖에 있는 해외 비상장 자산이다. 상장 이후 일부 지분을 유동화하더라도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한 그룹 경영권 체제에는 직접적인 지분 희석을 일으키지 않는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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