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풀린 돈은 역대최대..돈 도는 속도는 역대최저
통화유통속도 사상 최저치
침체 우려에 소비·투자 안해
돈이 원활히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악 수준으로 심해졌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현금을 지원하는 등 역대급으로 돈을 풀었지만 이 돈이 실물경제에 제대로 흘러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로 서민이 지갑을 닫고, 기업이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출산·고령화로 부가가치 창출력이 줄어든 점이 통화 유통을 더디게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다.
23일 매일경제가 한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광의통화(M2)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와 2분기 통화유통속도는 각각 0.583, 0.586으로 확인됐다. 통화유통속도가 0.59에 미치지 못한 것은 국내 경제에서 통화량과 GDP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통화유통속도는 돈이 얼마나 빠르게 도는지를 보여준다. 명목 GDP를 연간으로 환산한 후 이를 시중 통화량 지표인 M2로 나눠 계산한다. M2는 현금·요구불예금 등 협의통화(M1)뿐만 아니라 2년 미만 정기 예·적금과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도 포함하는 통화로,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하다.
자금 순환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통화승수 역시 하락세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7월 통화승수는 13.6배로,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통화승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6배 수준에서 계속 떨어져왔다.
시중 통화량 자체는 사상 최대였다. M2는 지난 7월 기준 3719조482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M2는 지난해 4월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한 뒤 매월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 12월(2910조2211억원)과 비교하면 809조2605억원이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현금 지원으로 인한 지출도 40조원에 달했다. 정부는 2020년과 지난해 코로나19 현금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수차례 편성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2~4회 추경 중 현금 지원액 18조387억원, 지난해 1·2차 추경에서 20조994억원을 각각 실집행했다.
통화량 증가에도 돈이 돌지 않는 것은 풀린 자금이 소비·투자로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과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 경제성장률 하락 전망 등이 소비·투자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3%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돈이 충분히 흐르지 않는다"면서 "시중에 풀린 자금이 소비·투자로 거의 이어지지 않은 데다 물가 압력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풀린 돈이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돈맥경화가 심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희조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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